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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감성의 정치 버리고 통합, 합리의 정치로 거듭나라

21세기형 한국정치를 위한 제언

분열, 감성의 정치 버리고 통합, 합리의 정치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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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에는 대중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인,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학자, 권위주의적이고 현상유지적인 관료는 많지만, 변화와 개혁을 위하여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천을 조화시킬 수 있는 實事求是의 정책가, 현실적 이상주의자, 전문적 개혁적 정책세력은 크게 부족하다.
[한국정치의 기본과제]

분열, 감성의 정치 버리고 통합, 합리의 정치로 거듭나라

지난 2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노무현 대통령. 노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국민통합능력과 정책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책무를 안고 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국민의 눈물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권력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골고루 들어야 한다. 자신들의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고집해선 안 된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안하고 헷갈리게 만들어선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정치권력의 현실은 어떠한가. 과연 권력이 국론통일과 국민통합에 기여하는가.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주고 있는가. 정치가 국민을 안심시키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만일 반대에 가깝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가 다음과 같은 3가지 중병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정치가 ‘국민통합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국민들 사이의 사상적·이념적 분열이 극심하고 가치관의 갈등이 격화되어 있다. 남북문제에 대한 기본시각의 차이, 한미관계에 대한 기본인식의 차이가 우리 사회의 사상적·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지금 우리 정치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국정운영의 기본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도 심대하다. 예컨대, 경제운영에서 성장을 중시할 것인가 분배를 우선할 것인가, 교육문제에서 평등을 지향할 것인가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중시할 것인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크다. 남북문제와 국정운영의 기본방향에 대한 이념과 철학의 차이가 세대간 갈등으로, 지역감정의 격화로, 때로는 노사대립으로, 혹은 여야간의 격돌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어느 사회나 구성원 사이에 이념과 철학의 차이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문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건설적인 대화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낼 능력이 그 사회에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많은 문제에서 이같은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것 같다. 정치가 국민통합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의 정책능력 내지 국정운영능력이 대단히 취약하다. 정책능력이란 정치가 국가목표(national goal)와 국가과제(national agenda)를 바르게 선정하고, 종합적인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을 짜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능력(implementing capacity)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정치에는 바로 이 정책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그동안 ‘국가경영형 정치’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정치는 3김 시대로 표현되는 ‘권력투쟁형 정치’가 지배해왔다. 최근 들어 ‘사회운동형 정치’가 새로 대두되고 있으나 이 역시 성격상 ‘국가경영형 정치’는 아니다.

‘권력투쟁형 정치’나 ‘사회운동형 정치’ 하에서는 주된 정치적 에너지가 권력 획득이나 운동성의 고양에 집중될 뿐 실효성 있는 국가정책 개발이나 국정운영능력을 제고하는 데는 관심이 적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의 정치는 당면한 국가적·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국가발전전략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능력도 체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 국민들은 오늘날 교육붕괴의 현실이나 권력형 부패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교육문제나 부패문제의 심각성 그 자체가 아니라 과연 우리 정치가 이들 문제를 제대로 풀 능력이 있으며 혹 정권을 바꾼다 해서 과연 이들 문제가 풀릴 수 있겠는가 하는 정치의 정책능력과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근본적 회의 또는 비관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이 만연한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정책 없는 정치’ 즉 정치의 자기목적화(自己目的化)가 진행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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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세일 서울대 교수·법경제학 si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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