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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니다 3인방이 직언하라

KFX가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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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왜 사서 고생하나”
  • ● 첨단장비 개발은 나중에
  • ● 유로파이터와 F-16 이길 방안 생각해야
  • ● 합수단과 감사원의 방산 죽이기 중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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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아래)과 장명진 방사청장. 동아일보

KFX 사업이 뭐기에, 대면보고를 잘 받지 않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다 받았을까. 10월 27일 장명진 방사청장과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등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 안보 현실이 느긋한 게 아니지 않느냐. 제한된 예산을 갖고 하는 전력 증강사업에 한 치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안 된다. 더 치밀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원안대로 쌍발기로 추진하라고 재가한 셈이다.

이에 인도네시아가 호응했다. 10월 30일 국회를 열어 KFX 사업비 1조700억 루피아(890억 원)를 통과시킨 것. 그리고 실제로 KFX 사업을 할 한국항공(KAI)과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등을 개발할 LIG 넥스원의 주가가 오른 것으로 확인되자, KFX 사업을 불안하게 보던 이들도 돌아서는 눈치다. 그러나 이들은 모른다. 이러한 현상 밑에 ‘공작’에 준할 수도 있는 정치적, 비정치적 활동이 있었음을….

대면보고 때 박 대통령이 “왜 사서 고생을 하시나요?”라고 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중앙일보 10월 31일자). 박 대통령은 장 청장 등이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4개 기술 가운데 3가지는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한 다음에 이 말을 했다. 개발할 수 있는데 왜 미국에 달라고 해 스스로 곤란에 빠졌느냐고 따끔하게 지적한 것이다. ‘왜’ 방사청과 ADD는 사서 고생을 했을까.

“왜 사서 고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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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발로 제작하려는 한국형 전투기 KFX.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박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집중 조사하게 한 정치인이란 점이다. 지난해 야당이 4대강 개발과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사자방’으로 부르며 정치 쟁점화하자, 박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역 강공’으로 나간 것. 이 때문에 감사원은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만들고 검찰은 감사원과 국방부 요원 등을 지원받아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합수단)을 만들었다.



이 수사가 박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박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철저히 수사하게 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강화한 것이다. 야당은 나가떨어졌다. 그렇건만 합수단이 밝혀낸 것은 시시하기 그지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방산이라고 하면 국내에서 방위용 물자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그런데 무기는 방산으로만 구비하지 않는다. 해외 구매를 통해서도 준비한다. F-35 전투기가 대표적이다.

합수단이 밝혀낸 얼마 안 되는 비리가 대부분 무기 중개상 건이었다. 통영함에 탑재한 소나가 그런 경우다. 이 사건으로 합수단은 황기철 전 해군총장을 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는 합수단이 무기 중개상 비리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것’을 만들려다 실패했다는 증거가 된다.

지금 한국 방산업계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다 죽어간다. 주요 대기업은 방산에서 철수하려 한다. 삼성은 테크윈과 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하며 방산과 영원히 작별했다. 두산은 장갑차 등을 만드는 DST를 매각하려고 오래전부터 애쓰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수사가 겹쳤으니 방산은 초토화됐다. 죄는 중개상이 졌는데 매는 그들이 맞으니 죽을 지경인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내 방산을 ‘복마전’으로 보는 것이 문제다. 이는 종북세력만이 국방을 위협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부는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KFX 사업만은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한다. 대면보고 하나로 ‘만사 OK’ 하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박 대통령이 방산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증거다. 그는 일각만 보고 전체를 안다는 ‘우(愚)’에 빠진 게 아닐까.

정치 쟁점화하지 마라


KFX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방향이다. 과욕으로 시작된 잘못된 판단을 덮기 위해 이것저것 더 얹어 국민과 박 대통령을 속일 수 있는 허상을 만들어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당첨 후 겪을 마음고생은 거론하지 않고, 당첨됐을 때의 기쁨만 이야기하는 격이다.

행운은 허풍이나 편 가르기가 아니라, 치밀한 계산과 지독한 노력으로 얻어진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과거 사례를 분석해 당첨이 많이 된 숫자를 골라 반복해서 도전하면 그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한 길을, 박 대통령이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전달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투쟁적 방법을 구사하는데, 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2013년 국방부 장관 시절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방사청이 추천한 F-15SE를 F-35로 바꾼 것을 문제 삼는다. 이 비판에는 KFX 사업을 김 실장이나 그의 뒤에 있는 박 대통령이 개입한 비리로 보려는 ‘못된 의도’가 숨어 있다. F-15SE를 선택했으면 4개 기술을 받았을 수 있다는 기대도 깔린 듯하다.

결론부터 밝히면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4개 기술은 F-15SE를 내놓은 보잉이나 F-35를 제작하는 록히드마틴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투기는 정부가 돈을 대서 개발한 것이기에, 기술 소유권은 정부가 갖는다. 미국 정부는 4개와 그 이상의 기술 유지는 국익으로 보기에, 한국이 F-15SE를 선택했어도 4개 기술 이전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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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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