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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정 신호탄’ 신일순 대장 구속 막전막후

기무사 내사, 청와대 지원 사격, 소장파 군법무관들의 반란

‘군 사정 신호탄’ 신일순 대장 구속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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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총장, 장관 눈치보지 않는 젊은 군법무관들의 질주
  • ● 청와대, “군 개혁 위해 군내에서 4성 장군 처벌해야”
  • ● 지난해 조영길 국방장관에게 돈 문제로 한차례 경고
  • ● 기무사 내사자료가 수사 단서
  • ● 3군단장 떠날 때 챙긴 복지기금과 위문금으로 덜미
  • ● 상관 생일선물비, 친척 차비, 김장비… 뭐든지 공금으로
  • ● 골프 접대하고 위문금 받아 챙겨
  • ● 군은 예산으로 상호부조하는 사회
  • ● 업무능력 인정받지만 인격적 결함으로 신망 잃어
  • ● ‘욕대장’ 신일순의 기이한 행적들
‘군 사정 신호탄’ 신일순 대장 구속 막전막후
현직 대장으로는 사상 처음 공금횡령이라는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안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일순(57) 대장은 독특한 성격과 기이한 행동으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영어에 능통한 실력파로 업무처리에 빈틈이 없다는 긍정적 평은 도를 넘어선 깐깐하고 모진 성격이 빚은 원성(怨聲)에 가려져왔다.

군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부하들에게 심한 모멸감을 주는 언행으로 신망을 얻지 못한 그는 특히 돈 문제에 대한 남다른 집착으로 빈축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역 대령 K씨가 들려주는 일화 한 토막.

“육군참모총장과 참모차장은 골프장 수입금 등 복지기금의 일부를 장병 격려 등 부대운영비 명목으로 받아 사용하고 있다. 이 돈을 집행하는 부서는 육본 인사근무처 복지과다. 신일순 장군이 육군참모차장을 지낼 때 인사근무처 관계자가 기안을 올렸는데 신 장군이 특별한 이유 없이 결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몇 번 퇴짜를 맞고 난 후 이 관계자는 ‘돈이 적어서 그런가 보다’ 싶어 액수를 높여 기안을 올렸다. 그러자 비로소 결재가 났다.”

K씨는 이 얘기를 당시 인사근무처에 근무했던 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K씨가 전해준 얘기는 신 대장을 구속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참모차장에게 할당된 복지기금은 연 4000만원이었는데 신 대장은 이를 6000만원으로 올려받아 공사(公私) 구분 없이 사용했다는 것. 이 복지기금은 1년 후 그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영전한 후에 원래대로 4000만원으로 낮춰졌다고 한다.

신 대장 구속에 대한 군 안팎의 시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관행이든 아니든 공금을 사적으로 쓴 것은 잘못된 일이므로 군 개혁 차원에서라도 구속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견해다. 둘째는 신 대장의 공금 횡령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관행적인 비리를 문제 삼아 구속까지 한 건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 이런 시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대장의 명예를 고려해 자진 전역케 한 후 수사를 받더라도 민간 검찰에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견해는 군검찰의 수사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것이다. 이들은 군 지휘관의 공금 횡령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며 “군의 명예와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는 이런 수사는 군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다. 주로 장성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예비역 장성들도 가세하고 있다. 특히 이상훈 재향군인회장과 전 육군참모총장 Y씨는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대령은 “비리를 척결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이런 일로 대장을 구속까지 해 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신 장군이 인간적 매력이 없다 보니 적이 많다. 하지만 그를 싫어하는 장교들도 처음엔 ‘잘된 일’이라고 했다가 몇 차례 소환당한 끝에 구속까지 되자 ‘4성 장군을 그런 식으로 망신 주냐’며 반발하고 있다. 군법무관들은 법만 알지 군의 현실을 모른다. 이런 수사는 지휘권의 존엄성을 뒤흔드는 것이다.”

과거 신 대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 대령 K씨는 “한미관계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국가적 차원에서 배려했어야 한다. 나도 군에 있을 때 신 대장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구속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고 신 대장을 동정했다.

“청와대 민정과 너무 가깝다”

하지만 신 대장의 과거 행적을 아는 군 장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연합사에서 근무하며 신 대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모 중령은, 조금 과장스럽게 들리긴 하지만 “연합사는 지금 축제 분위기다. 다들 박수를 치고 있다”며 군검찰 수사가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사 머리에 소개했던 예비역 대령 K씨는 “관행이냐 아니냐, 표적사정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신 대장이 돈을 밝힌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군 정보기관 관계자는 “신 대장은 결재판을 집어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으로 부하들로부터 신망을 잃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대장이 됐다는 게 더 문제”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군 수사기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장군의 경우 수사당국이 비리를 적발해도 옷을 벗기는 선에서 마무리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법의 잣대 앞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번 사건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운용비(공금)를 건드리면 대장도 ‘간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장교들에게 엄청난 교육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수사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수사 초기 애매했던 국방부의 공식 입장도 조영길 장관이 5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 대장 구속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군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기울었다. 조 장관은 “비리내용이 단순한 관행이라고 볼 수 없어 사법처리가 불가피했다”며 “군이 자성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비리근절 의지를 밝혔다.

조 장관의 기자회견으로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사실 군 수뇌부는 신 대장 구속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신 대장의 횡령액수를 축소해 발표하는가 하면 일부 언론을 통해 신 대장의 비리가 ‘관행’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조 장관은 청와대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구속영장 청구서 결재를 미루면서 버텼다. 신 대장이 구속되기 직전 국방부에서 열린 군 수뇌부 회의에선 군검찰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 참석자는 군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젊은 군법무관들이 군을 망신시킨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군법무관들이 청와대 민정 라인과 너무 가깝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군 수뇌부의 이런 반발은 군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언론과 청와대의 지원을 받은 군검찰의 파죽지세 앞에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상자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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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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