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5월13일 열린 민주당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신·구주류 갈등을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이 지난 5월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시다. 제목은 ‘선인장’. 이 시는 한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였다. 이 시가 담고 있는 의미는 뭘까. ‘선인장’은 또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해석들이 분분했다.
시기적으로 당내 개혁신당 논의가 크게 출렁거리기 시작할 때였다. 신당에 대해 침묵하던 추의원의 입장이 다들 궁금하던 터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추의원이) 지금까지 신주류와 차별화하기 위해 각을 세운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손길로 어루만지면서 고민을 했군요”라면서 “당신이 진정 호남의 친구입니다”라고 반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선인장은 불평불만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당당하고 자신 있는 힘을 온몸에, 깊은 뿌리에 항상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호남지역 출신들로 보이는 이들 네티즌들은 ‘선인장’을 ‘호남인’, 곧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신주류에 등돌린 추미애 의원
그로부터 이틀 뒤, 추의원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16일로 예정됐던 신당 워크숍에 불참선언을 한 것이다. 구주류와 본격적인 세 싸움을 벌이고 있던 신주류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신주류측 의원들은 그동안 추의원이 결국은 함께갈 것이라며 내심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만큼 뿌리와 정통성을 가진 정당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 어렵고 대안정당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워크숍 불참 의사를 밝혔다. 추의원은 또 신당 강경파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민주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하는 것으로 향후 자신의 행보를 암시했다. 추의원의 시에 등장한 ‘선인장’이 네티즌들에게 ‘호남인’으로 인식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현대정치사에서 사회적 소외계층과 약자를 대변해왔고,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지역차별과 소외가 있을 때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민주당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지역차별을 느낀 사람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대변해줄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해서 지역정당으로 폄하하거나, 그 사람들한테 좌절감을 주면서 영남표를 얻기 위해 호남인들의 빰을 때리고 ‘눈물을 흘려라’고 하면서 전국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영남사람들도 얄팍한 정치기교로 볼 것이다.
신당을 만들어봤자 이름만 바뀌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민주당의 정강정책과 이념을 뛰어넘을 수 없다. 영남지역 내에서 개혁우군을 만들어야지 무턱대고 영남표를 구하는 것은 곤란하다. 신당 한다는 사람들이 선혈이 낭자하게 한다는데, 약자가 강자를 향해 민주주의와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피를 흘리는 것이지 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의 피를 흘리게 한다는 말이냐. 이미 퇴영한 사람들의 피를 보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추의원측 한 관계자는 “추의원의 정치개혁 방향과 시각은 신주류 강경파인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정동영(鄭東泳)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신당논의가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다. 향후 당 제도개혁 논의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고 5월11일 신주류 강경파의 주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신당추진 비공식 의원기구’ 구성방침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비공식적인 모임에 참석한 것 자체를 문제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