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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발원지 ‘장수천’ A to Z

빚 보증으로 시작해 빚 독촉으로 망가진 ‘정치 실험’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발원지 ‘장수천’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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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 대통령 95, 96년 부산시장, 총선 연속 패배 후 장수천 직접 챙겨
  • ●1997년 5월 자치경영연구소 겸 변호사 사무실에서 보험영업까지
  • ●판매회사 오아시스워터, 생수시장 덤핑전쟁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졌다”
  • ●2000년 7월 장수천이 갚아야 할 빚은 39억9700만원
  • ●진영 땅 경매로 넘어가자 선봉술, 오철주 피해보상 강력 요구
  • ●“선씨와 오씨는 대선 전 어떻게든 피해보상 받으려 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발원지 ‘장수천’ A to Z

선봉술씨, 최도술씨, 안희정씨.

2003년 5월28일 노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나라종금이나 부산상의 소속 기업으로부터의 자금수수 문제는 간단해요. 돈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생각이 달랐던 거죠.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이 2억원을 줬을 때 안희정씨는 대학동문인 (김씨의 동생) 김효근씨와의 관계를 생각해 순수한 투자나 지원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김 회장은 일종의 보험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최도술씨는 부산상의 기업인들이 청와대 방문을 요청했을 때 부산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생각에서 주선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들은 다른 흑심을 품고 있었던 거죠. 그 두 사건은 복잡할 게 없어요. 문제는 장수천이에요. 거의 복마전이죠. 모든 사건이 그 곳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안희정(安熙正)씨와 가까운 한 386의 이야기다.

실제 검찰은 2004년 1월13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씨와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 선봉술씨 등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공판에서 장수천을 주타깃으로 삼았다. 이날 검찰은 3시간 가까이 회사 설립과정과 청산 이후 빚 변제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문했다.

특히 이날 강 회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으로부터 후원회장 이기명(李基明)씨의 용인 땅을 매입해 줄 것을 부탁받았다고 진술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경선을 전후해 노 대통령이 용인 땅 매입을 한 차례 부탁해 가치가 있으면 사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야당이 장수천 빚 문제를 들먹이며 대통령을 실패한 사업자로 몰고 도덕성까지 의심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빚 변제 위기에 몰린 이기명씨의 용인 땅이 경매로 넘어가느니 차라리 내가 감정가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는 게 강씨의 진술 내용이다.

안씨도 “경선 때 장수천 빚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참여했던 이기명씨의 용인 땅이 경매에 부쳐질 위기에 처하자 노 대통령이 ‘강 회장에게 직접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팀의 칼날도 장수천으로 향하고 있다. 한낱 조그마한 생수회사에 불과한 장수천을 둘러싸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첫 시작, 엇갈리는 증언

■장수천 설립과정

등기부등본상 장수천은 1995년 10월17일 충북 옥천군 장수리 656번지에 설립된 회사다. 자본금은 5000만원. 회사 설립과정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다소 엇갈린다.

노 대통령은 2003년 5월 기자회견을 통해 장수천 관련 측근비리를 해명하면서 장수천 설립 과정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1995년 당시 민주당 구미지구당 위원장이던 이성면씨 부탁에 의해 나를 포함, 7명이 4억원의 보증을 서면서 장수천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런데 회사 상태가 안 좋아 조금 더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당시 영업정지 상태에 있었던 장수천에 환경영향 평가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투자금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지분도 증가하게 됐고 1996년 말쯤에는 사실상 회사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안희정씨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993년 노 대통령은 국민회의 부총재로 선출됐다. 국민회의 내 영남권 대표주자로서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그는 되지도 않는 영남지역 지구당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여러 사람에게 부탁했다. 그 과정에서 지구당위원장들의 빚 보증을 많이 서줬다. 당시 구미시 지구당위원장이 친척의 사업을 자신이 하게 되면 지구당 사업에도 큰 보탬이 될 거라고 해서 1995년 6·27 지방선거 전인 6월10일경 보증을 서 줬다. 노 대통령이 생수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6년 가을 무렵이다. 그 해 4월 총선에서 낙선(종로)하고 안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웬 생수사업을 하시냐’고 했더니 ‘지난번 보증 서준 것이 말썽이 났는데 조금만 투자하면 그 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미 설립돼 있던 장수천에 보증을 서줬다가, 추가로 투자해 인수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또 다른 386 측근의 기억은 조금 다르다.

“1993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민주당 부총재 시절, 노 대통령은 손해 볼 일이 많았다. 영남의 대표인물로 꼽혔고, 직업이 변호사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 시기 구미지구당위원장의 보증을 선 적이 있는데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됐다. 빚 보증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구당위원장이 지금의 장수천이 들어선 땅을 ‘생수가 나는 땅’이라면서 줬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나서기가 쉽지 않아 부산상고 동문 몇몇이 대신 생수사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이 측근의 기억대로라면 장수천은 노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들이 처음부터 직접 관여해 설립했다. 길게는 이미 10년여 전의 일인 만큼 관계자들의 기억에 차이는 있을 수 있는 일.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자료를 근거로 보면 노 대통령은 5억5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1996년 12월 자신의 후원회 사무국장 출신 홍경태씨를 회사 대표로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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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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