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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광역단체장들이 ‘동남풍 진원지’

김혁규 “시장, 군수 모여라”… 이의근 “우리당이면 어때”… 박맹우 ‘흔들’

영남 광역단체장들이 ‘동남풍 진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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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을 뛰쳐나간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다. 노심(盧心)이 오버랩되면서 김 전 지사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 한나라당 소속 이의근 경북지사와 노대통령 측근 이강철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도 요즘 ‘밀월 관계’다. 박맹우 울산시장도 ‘친(親)우리당’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 ‘옥살이로 피폐해졌다’는 안상영 부산시장은 한나라당으로부터 외면 당했다.
  • 지금 영남에선 ‘모반’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는데….
영남 광역단체장들이 ‘동남풍 진원지’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는 대통령 주변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2003년 5월 이후 언론에서 사라졌다. 외부 인사와의 접촉을 자제하면서 낚시터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2003년 12월4일 서울 서교호텔에서 ‘재경 김해 향우회’가 열렸다. 건평씨는 “안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최측이 승용차를 그의 김해 자택으로 보내 끌고 올라오다시피 했다. 향우회는 예년의 세 배가 넘는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새 향우회장으로 곽진업씨가 뽑혔다. 곽씨는 부산국세청장 출신으로 2003년 초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 사돈을 맺은 사이다. 박 회장은 건평씨와 친한 사이로, 건평씨의 거제 구조라리 별장을 사준 인물. 박 회장의 딸은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돼 일한다. 건평씨는 2003년 초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곽진업씨를 국세청장 후보로 추천하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 건평씨는 김혁규 당시 경남도지사와도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노건평씨, 곽진업씨, 김혁규 전 지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꽤 상징적인 일이다. 노씨와 곽씨의 얽히고설킨 인연 못지않게 사실 노씨와 김 전 지사의 인연도 깊은 편이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김해 소재 모 고등학교를 수개월 간 다닌 적이 있다. 노건평씨는 이 학교를 졸업했다. 그래서 노씨는 김 전 지사를 고교 선배로 대접한다. 김 전 지사가 1995년 제1기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노건평씨는 김 전 지사 선거캠프의 김해 연락소에 소속돼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동생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건평씨는 신한국당 후보인 김 전 지사를 도운 셈. 노씨는 “김 전 지사의 성품에 매료돼 그를 위해 뛰었다”고 주변에 말한다. 김해 유권자들 중엔 노씨 출신학교 졸업생이 많아 김 전 지사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동생이 대통령이 된 뒤로 노건평씨는 김 전 지사와 여러 일을 상의했다. 시사저널 기자를 만난 직후에는 꺼림칙했던지 “인터뷰 문제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며 김 전 지사측에 묻기도 했다.



노건평씨는 열린우리당의 구심점인 노 대통령을, 곽씨와 김 전 지사는 ‘친노그룹의 새 얼굴’을 각각 대표한다. 곽씨는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김해 터줏대감인 한나라당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대선자금 비리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을’에서 평판이 괜찮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석인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은 현역 프리미엄이 없어진 셈. “김혁규 전 지사가 창원을에서 출마한다면….” 한나라당으로선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김 전 지사는 전국구로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PK(부산 경남)에서 ‘확실한 1석’이 급한 것이 열린우리당 사정인 만큼 상황은 유동적이다.

도지사에서 親盧 핵심으로

현재 김 전 지사는 ‘대통령 경제특보’ 자격으로, PK와 대구·경북 지역 곳곳을 다니고 있다. 노 대통령을 대리한 선거운동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를 중심으로 경남에선 김두관 전 장관, 김태랑 전 의원, 공민배 전 창원시장, 곽진업 전 부산국세청장, 최철국 전 경남도 문화관광국장, 김맹곤 경남개발공사, 정해주 진주산업대 총장, 이상조 밀양시장, 김병로 진해시장, 정구용 하동군수 등이 출마를 확정했거나 고심중이다. 일단 ‘라인업’ 면에선 역대 ‘비한나라당 정당’ 중 최강 멤버라는 자체 평가다.

김혁규 전 지사는 “중국을 돌아본 뒤 경제를 위해 한나라당 탈당을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안상영 부산시장은 중국 방문 뒤 검찰에 구속됐다. 기자는 사석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김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 시장은 “중국만 갔다오면 신상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라고 응답했다.

경남, 부산 전 지역구를 석권했던 한나라당은 김 전 지사의 영향력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최근 ‘부산일보’ 여론조사 결과 PK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30%로 15.6%의 열린우리당을 앞서있다. 그러나 2003년 9월 조사에 비해 한나라당 지지율은 이 지역에서 8.1% 하락했다.

2003년 12월 말 한나라당은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위원을 허태열 의원(부산북·강서을)으로 내정했다. 그러다 경남의 김정부 의원으로 교체를 검토했다가 다시 허 의원으로 확정했다. 총선과 관련, 한나라당은 부산이나 경남이나 모두 위기라고 절감했기에 발생한 우여곡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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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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