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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전 장갑차조차 없던 한국군, 군사력 평가지수 세계 6위로

[Special Report | 성취의 기록, 대한민국 7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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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09-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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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정상급 전차·자주포 만들어

    • 전투기 비롯해 방산 수출 9위권 국가로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블랙이글스 축하 비행이 펼쳐지고 있다. [동아DB]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블랙이글스 축하 비행이 펼쳐지고 있다. [동아DB]

    제2차 세계대전은 국제 전쟁 양상을 바꿨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사람이 총으로 치르는 전쟁 측면이 있었으나 2차 대전부터는 전쟁 장비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육상에서는 ‘탱크’라고 불리는 전차가 등장했고, 해상에선 함정과 잠수함이 함대전을 벌였다. 정찰 등 제한적 역할만 하던 전투기는 폭격과 요격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기 시작했다.

    한국군의 전신인 광복군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2차 대전 말기에도 1차 대전 수준의 무기체계로 전쟁을 치렀다.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광복군의 무기를 보면 소총과 칼이 전부다. 기갑 전력은커녕 기관총도 없는 상태에서 일제에 맞섰다.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광복군 무기. [동아DB]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광복군 무기. [동아DB]

    광복 5년 뒤 1950년 벌어진 6·25전쟁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군은 T-34 전차 242대, 자주포 176문, 공군 전투기 211기 등의 무기를 갖췄다. 한국군은 전투기는커녕 자주포와 전차도 없었다. 전함 역시 국민 성금으로 미국서 갓 도입한 PC-701 백두산함 1척뿐인, 세계에서 허약하기로 손꼽히는 군대였다.

    그랬던 한국군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75년 만에 환골탈태했다. 2021년 1월 미국 민간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군사력 평가지수 0.1621로 세계 138개국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핵무기를 제외한 지수인 데다 무기의 질보다는 양을 평가해 실제 공신력은 낮다고 평가되지만 제대로 된 무기를 갖추지 못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큰 발전이다.

    미군 버금가는 포병 전력 갖춰

    냉전시대가 끝나자 세계 각국은 군축에 돌입했다. 한국은 이야기가 달랐다. 정전 상태이기도 했으니 국방력 강화에 돈을 아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502억 달러(약 66조 원)이다. 국방비 지출 세계 순위 10위에 해당한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733억 달러로 세계 13위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경제성장 속도보다 군비 성장 속도가 빨랐다고도 볼 수 있다.



    그 결과 군사력 수준도 수직 상승했다.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고자 한국군은 자주포를 비롯한 포병 역량을 중점 강화했다. 포병 전력만큼은 군사력 1위인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K-9 자주포(K-9) 1100여 문이 전국에 배치돼 있다. K-55 자주포도 1200여 문을 운용한다. 둘만 합해도 자주포 전력이 2300문이 넘는다. 미군이 운용하는 M109A6 팔라딘은 1000문 정도에 그친다.

    전차를 비롯한 기갑 전력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국방백서’(2022)에 따르면 한국군이 보유한 전차는 2200여 대, 장갑차가 3100여 대에 달한다. 해군 전력도 크게 성장했다. 전투함정 90척, 상륙함정과 기뢰전함정이 10척씩 있다. 지원함정도 20척에 달하고, 잠수함도 10여 척 있다. 75년 전 없다시피 하던 공군력도 크게 향상됐다. 전투임무기 410여 대, 감시통제기 70여 대, 공중기동기 50여 대와 헬기 700여 대가 있다.

    한국산 名品

    단순히 무기의 양만 많아진 것이 아니다. 주력 무기는 직접 개발에 나섰다. 1999년 개발한 K-9은 미군의 주력 자주포인 M109A6 팔라딘보다 사거리, 발사 속도, 생존성, 탄약 적재량, 기동성 등 모든 면에서 앞선다.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독일제 PzH2000과 비슷한 성능이다. 

    2008년 배치를 시작한 K-2 흑표(K-2) 전차도 한국군의 자랑거리다. 올해 2월 노르웨이 수출에는 실패했으나 성능은 인정받았다. 당시 K-2와 경쟁하던 기종은 독일의 레오파트르2A7. 전차 강국 독일의 주력 전차다. 노르웨이 방산물자청은 두 전차의 평가 비교표를 공개했다. 표에는 “K-2의 성능은 레오파트르2A7과 동일한데 가격은 더 저렴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군과 공군에서도 국산 무기가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3000t급 장보고(KSS)-Ⅲ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이 실전 배치됐다. 원자력 잠수함이 아닌 일반 잠수함 중 SLBM 탑재함은 도산안창호함이 유일하다. 올해 6월에는 4.5세대 전투기 KF-21이 시제 6호 비행에 성공,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1년 10월 1일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3000t급 잠수함 안창호함이 태극기를 게양한 채 항해하고 있다. [국방부]

    2021년 10월 1일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3000t급 잠수함 안창호함이 태극기를 게양한 채 항해하고 있다. [국방부]

    한국은 무기를 만드는 나라를 넘어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간한 ‘2022년 국제 무기이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18~2022년 전 세계 방산 수출 시장점유율은 2.4%로 세계 9위다. 한국의 무기 수출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9월 16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구매 비용은 30억 달러(4조1490억 원)로 군용 전투기 수출 실적 최대 기록이다.

    한국과 폴란드 정부는 2차 방산 수출 계약을 놓고 무기체계별 현지 생산 및 기술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K-2전차 820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360문 등 2차 계약 물량 가격은 약 30조 원에 달한다. 올해 7월 27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보병전투차량(IFV) AS-21 레드백이 호주 육군 장갑차 사업 우선협상대상 기종에 선정됐다.

    샴페인은 시기상조

    무기 수출 9위, 군사력 평가지수 6위에 올랐지만, 군 관계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군사력이 빠른 기간 가파르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북한과 휴전 중이라 지속적으로 국방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GFP 순위는 단순히 장비의 수만 비교한 것이라 공신력이 떨어진다”며 “(GFP에서는 빠진) 핵무기나 각종 전력 및 훈련 정도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국방력 순위는 세계 20위권 정도”라고 진단했다.

    정항래 전 군수사령관은 “장교 및 병사 수급 문제 등 한국 국방이 해결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며 “북한이 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국방비 비율이 증액되는 상황이니 한국도 국방 전력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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