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10원 발언’ 논란이 상기시킨 윤석열 아킬레스건
정치권 출신 스태프 A씨와 SNS로 활발히 소통
A씨 “국민의힘 입당, 합당·복당 등 문제 정리 후 가능성”
윤여준 “정권교체 여론에 안주하다간 낭패 볼 수 있어”
6월 9일 예장공원 개장과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총장과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걸 전 의원(왼쪽부터). [뉴시스]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윤 전 총장이 찾아가 만난 것은 ‘정치를 해야 할 이유’를 찾는 과정으로 이해됐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우리 사회에 상식과 정의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 이는 곧 ‘공정에 대한 국민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윤 전 총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노동전문가’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난 것은 청년실업과 양극화 해소라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행보로 비쳤다.
서울대반도체연구소를 찾아가 정덕균 석좌교수를 만나고, 블록체인과 코딩교육 분야 2030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난 것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경제 행보로 여겨졌다.
외교부 차관 출신 김성한 고려대 교수와 비핵화와 미·중·갈등 등 한국이 처한 외교문제 해법을 놓고 토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의 중요한 한 축인 안보에 대한 ‘식견’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현충일에 천안함 생존 전우회장을 대전까지 찾아가 만나고, K9자주포 희생자를 만나는 등 2030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훈 행보를 이어갔다. 6월 11일에는 김대중도서관을 방문, 외환위기를 IT강국으로 발돋움할 계기로 승화시킨 김대중 대통령의 국난 극복 리더십 배우기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하나같이 대권 수업의 일환으로 여겨졌고, 그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지속·강화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모 10원 발언’ 논란이 상기시킨 것
정치인은 자신의 강점만 얘기하고, 좋은 점만 보여주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 전 총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말하지 않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그가 보여주려 하지 않는 취약한 모습이 무엇인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입을 통해 전해진 ‘윤석열 전 총장의 장모 10원 발언’이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 큰 관심사로 부상한 것. 정 의원은 5월 6일 윤 전 총장을 만난 뒤 6월 초 “윤 전 총장이 ‘사업하는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고 했다”며 “윤 전 총장이 처가 문제에 대해선 자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보여준’ 믿음직한 대권 수업 행보와 결이 전혀 다른 ‘장모 10원’ 얘기에 여론은 귀를 쫑긋 세웠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과 어릴 때부터 친구이자 5선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표현이 와전됐다”고 결국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 가운데 초선 윤희숙 의원을 가장 먼저 만난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인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게 된다면 윤 의원 같은 사람과 같이 하고 싶다”고 지인에게 언급했다는 발언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출신 한 인사는 “윤희숙 의원에 대한 윤 전 총장 몇 마디로 국민의힘 소속 수많은 의원이 ‘별로 이상적이지 못한 정치인’으로 전락해 의문의 1패를 당한 꼴이 됐다”며 신중치 못한 언행이라고 꼬집었다.
‘장모 10원 발언’과 ‘가장 이상적인 정치인’ 논란 이후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대변인 두 사람을 임명했다. 대구 출신 이동훈 대변인은 국민의힘 내 최대 세력인 TK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정치부 기자 출신이고, 이상록 대변인은 2000년대 초 법조기자 시절부터 윤 전 총장과 인연을 이어온 오랜 지인이다. 이동훈, 이상록 두 대변인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손경식 변호사가 윤 전 총장 측 입장과 동정을 전달하는 창구 구실을 해왔다.
대변인 임명을 계기로 윤 전 총장은 ‘잠행’을 끝내고 예측 가능한 정치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대변인은 “6월 말쯤 윤 전 총장이 정치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며 “여의도에 공유 오피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캠프를 꾸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을 예고한 것. 그러나 본격 정치 행보는 필연적으로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여론의 본격 검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선 캠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누가 하게 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과 SNS로 소통하는 A씨
6월1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했다. [윤석열 전 총장측 제공]
윤 전 총장을 돕는 스태프 가운데에는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민심 기류를 잘 읽어 정무 기획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 난 A씨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윤 전 총장과 SNS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다.
A씨는 6월 15일 ‘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 “급하게 거취를 결정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의힘이) 합당과 복당 등 처리해야 할 문제가 정리된 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철우 교수는 “앞으로 기능 확대가 필요해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게 되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윤 전 총장 스타일은 주변의 조언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자신의 관점에서 선택한다”고 말했다. 여느 정치인들처럼 캠프 좌장이나 대리인을 둘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전 총장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골치가 아플 정도일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서 온갖 핍박을 이겨내고 저항하며 잘 버틴 덕분에 국민 지지가 생겨났지만, 지금의 지지율이 온전히 윤석열 지지로 굳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정치인 윤석열’이 국민에게 국정 운영의 비전을 제시한 뒤 국민에게 지금의 신임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다는 것만 믿고 낙관하다가는 허점이 드러나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대선은 지금부터가 시작이고 그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이철우 #윤여준 #신동아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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