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돈 없고 기술이 부족하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의 공군들이 우주로 올라가는 ‘우주로(to the space)’를 이룬 데 이어 이제는 우주에서 지상을 투사(投射)하는 ‘우주로부터(from the space)’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물주처럼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우주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우주 군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주군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지난해 3월20일 발발한 이라크전쟁이었다. 물론 화려하게 우주전력을 구사한 것은 미국 공군.
그러나 미국 공군은 그들의 우주 전력이 이라크전쟁에서 어떻게 활약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공군의 우주 전력은 전세를 단번에 결정짓는 비밀병기가 되었다.
전쟁에서 남에게 뒤처진다는 것은 곧 패배와 죽음을 의미한다. 반세기 전 이 땅에서 벌어진 6·25전쟁은 한민족의 생사를 다투는 싸움이었음에도 한국 공군은 미국 공군으로부터 “2등 공군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중전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국 공군이 개입할 수 없는 형태로 공중전이 발전해버렸기 때문이었다.
‘2등은 곧 추락’
6·25전쟁은 세계 전쟁사에서 제트기가 공중전에 투입된 최초의 전쟁이었다. 소련 공군은 미그-15, 미국 공군은 F-86(세이버)이라는 제트기로 전투를 했는데, 한국 공군은 한 세대 뒤진 프로펠러기인 F-56(무스탕)을 갖고 있었으니, 항공전이라고 하는 ‘무대’에 올라가면 벌집이 되기 십상이었다.
지상전에서 2등 육군은 완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과 우주의 3차원 세계에서 2등은 곧 지상으로의 추락을 의미하므로 완패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3월의 이라크전 역시 2등 공군 무용론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미국 공군은 도대체 어떠한 우주 전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전력은 이라크전이라고 하는 실전에서 어떠한 위력을 발휘했던 것일까. 미국 공군의 우주 전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이라는 ‘슈퍼 파워’가 둘러 쳐놓은 비밀의 장막을 들추고 그들이 감추려고 하는 우주 전력의 편린을 살펴보기로 한다.
【To the Space 실현한 미국의 위성전력】
DSP 조기경보위성
지금은 관심 밖의 사항이 돼버렸지만 이라크전 개전 초기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은 이라크가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두려워했다.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이라크가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의 요격에 실패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반미-반전 국가들로부터 조롱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수출을 방해하는 요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미국은 이라크의 미사일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전쟁이 터지자 이라크는 스커드 B 계열의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했다. 애초 UN과 미국은 ‘알 후세인’ 등 스커드 B 계열의 미사일을 대량살상무기(WMD)로 보고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 공격 논리를 대량살상무기 은닉에 두었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이라크는 이를 전혀 발사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의 주장과 달리 이라크가 스커드 B 계열의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군은 사거리 150km인 알 사무드(Al samoud) 지대지 미사일을 11발 발사했다. 3발은 사람이 없는 바다나 사막에 떨어졌고, 나머지 8발은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에 요격돼 다국적군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패트리어트는 미국 육군에서 운용하지만 알 사무드를 요격한 최대 공신은 미국 공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