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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일 잘하면 10년 맡기는 시스템 필요”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 · 前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 일 잘하면 10년 맡기는 시스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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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정부 정책 중 이번 정부에 연계가 안 돼 아쉬운 것은.
“많죠. 녹색성장? 요즘 ‘녹색’이란 말 자체가 안 나오는데요, 뭐. 건국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주도해 글로벌 어젠다로 채택된 겁니다.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는 우리가 주도해 만든 국제기구고요. 녹색성장이 유엔에서 공식으로 쓰는 용어가 됐습니다. 현 정부가 그 정책을 계승하면 좋겠습니다. 외국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7대 미래산업이라고 발표한 것에 녹색산업이 들어가 있어요. 중국에서도 녹색성장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씁니다. 4대강 살리기 같은 것도 물이 연결돼 있기에 지류, 지천 등에서 후속 사업을 해야 합니다. UNEP(유엔환경계획) 같은 곳에서는 4대강 살리기를 아주 잘된 사업으로 봅니다. 우리만….”

▼ UNEP가 그렇게 평가한 구체적 자료가 있습니까.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보도도 많이 됐고요. 아힘 슈타이너 사무총장이 와서도 그렇게 얘기했어요. 물 관리 기술을 태국에 수출하면 좋았을 텐데, 6조 원대 프로젝트가 다 됐다가 무산됐습니다. 태국 총리가 바뀐 데다 한국 정부가 교체된 후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그쪽도 명분이 서지 않는 거죠.”

재정 목 조르는 총선, 대선
▼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일했습니다. 최근의 노사정 타협안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사회·경제·복지 전반에 걸친 포괄적 타협안인데, 내용이 추상적인 선에 머물렀습니다. 아주 많은 걸 담았으나 일종의 맛보기 수준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핵심 내용은 추후에 협의하기로 한 것이 많아요. 각론에 들어가면 상당한 이견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법제화하거나 정책, 예산에 반영할 때 진통이 예상됩니다. 양측이 오래전부터 하고자 한 숙원사업을 합의안에 끼워 넣은 것도 있더군요. 대타협의 본질과 상관없는 것이 구석에 들어갔습니다. 학자로서, 첫째 뭘 하고 둘째 뭘 하고 하며 일필휘지로 내려간 합의문을 기대하는 건 너무나 이상적이고 탁상공론이라고도 하겠습니다. 한계를 지적한 것은 탁상공론 관점에서 말씀드린 것이고요. 한국노총이라도 참여케 해 참으로 고생해서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차차선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2011년 6월부터 2013년 3월 정권 이양 시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국가 재정을 담당했습니다. 내년, 내후년에 총선, 대선이 있습니다. 총선과 대선이 국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총선이나 대선 같은 주요 정치 일정이 있으면 교과서에 나와 있듯 정치인은 선심성 지출을 늘리려 하는 유혹을 받게 되고요. 정당도 그런 요구를 담아 공약으로 제시합니다. 자연히 재정이 팽창하는 계기가 되기 쉽죠. 반면 조세 수입과 관련해서는 세금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기에 대차대조표가 맞지 않는 거죠. 재정수지는 악화되고 나라 빚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죠.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 부작용을 막아야겠군요.
“박근혜 대통령도 말씀한 적이 있는데, 페이고(Pay-Go)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의무지출로 정책 추진 때 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함께 검토하도록 하는 정부재정 건전화 방안의 하나인데요. 예컨대 정부가 기초연금을 늘리겠다는 정책만 올리면 국회의원들이 다 찬성할 수 있지만, 연간 1조 원이 소요되는데 무상급식을 깎아서, 국방비를 삭감해서, 빚을 내서 하겠다는 식의 재원 조달 방법을 함께 제출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세금을 올려 충당하겠다 해도 마찬가지고요.”

하룻밤 새 만드는 공약
▼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법률안은 국회예결위 협의를 의무화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는 상임위에서 예산 예비심사를 먼저 하고 그걸 모아 예결특위에서 본심사를 하는데, 미국처럼 예결특위에서 먼저 본심사를 해 분야별 할당 금액을 정하고, 그것을 각 상임위에 줘 상임위가 그 범위에서 예산을 항목별로 채우는 방식을 도입해도 무분별한 예산 팽창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장관 재직 때 추진하다 결국 법제화에 이르진 못했지만, 대선후보가 핵심 공약을 선관위에 제출하고 선관위가 소요 예산을 검증해 공표하는 방식을 도입하려 했습니다. 선관위가 전문가 풀을 만들어 A후보는 이런 공약을 냈는데 이건 돈이 얼마 들어간다, B후보는 다른 공약을 냈는데 돈이 얼마 들어간다고 선거 공고에 실어 유권자에게 알려주는 제도죠. 하룻밤 새 무책임한 공약이 만들어지는 게 현실이거든요.”



▼ MB 정부가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를 내세웠지만 공공부문 개혁, 즉 정부, 산하기관, 공기업에 대한 개혁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다만 작은 정부를 위한 기조가 확실했다는 점, 진정성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에 들어가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마련할 때 역대 가장 슬림화된 내각을 꾸리려 했습니다. 부처 수를 굉장히 적게 하려 했지만, 헌법상 제약 때문에 15개로 했습니다. 하드웨어나 조직적 통폐합은 많이 했죠. 새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 등의 부처가 부활했지만 지난 정부 때는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식으로 거대 부처로 다 갔습니다. 대부·대국·대과주의로 조직을 개편한 거죠. 공기업도 주택공사, 토지공사를 LH공사로 통합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안 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권을 민간에 위탁하려는 문제 등도 안 됐습니다. 변명 같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습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워낙 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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