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국민의힘·검찰黨 공동정부 등장하다

[집권 보수 다섯 기둥 大해부] 검사들이 밀고 끄는 ‘윤석열 정권’

  • reporterImage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3-26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지금 정권이 보수 정권 맞아?”

    • 장관급 4명·차관급 9명 검사 출신

    • 금융위·금감원 파견검사만 11명

    • 국정원으로 간 부부장급 검사들

    • “특정 직업군 쏠림, 공공선 저해”

    3월 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관련 이민 선진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들고 출국했다. [뉴스1]

    3월 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관련 이민 선진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들고 출국했다. [뉴스1]

    #1 “당에서 오래 일한 사람 사이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두 가지 감정이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한 장관에게 기대감도 있는 반면, 검사가 또 대통령이 되면 어쩌지 하는 심리도 존재한다. 꼭 대통령실이나 정부에 가기 위해서만 당에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집권했으면 누군가는 그 자리로 가야 후세대 당직자들에게도 자리가 생긴다. 사실 우리끼리는 ‘정말 지금 정권이 보수 정권 맞아?’라는 말을 많이 한다.”

    보수정당서 십수 년을 일한 국민의힘 실무급 당직자는 올해 초 이렇게 말했다. 당직자의 이해관계가 녹아 있긴 해도 여당 저변에 퍼진 기류를 알 수 있는 발언이다. 재집권이 중요하다는 당위와, 지금이 ‘보수 정권’이 아닌 ‘검사 정권’ 시대라는 냉소가 한데 뒤섞여 있다.

    #2 기자는 ‘신동아’ 2022년 9월호에 실린 “尹, ‘어공’ 급수 매길 때도 검사 직급 기준 삼아”에서 이런 취재 내용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늘공(직업공무원)’, 그중에서도 검사를 기준으로 정무직 직급을 따진다. 대통령실 인사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이나 당 사무처 출신들의 급수를 올려줘야 한다고 했더니 윤 대통령이 ‘부장검사는 3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을 전해준 당사자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다. 검사 직군에 대한 윤 대통령의 속내가 오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검찰 출신 인사 현황 살펴보니…

    가히 검사들의 전성시대다. 행정부 곳곳에 전·현직 검사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검사에게도 유인이 있다. 권력의 연결망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권력은 검사를, 검사는 권력을 활용하는 셈이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야당의 정치 레토릭(rhetoric)이 아니더라도 현실이 그렇다.

    3월 13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윤석열 정부 인사 검찰 출신 현황’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센터 측은 “‘법무부에 소속되거나 파견된 검사’ 42명과 ‘타 기관에 파견된 검사’ 52명을 비롯해 법무부에 근무하거나 타 기관에 파견된 검찰 공무원 15명 등 현재까지 파악된 현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최신 자료에 해당한다.



    대통령실에는 8명이 자리를 잡았다. 4명이 검사, 3명이 검찰 공무원 출신이다. 복두규 인사기획관(전 대검 사무국장), 윤재순 총무비서관(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강의구 부속실장(전 검찰총장 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전 대검 검찰연구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주진우 법률비서관(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전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등이다. 상당수가 검찰 근무 당시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다.

    장관급에서는 4명, 차관급에서는 9명이 전직 검사다. 장관 중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전 서울지검 부부장검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전 서울지검 검사),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전 서울중앙지검 검사)이 있다. 물론 권영세, 원희룡, 박민식 등 세 명의 장관은 오래전 검찰을 떠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차관급부터는 비교적 근래까지 검찰에 있던 인사가 많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이완규 법제처장(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전 서울고검 검사),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전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전 수원지검 검사),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한석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전 전주지검 군산지청 부장) 등이다.

    국정원의 ‘검찰화’

    금융 당국에는 유독 검사 출신이 많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파견된 검사가 각각 9명, 2명이다. 한기식 대전지검 부부장과 이세원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 파견됐다. 이상목 부산지검 서부지청 부부장과 문영권 대전지검 부부장, 김효진 제주지검 검사는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 한연규 서울남부지검 부부장과 유광렬 인천지검 부부장은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박지훈 부산지검 부부장은 금융위, 정선제 창원지검 부부장은 한국거래소에서 파견 검사로 일한다. 이 중 정 부부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인사 이동됐다. 전영우 수원지검 검사와 천재인 광주지검 검사는 금감원에 파견돼 검사 출신 원장(이복현) 밑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체로 검사 경력이 10~12년 즈음이면 부부장이나 초임 부장 노릇을 한다. 동기 중에서 선두 주자의 윤곽이 또렷해지는 때다. 이 시기에 권력의 중추라고 할 주요 부처 파견 경험까지 더하면 경력 관리에 유리하다. 금융 당국과 함께 국정원 파견 검사 중 부부장이 많다는 점도 그런 면에서 흥미롭다. 김정훈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유도윤 서울남부지검 부부장, 하동우 인천지검 부부장, 김동희 창원지검 부부장 등이다. 김준엽 수원지검 검사도 국정원에 있다. 국정원 2인자인 기조실장(김남우)까지 포함하면 국정원의 ‘검찰화’ 성격이 배가된다. 조상준 전 기조실장도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지낸 바 있다.

    주요 행정기관 및 부처에도 검사들이 파견돼 있다. 감사원(김형록 수원지검 2차장), 외교부(김정옥 의정부지검 부부장), 교육부(우재훈 창원지검 검사), 환경부(이호석 의정부지검 부부장), 고용노동부(홍정연 부산지검 부부장), 여성가족부(김은경 광주지검 부부장), 방송통신위원회(윤원일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식품의약품안전처(이유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국민권익위원회(조용한 부산지검 부부장), 특허청(최성겸 춘천지검 검사) 등이다. 교육부의 경우 이례적으로 현직 검사가 장관 법무보좌관으로 직행했다. 논란을 자초한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 역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지낸 전직 검사다.

    “일종의 프레임”일까

    반론도 있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상징적인 몇 명 때문에 검사가 많아 보일 뿐, 전체를 놓고 보면 검사 비율이 높지 않고 당(黨) 출신이 많다”며 “(검사 정권은)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회에 주는 시그널이다. 인사와 공직기강, 금융, 사정 등 권력이 행사되는 자리에 검사를 기용할수록 ‘핵심 보직은 검사 차지’라는 인식이 퍼진다. 동일한 권력 집단 내에서도 힘의 격차가 발생한다. 검찰당(黨)이라는 용어가 나온 배경이다. 대선에선 국민의힘이 이겼는데, 정권 운용은 여당과 검찰당이 공동으로 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현 정권이 문재인 정권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성격도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 고위 라인에 검사를 다수 기용한 건 그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코드에 맞는 사람을 전면 배치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특정 직업군이 과대 대표될 경우 다양성이 부족해지고 견제와 균형의 체제를 구현하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공공선을 실현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했다.

    신동아 4월호 표지.

    신동아 4월호 표지.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 주목 초선 22人] 의원이 된 의사·미래학자 차지호 경기 오산 ...

    건설업 불황에도 주목받는 대우건설, 왜?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