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대통령은 뭘 타고 다닐까?

코드 원, 경복호, 방탄차, 지휘헬기… ‘움직이는 청와대’의 모든 것

  • 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08-04-07 1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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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츠·BMW는 이동용, GM 캐딜락 리무진은 의전용
    • 유로 표준 기준 B6/B7 충족, 최고 수준 방탄 기능
    • 타이어 4개 모두 터져도 시속 80km로 100km 달려
    • KTX는 객차 2량, 새마을호는 대통령 전용열차 별도 보유
    • 이명박 대통령 탔을 새 전용기 도입, 한나라당 반대로 무산
    • 서울-전용차, 강원·충청-헬기, 광주·부산·제주-전용기로 이동
    대통령은 뭘 타고 다닐까?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캐딜락 드빌 리무진을 타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게 경호다. 당선되는 순간 ‘개인’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책임자’로 지위가 격상되기에 신변보호와 예우 차원에서 경호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을 위한 육해공 교통수단이 완비돼 있다. 여러 대의 방탄 승용차를 비롯해 전용 열차와 비행기, 전용 헬기까지 갖췄다. 자전거 타기를 즐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대통령 전용 자전거도 있었다고 한다.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 2월25일. 취임식이 예정된 국회 정문 앞에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S600 가드(Guard)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경찰 오토바이 수십 대가 앞뒤로 호위했고, 덩치 큰 검은 경호 차량 여러 대가 눈에 띄었다. 식장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벤츠 승용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취임식에 참석한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연단으로 향했다. 두 시간여 진행된 취임식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웅한 뒤 청와대로 향했다. 이번에는 캐딜락 드빌 리무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 취임식 이전까지 대선후보 시절 타던 카니발을 고집했다.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2월25일에야 경호실(정부조직 개편으로 경호처로 바뀜)에서 제공한 방탄 승용차를 이용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전용 승용차로 세 대의 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탔던 GM의 캐딜락 드빌 리무진은 의전용으로 사용되고, 평상시 이동할 때는 주로 벤츠 S600 가드와 BMW 시큐리티(SECURITY) 760Li 등을 이용한다. 벤츠 S600 가드는 지난해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육로로 평양을 방문할 때 이용한 차량이다.



    포드의 링컨 컨티넨탈도 대통령 전용차로 이용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탔다는 설만 남아 있을 뿐 실제로 이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때는 캐딜락 등 미국 자동차가 주로 이용됐지만, 최근엔 의전용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전직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이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주로 벤츠와 BMW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의전용 대통령 전용차는 평상시에는 경호실 창고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차

    대통령 전용차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신변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탄기능을 꼽는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고급차들이 대통령 전용 승용차로 이용되지 못하는 것도 방탄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전용차는 같은 회사에서 만든 같은 기종의 차량이라 하더라도 방탄기능 등 별도의 특수장치가 장착되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차’가 된다.

    벤츠 관계자는 “S600 가드는 유로 표준 방탄기준 B6/B7 레벨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한다. 방탄기준은 가장 낮은 B1부터 가장 높은 B7까지 있는데, B6/B7 기준이란 근접거리에서 TNT 15kg 정도의 폭발물 공격을 막아낼 뿐 아니라 테러단체가 많이 사용하는 7.62mm 구경의 탄환을 막아내는 수준을 의미한다.

    B6와 B7 두 가지 방탄기준이 함께 표기된 이유는, 차체의 방탄기능은 최고수준인 B7이지만 방탄유리가 B6 수준이기 때문이다. B6와 B7은 방탄유리의 두께에서 차이가 나는데 일반적으로 B6는 유리 두께가 45mm 이내, B7 방탄유리는 50~70mm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은 뭘 타고 다닐까?

    2005년 대통령 전용차로 새로 들여온 BMW 시큐리티 760Li.

    벤츠 S600 가드는 총알을 튕겨내는 두꺼운 방탄유리는 물론 지뢰나 수류탄이 차량 밑에서 터져도 끄떡없는 견고한 하체 구조, 화염방사기나 화염병에도 전소되지 않는 방화 처리 등 이중삼중의 보호막이 쳐 있다.

    폭발 등으로 타이어 4개가 한꺼번에 펑크 나더라도 시속 80km 속도로 100km 이상 달릴 수 있도록 특수타이어(Run Flat Tire)가 장착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화학가스 공격에 대비해 공기 흡입구에 산소공급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벤츠 S600 가드가 제공하는 안전 시스템으로는 화재 공격시 자동으로 작동되는 스프링클러 시스템과 발사체가 연료 탱크에 접촉할 때 연료 탱크가 자동으로 폐쇄되는 기능 등이 있다. 벤츠 관계자는 “이 같은 방탄 기능으로 최상의 안전성을 갖췄음에도 겉에서 볼 때는 특수 차량인지 거의 알아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벤츠 S600 가드는 배기량 6000cc로 국내에 수입된 승용차 중 최대 배기량을 자랑한다. 엔진도 V12 트윈 터보를 장착했다. 대통령 전용차량은 고속으로 달릴 때 테러 위험이 낮아지기 때문에 고속주행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다. 출발 직후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8초에 지나지 않고, 최고 속도는 시속 250km다.

    ‘움직이는 금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걸어주는 프리세이프를 적용했고, 사고에 대비해 자동으로 안전벨트를 팽팽히 잡아당겨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앞뒤, 측면에 8개의 에어백이 2단계로 작동하는데, 탑승자의 몸무게를 인식해 몸무게에 따라 주입 공기량이 자동 조절된다. 또한 차가 미끄러지면 선루프가 자동으로 닫히도록 돼 있는 등 인공지능도 갖췄다.

    대통령 전용차의 특별함은 차량 생산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제작된 일반 차량의 도어, 뒷면, 옆 패널, 지붕 라이닝 등에 보호 요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각 단계, 각 부문에서 보호 요소가 통합돼 하나의 완결된 차량으로 만들어진다.

    벤츠 S600 가드의 경우 방탄판이 차체 구조에 통합돼 있어 차체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문 1개의 무게가 100kg 이상이며, 견고한 이음매와 잠금장치 덕에 차체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방탄유리도 폴리카보네이트층이 강화돼 화재가 나도 형태를 유지하며 파편 조각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2005년 대통령 전용차로 도입한 BMW도 벤츠 S600 가드와 마찬가지로 방탄차 안전기준(B6/B7)을 충족하는 차다. 미국 등 총기휴대가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대통령 전용차의 방탄기능에 더욱 신경을 쓴다. 이 때문에 차체가 더욱 두꺼워져 ‘움직이는 금고’라는 별칭이 붙었다.

    2005년 대통령 전용차로 BMW를 들여오자 일부 네티즌들은 “왜 똑같은 차를 다섯 대나 들여오느냐”며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수행부장으로 그림자 경호를 담당했던 김정기 전 부장은 “대통령이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경호상 어느 차량에 (대통령이) 타고 있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똑같은 차량 두세 대가 함께 움직인다”며 “만약에 있을지 모를 저격 등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일렬로 나란히 움직이다가도 가끔 위치를 바꾼다. 한꺼번에 여러 대의 같은 차종을 운행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은 “경호뿐 아니라 고장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차량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전용차가 서울 등 도심을 이동할 때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교통신호조작 등을 통해 막힘없이 신속하게 움직인다. 교통신호가 없는 자동차전용도로는 한번 진입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다. 터널 역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피한다. 도로 사정상 불가피하게 터널을 통과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경호원들이 터널 전체의 도로 상황을 파악한 뒤에야 진입한다.

    대통령 전용차 가운데 의전용으로는 캐딜락 드빌 리무진이 주로 이용된다. 캐딜락은 1900년대 초부터 각국의 대통령, 외교관 및 대사, 해외 정부 고관의 전용차량으로 이용돼왔다.

    의전용 캐딜락, 경호용 익스커션

    대통령은 뭘 타고 다닐까?

    대통령 전용차인 메르세데스벤츠 S600 가드. 유로 표준 방탄기준 B6/B7급의 최고 수준 방탄 차량이다. 대통령 전용차엔 타이어 4개가 터져도 시속 80km로 100km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 타이어(Run Flat Tire)가 장착돼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3년에 타던 차량은 1993년형 캐딜락 플리트우드 브로엄 리무진을 개조한 것으로 기관총은 물론 박격포 공격에도 끄떡없도록 방탄유리와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특수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고, 외부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루프나 발판도 없앴다.

    2005년 부시 대통령도 취임식 때 최신 캐딜락 DTS 프레지덴셜 리무진을 이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의전용으로 캐딜락을 즐겨 탔다.

    캐딜락을 생산·판매하는 GM 관계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용한 캐딜락은 현재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돼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타던 캐딜락은 대구공고에 보관, 전시돼 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의전용으로 캐딜락 드빌을 이용했으며, 이명박 대통령 역시 취임식을 마친 뒤 드빌 리무진을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는 현재 방탄 기능과 특수장비를 갖춘 대통령 전용차 외에도 경호원들이 타고 다니는 경호차량 등 모두 8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특수장치가 추가된 외국 차량이며, 국산차로는 의전용 에쿠스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전용차 앞뒤로 따라붙는 경호 차량은 초대형 SUV 포드 익스커션(Excursion)이 주로 이용된다. 익스커션은 차내에 각종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사시 ‘큰 덩치’를 이용, 대통령 전용차를 외부 공격으로부터 차단하는 임무도 담당하고 있다.

    경호차량에는 주행 중에도 사주경계가 가능하도록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했고, 뒤쪽은 위기 상황시 후방사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경호원들의 경호 광경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선루프를 통해 노출 경호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경호 차량 천장은 일반 차량보다 넓게 뚫려 있다.

    경호 차량의 창문은 방탄필름을 입힌 뒤 짙은 색으로 선팅돼 있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차량 하부에는 발판을 달아 저속 주행시 경호원이 차체에 부착된 손잡이를 잡고 외부경호를 하도록 부가장치도 설치돼 있다.

    만약 대통령 전용차가 운행하는 도중에 갑자기 일반 차량이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 전직 비서관 출신 K씨는 “경호의 최우선 목적이 대통령 보호이기 때문에 대통령 전용차량의 진행을 방해하는 어떤 시도도 적의 행위로 간주된다”며 “맞은편 차선의 차가 대통령 차로 달려들면 선행하는 차가 전속력으로 그 차를 들이받아 길을 연 뒤 위험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대통령을 실은 차량이 전속력으로 내달린다”고 말했다. 만약 같은 방향에서 차가 끼어들 경우에는 경찰 오토바이나 경호 차량이 제지한다고 한다.

    대통령 전용열차 ‘경복호’

    2월25일 퇴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하면서 대통령 전용 KTX, 일명 ‘경복호’를 이용했다. 경복호는 KTX 맨앞 객차 2량에 통신장비 등을 갖춰 특수 개조한 것으로 나머지 객차는 일반 KTX와 크게 다르지 않다.

    KTX가 운행하기 시작한 2004년 4월 이전까지는 대통령 전용 열차로 새마을호를 이용했다. 지금도 KTX가 다니지 않는 곳에는 새마을호 경복호가 사용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노후한 전용 열차를 새 열차로 교체한 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도라산역을 방문할 때 이용됐다.

    대통령 전용열차는 철도공사(코레일) 소유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일반 KTX와 함께 운행된다. 다만 경호처에서는 경호활동 차원에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은 뭘 타고 다닐까?

    KTX는 객차 2량만 개조해 대통령 전용 열차로 이용하지만, 새마을호는 별도의 대통령 전용 열차를 운용한다. 사진은 새마을호 대통령 전용 열차 경복호.

    철도공사 관계자는 “KTX 대통령 전용열차는 객차 2량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다른 객차와 연결해 운행한다”며 “(대통령 전용객차는) 일반 승객을 태우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은 그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마을호 경복호는 기관차에서부터 객차까지 말 그대로 대통령 전용 열차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전용 열차의 이용 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정해진 노선과 궤도에 따라 움직이므로 경호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상 악화 등으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울 때는 유용한 이동수단이 된다.

    한나라당, 전용기 예산 삭감 주도

    대통령의 지방행사가 예정돼 있을 경우, 대통령 전용 열차는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김정기 전 부장은 “대통령의 지방 행사가 예정되면 육해공 교통수단은 모두 대기 상태에 돌입한다”며 “열차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대통령 전용 열차 외에도 철도공사 사장 전용의 ‘귀빈열차’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귀빈열차를 두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은 공사 측은 ‘관광열차’로의 전환 등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자동차와 열차 등이 대통령 전용 육상 운송수단이라면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에는 비행기와 헬기가 있다. 통상 공군1호기로 지칭되는 대통령 전용기는 ‘지휘기’로, 종종 ‘코드 원’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경호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드 원’은 경호상 대통령을 뜻하는 은어다. 공군1호기는 대통령 전용기의 관리 주체가 공군이라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대통령 전용기로는 1985년 도입된 미국 보잉사의 B737 기종이 한 대 있다. 그러나 이 전용기는 노후한 데다 운항거리도 짧아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만 투입된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까지 이 전용기를 타고 갔다 왔다. 최장 베트남 등지까지 비행할 수 있지만, 들여온 지 20년이 넘은 까닭에 확고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5시간 이상 비행할 때는 주로 특별기를 이용한다.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를 논스톱으로 이동할 때도 민간항공사의 전세기를 빌려 탄다.

    정부는 2006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도로 새 전용기 도입을 위해 2007년 예산안에 전용기 사업 예산으로 299억9100만원을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전용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06년 8월 작성한 비용분석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KIDA 분석결과에 따르면 미주 및 유럽까지 논스톱 비행이 가능한 전용기를 25년간 운영할 경우 연 4회까지는 단기 임차방식이 저렴하지만, 연 5회 이상부터는 신규 구매해 운영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한번 전세기를 이용하는 데 소요되는 경비가 16억~17억원이라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 재임기간에 해외순방을 위해 모두 28차례 특별기를 이용했다. 전세기 임차비용으로만 최소 450여억원 이상을 지출한 셈이다. KIDA 분석대로 해외순방 일정이 많아질수록 전용기를 보유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 예산소위에서는 전용기 사용이 빈번하지 않은 점과 경제 침체로 인한 국민고통 등을 이유로 차기 정권에서 추진하자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 삭감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주도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방위에서 전용기 도입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국방부와 여당(열린우리당)은 상임위에서 삭감한 것을 예결위 차원에서 재차 편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용기 도입 예산 편성에 관여한 전직 방위사업청 고위인사도 “2006년 하반기면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시점”이라며 “전용기를 도입하더라도 차기 대통령이 타게 될 것이란 점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설명했지만, 끝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아쉬워했다.

    2008년 예산안을 심의한 지난해 연말에도 전용기 도입을 위한 예산 편성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통합민주당 국방담당 전문위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열린 예산안 심사 과정에도 대통령 전용기 도입 예산을 편성하자는 얘기가 나오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없던 일로 돼버렸다고 한다. 결국 2008년 예산안에도 대통령 전용기 도입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

    대통령 경호 에피소드

    들어나 봤나? ‘자전거 경호’


    자전거 타는 대통령. 2003년 4월18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 미니골프장에서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있다.

    대통령 전용 교통수단을 취재하기 위해 다양한 인사를 접촉하는 과정에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은 경호 관련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자전거 경호’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청와대 경내에서 자전거를 즐겨 탔다. 2003년 대통령 전용 별장인 청남대를 일반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하면서 자전거로 청남대 경내를 돌기도 했다. 자전거를 즐겨 타는 대통령 덕분에 근접 경호를 맡은 경호원들은 팔자에 없는 ‘양손 놓고 자전거 타기’를 연습해야 했다고 한다.

    전직 청와대 비서관 K씨는 “대통령께서 (청와대) 경내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시니까 경호원들이 양손 놓고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하더라”며 “유사시에 경호원들이 양손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연습하는 것 같았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그렇지만 청와대 경내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양손 놓고 자전거 타며 경호할 일은 없었다고 한다.

    ‘자전거 경호’에 대해 경호 관계자는 “뛰면서 경호하면 했지, 두 손 놓고 자전거를 타면서 경호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 숙소로 이용됐던 백화원 초대소 경호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자전거 경호 얘기가 나왔고, 테스트 차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경호 연습을 한 일은 있다고 한다.

    국민 편익에 눈높이 맞춘 경호

    대통령 전용 승용차가 이동할 때는 앞뒤로 경찰 오토바이가 콘보이(작전차량 이동시 맨 앞에서 지휘하는 것)를 서고, 경호 차량이 전용 차량 앞뒤에 위치한다. 경찰은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도로에서 멈추지 않고 목적지까지 직행할 수 있도록 교통신호 조작 등을 통해 길을 터준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만 해도 대통령 일행이 이동할 때는 차량 진행방향은 물론 반대방향 차로까지 통제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이후 반대방향 차량 통제가 없어졌고,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진행차로가 4차선일 경우 1, 2차로만 통제하고 3, 4차로는 일반 차량이 운행하도록 완화했다고 한다. 통제 위주의 대통령 경호가 국민 편익 증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눈높이를 맞춘 결과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경호실에 근무한 K씨는 “김대중 대통령은 이동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초대 경호실장에 경찰 출신을 임명한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배려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총기류 소지가 엄격하게 관리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을 경호하는 데 있어 원활한 이동을 위한 교통통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 출신 경호실장은 국내 이동시 원활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해외순방 중 일어난 ‘건강경호’ 비상

    경찰 출신인 김세옥 경호실장 시절에는 경찰 인사 패턴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경찰 간부 인사에서 경찰청 경호과장이 잇달아 서울종로경찰서장으로 영전한 것. 종로서장은 경찰 간부들 사이에 경무관으로 승진할 수 있는 요직 중의 요직으로 인식돼 있다. 한 경찰 간부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경호과장은 선호하는 보직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종로서장은 승진 가능성이 높아 경쟁이 치열한 자리”라고 말했다.

    경호는 통상 외부 위협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때때로 신변보호 못지 않게 중요한 경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경호실장을 지낸 장세동 전 실장은 ‘기분까지 경호한다’는 이른바 ‘심기경호’를 주장해 과잉충성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외부 위협은 아니지만 경호원들을 가장 당황하게 만드는 일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의 건강 문제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다. 노무현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가벼운 뇌졸중 증상을 일으켜 주치의는 물론 경호실까지 발칵 뒤집히게 했다고 한다.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긴급 통지가 돌았다고 한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주치의가 동행한다. 그러나 대통령 주치의라고 해서 모든 의학분야에 정통할 수는 없는 노릇. 따라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아 자문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의 경우 경미한 증상인 데다 응급조치가 제때 이뤄져 나머지 일정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귀국한 노 대통령은 예정돼 있던 일정을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하며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했다.

    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뇌졸중 증상을 일으켰다는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경호 관계자들과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물었으나 “금시초문”이라거나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통령 상대로 이윤 남기지 않는다”

    대통령은 뭘 타고 다닐까?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기착해 있는 대통령 전용기. 우리나라가 보유한 대통령 전용기는 노후한 데다 운항거리도 짧아 일본과 중국 방문 등에만 사용된다.

    새 정부 들어 경호처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의 별도기구이던 것이 대통령실 산하로 편입되면서 위상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경호실이 직접 나서 국회 등에 경호실 존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류우익 대통령실장으로부터 “(경호실은) 앞으로 어떤 접촉도 하지 말라”는 엄명을 들어야 했다.

    해외순방 때 대통령이 타고 가는 전세기로는 주로 국적기가 이용되는데, 김영삼 정부 때까지는 대한항공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이래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경쟁 입찰을 통해 번갈아가며 전세기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기 입찰은 외교통상부에서 맡고 있다. 그런데 입찰 방식이 여느 입찰 방식과는 다르다. 전세기 입찰과정은 항공업체들이 먼저 원가를 정부에 제시한 뒤 정부가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 가능한 금액을 제시하고, 다시 항공업체들이 전세기 대여 금액을 적어내면 이를 토대로 낮은 액수를 적어낸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항공사들이 원가를 정부에 먼저 공개하는 것은 ‘국가 최고 수반인 대통령을 상대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항공업계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공업계에 종사하는 L씨는 “대통령 전세기로 선정돼 해외에 나가면 큰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전세기 입찰은 이윤 목적보다는 항공사의 명예와 자존심 차원에서 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 전용 지휘헬기는 1999년 새로운 기종 도입이 결정된 지 8년 만인 지난해에야 교체됐다. 새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14인승이다. 레이더 경보수신기와 적외선 방해장치, 미사일 추적 기만장치 등 안전을 위한 보호장비가 장착돼 있다. 모두 3대를 들여왔는데, 전용차와 마찬가지로 경호용과 예비용으로 사용된다. 대통령 헬기가 이륙할 때는 세 대가 동시에 이륙하고, 경호를 위한 헬기도 앞뒤로 따라붙는다.

    대통령은 뭘 타고 다닐까?

    대통령 전용 지휘헬기는 도입을 추진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11월에야 운행을 시작했다.

    대통령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이동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 등 근거리에는 주로 전용 승용차를 이용하고, 경기·충청·강원 등 중부권 이동시에는 헬기를 이용한다. 광주·부산·제주 등 비교적 거리가 먼 지역에는 전용기를 타고 간다.

    대통령이 어디를 가든 행사장에는 전용차가 미리 와 대기하고 있다. 언제든 교통수단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용 헬기는 청와대에서 성남의 서울공항으로 이동할 때도 사용되는데, 새로 도입된 헬기는 지난해 11월19일 노무현 대통령이 아세안+3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서울공항으로 이동할 때 처음 이용됐다. 국내에 들여온 것은 지난해 7월이지만, 4개월 동안 비행숙달훈련 및 예비조종사 양성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11월에야 처음 운행됐다.

    육해공 운송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 전용 교통수단이 없는 곳이 바다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전용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경호 관계자는 “웬만한 곳은 헬기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선박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헬기 이용을 꺼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도해를 순시할 때 해군 군함을 이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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