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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 딸 장모씨 격정 토로

“문병욱, 노무현과 모든 걸 ‘공유’한다고 떠벌려”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 딸 장모씨 격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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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파문을 불러온 이른바 ‘녹취록’을 보면 ‘문병욱이가 나한테 와서 쩔쩔 무릎 꿇고 빌게 할 테니까…’ 등 문회장에 대한 반감이 담긴 직설적 표현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문제의 ‘녹취록’은 2003년 3월26일 서울 서초동 M모텔에서 농협 사기대출 사건 수습을 위한 대책회의를 가진 김성래 전 부회장과 그의 측근 3명(이준희씨, 김○○, 하○○)의 대화내용을 김 전 부회장의 오랜 부하직원이던 이준희(41)씨가 녹음한 테이프를 글로 옮긴 것이다. 이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 2003년 10월 공개되면서 농협 사기대출 사건의 불똥은 정치권으로 비화됐다.

“계몽사의 총괄이사를 맡고 있던 이준희씨는 계몽사 전 대표 홍씨와 공모해 농협 사기대출 사건을 저지른 뒤 문 회장이 사기대출 사실을 알아채자 자신만 빠져나가려 녹취록을 제작했다. 이씨는 2003년 4월23일 농협 사기대출 사건으로 체포돼 서울지검 조사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이에 다급함을 느껴 이전에 몰래 녹음해둔 테이프를 급히 번문(飜文)한 뒤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어머니와 문 회장은 ‘좋은 관계’”

-그러나 이준희씨도 결국 2003년 4월26일 김 전 부회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되지 않았나.



“그가 처음엔 검찰수사에 협조하면 자신이 구속을 면할 줄로 알았던 것 같다. 사실 동두천시장 금품 제공건도 이씨가 터뜨린 것이다. 어머니 집과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에도 이씨가 앞장섰고, 이때 국세청 관련자료 등을 다 압수해갔다.”

-국세청 관련자료라면 썬앤문그룹에 대한 감세 관련자료를 말하나.

“그런 것으로 안다.”

-김 전 부회장은 썬앤문그룹 감세청탁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잘 알지 못한다.”

‘신동아’가 입수한 서울지검 조사부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2003년 4월23일 작성한 자필 진술서에서 (주임검사에게) ‘작년 국세청 일을 보시면 제 능력과 성실함을 인정하실 것입니다. 죽어가는 기업 살려주고 배신당한 제 심정이 어떻겠습니까’라며 ‘땀흘리며 이루어놓은 현재의 환경을 잃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한 바 있어 사실상 썬앤문그룹 감세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썬앤문그룹 특별세무조사를 둘러싼 감세청탁 의혹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키를 쥔 핵심인물인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1월12일 공판에서도 “외부의 감세청탁을 받은 적도, 내부적으로 감세 지시를 한 적도 없다”며 썬앤문그룹에 부과된 세금 170여억원을 23억원으로 감액토록 부당하게 지시한 자신의 혐의(직권남용)를 계속 부인했다. 그를 수시로 접견하고 있는 변호인 박선주 변호사(동부제일법무법인)나 검찰총장 출신의 김각영 변호사(정진종합법률사무소) 등 5명의 변호인단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감세청탁 의혹과 관련, 검찰 일각에선 당시 세무조사 실무자로 썬앤문그룹측으로부터 감세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홍성근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3과장(구속) 선에서 감세행위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론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이 같은 추론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홍 전 과장은 검찰조사에서 손영래 당시 국세청장으로부터 ‘감세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홍 전 과장의 1심 변호를 맡았던 최춘근 변호사(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는 “홍 전 과장이 처음엔 5000만원이 아닌 3000만원만 받았다고 변호인인 내게 말했는데, 나중에 검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양성반응(거짓)이 나온 것으로 드러나 솔직히 변호인으로서 의뢰인인 그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홍 전 과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는 해도 그가 썬앤문그룹의 세금액수와 관련해 작성한 개인 메모에 ‘노’라고 쓴 한글표기가 영어의 ‘No’를 뜻한다는 진술에 대해 이를 반박할 결정적 물증이나 정황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결론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세무전문가인 손 전 청장이 어떤 배경에서 무리하게 감세를 지시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해 감세청탁의 ‘배후’를 가리는 일은 특검 수사대상 중 초미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감세청탁…아는 게 없다”

-김 전 부회장이 문병욱 회장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낸 사실을 아는가.

“나중에야 알았다. 어머니가 체포되기 전과 구속된 후 수차례 문 회장에게 농협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결백함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들었는데, 검찰은 무슨 이유에선지 가족인 나의 요구에도 전혀 열람시켜주지 않았다.”

-편지를 보면 ‘(이준희씨가) 사과박스 이야기도 녹음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건 무엇을 의미하나.

“아마 동두천시장 금품제공 건일 것이다.”

‘신동아’는 지난 1월6일, 김성래 전 부회장이 2003년 4월26일 서울구치소(당시는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에서 문 회장 앞으로 보냈던 편지를 입수한 바 있다. 수신지가 문 회장 소유의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빅토리아호텔’로 돼 있는 이 편지는 일반 편지지 3쪽을 빼곡히 채운 분량. ‘존경하는 회장님께’로 시작하는 편지는 자신을 고소한 문 회장에 대한 원망, 그럼에도 문 회장이 싫지 않다는 자책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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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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