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민심② “국민의힘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종부세 줄여줬잖아요”

• 노웅래가 아현시장에 자주 왔어요, 근데 후보를 바꿨다대?

• 세금 줄어서 좋긴 하지만 공약 잘 보고 찍어야죠

• 김영주가 그리로 가서 누굴 뽑아야 할지 어렵네, 어려워

• 시장이 오세훈으로 바뀌고 재건축 속도가 빨라져 좋아요

• 대방동 재개발 시원하게 추진해 줄 후보 누군가요

• 이수진이 동작에서 4년간 뭘 했나요? 흑석동은 뻔하죠

한강 이남에서 사대문 안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으레 거쳐야 했던 나루터 마포. 그중에서도 마포갑 선거구(공덕동, 아현동, 도화동, 용강동, 대흥동, 염리동, 신수동)는 1960년대 이후 광화문으로 향하는 대로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인구밀도가 높아진 지역이다. 면적은 마포을의 30% 수준이지만 선거인 수는 마포을의 70%(15만7500여 명·2020년 총선 기준)로 면적 대비 선거인 수는 더 많다. 인구밀도가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뛰어난 교통편이 꼽힌다. 서울지하철 5·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지나가는 공덕역을 중심으로 효성 등 대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고, 광화문과 여의도가 가까워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거주 비율도 높다.

강북에서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3개구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의 형님 격으로 떠오른 것도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현동과 공덕동, 염리동, 대흥동 등에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밀집한 곳이 많았는데 2000년대 말부터 이들 지역에 뉴타운 개발이 시작되면서 거주 환경이 한층 개선됐다. 2010년대 중반 아현동을 중심으로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입주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3040세대 직장인이 대거 이주했고, 공덕 업무지구와 더불어 베드타운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게 됐다.

시장과 아파트, 미묘하게 갈리는 아현동 民心

1930년대 문을 연 아현시장은 지금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운영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총선 민심을 듣기 위해 마포구 아현동을 찾아갔다. 평일 오전 10시쯤, 2호선 아현역 4번 출구로 나서자 스산한 찬바람이 코트 안을 파고들어 겨울의 끝자락임을 알렸다. 출구 왼편으로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따라 3분가량 걸어가니 아현시장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날랜 움직임과 쩌렁한 말소리로 삽시간에 사방이 소란해졌다. 1930년대 문을 연 아현시장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서울시내 몇 안 되는 작은 전통시장이다. 아현시장 중앙로로 들어서자 생선 가게, 과일 가게, 옷 가게, 잡화상 주인들이 좌판을 펴느라 여념이 없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닫힌 상점도 많았지만 일찌감치 바퀴 달린 시장바구니를 끌고 시장을 찾은 연로한 손님들은 발걸음을 찬찬히 옮기며 물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아현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과일 가게 주인 정윤숙(86) 씨는 취재진에게 관심을 보이며 무얼 취재하러 왔냐고 물었다. 마포갑 총선 후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자 “모르겠다”며 대뜸 현역 노웅래 의원에 대해 평가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 가끔 인사하러 찾아오잖아. 그런데 노웅래 씨는 아현시장에 참 자주 왔어. 지역구 위해 열심히 일해서 내가 참 동생같이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에서 후보를 바꿨다고 하대? 누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되면 민주당이 어렵지 않겠어?” 인근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여성 김모 씨 역시 “민주당 후보도 국민의힘 후보도 누군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총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 것인지 묻자 그는 “나는 사람보고 찍으려고 한다. 옛날에 아현시장이 잘될 때는 가게를 2개씩 운영했는데 지금은 하나만 하고 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다시 잘살게끔 노력하겠다는 사람이 최고”라고 말했다.

아현시장 후문으로 나가면 마포구의 부동산 가격을 선도하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위용을 드러낸다. 2014년 3885가구가 입주한 이곳은 원래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었지만 이제는 아현교차로에 서서 한강 방면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큰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다. 84㎡ 매매가는 18억~20억 원에 형성됐고, 대형인 189㎡ 호가는 최고 34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파트 후문과 아현시장은 바로 맞닿아 있다. 신축 아파트와 전통시장. 열 걸음 남짓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아파트 입주 때부터 10년 가까이 거주한 40대 워킹맘 박모 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줄어서 주변에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사람이 꽤 있다. 세금이 줄어서 좋긴 하지만 공약도 잘 보고 찍으려 한다. 아현동이 많이 개발됐지만 정비가 덜 된 곳도 많고, 학군이라든지 교육 면에서는 미흡한 부분도 있어서 그런 쪽으로 공약을 유심히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덕오거리 고층 빌딩 숲을 지나 서강대학교 방면으로 길머리를 틀면 대로변에서 멀어질수록 하늘이 잘 보인다. 높아봐야 10층을 넘기지 않는 건물들과 다세대 빌라, 단독주택이 대흥역까지 쭉 이어진다. 간간이 아파트 단지가 자리하긴 하지만 2010년 후반 천지개벽한 아현뉴타운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6호선 대흥역 인근 대흥동은 노웅래 의원 사무실이 오래 자리 잡고 있던 곳이라 민주당 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흥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박모 씨는 “다들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건 아니다. 요즘 우리 사무실에 들르는 어르신들도 총선 때 ‘누구를 뽑아야 한다’는 게 특별히 없다. 이번에는 후보들이 새로운 사람들이라 어느 쪽에 투표할지 고민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흥역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남모 씨 역시 “양당 이지은, 조정훈 후보 모두 지역구에서 오래 준비해 온 사람들이 아니라서 어느 쪽에 더 정이 간다고 말하기 어렵다. 둘 다 유세를 많이 다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거주한 이들만큼 신규 인구 유입도 상당한 터라 마포갑은 지역색이 뚜렷하다고 보기 어렵다. 역대 총선 성적을 살펴보면 보수와 진보 정당이 번갈아가며 의원을 배출했다. 1992년부터 한나라당 박명환 의원(14·15·16대),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17대),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18대),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19~21대) 순으로 당선됐다. 노웅래 의원은 아버지 노승환 의원이 8·9·10(신민당)·12(신한민주당)·13(평화민주당)대 5선을 기록한 이후 4선을 기록해 부자가 같은 지역구에서 9선을 하는 역사를 남겼다. 그러나 22대 총선에서 노웅래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컷오프돼 5선의 꿈을 접어야 했다.

‘총경’ 이지은 vs ‘국제경제개발 전문가’ 조정훈

6호선 대흥역 사거리. 노웅래 전 의원 사무실과 조정훈 후보 사무실이 마주보고 있다. [박해윤 기자]

민주당은 마포갑에 영입 인재 이지은 전 총경을 전략 공천했다. 이지은 후보는 1978년생으로 부산 남구에서 태어나 경남여고 졸업 후 1997년 경찰대 17기로 입학했다. 2001년 경찰대 졸업 당시 전체 3등, 행정학과 차석을 기록하며 경위로 임관해 서울청 정책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등 기획부서에서 근무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던 기획통이었으나 2017년 지구대장 부임을 자원해 연신내지구대장을 시작으로 홍익지구대장, 화양지구대장을 연임한다. 2021년 지구대장으로는 경찰 역사상 처음 총경으로 승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했다가 전남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으로 좌천됐고, 올해 1월 퇴직하면서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마포갑에서 조정훈 전 시대전환 대표가 신지호 전 의원과 경선을 벌인 끝에 공천을 받았다. 1972년 서울 출생인 조정훈 후보는 1992년 연세대 경영학과 입학 후 대학교 3학년이던 1996년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 삼정KPMG에서 일했다.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개발학 석사 학위를 받고, 세계은행에서 국제경제개발전문가로 일했다. 2012년 세계은행 팔레스타인 사무소 차석, 2014년 우즈베키스탄 세계은행 사무소 대표를 거친 그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로 입당했으나 출마는 불발됐다. 2020년 시대전환 창당 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해 비례 6번으로 당선했다. 이후 시대전환에 복당해 당대표로 지내다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로 입당하면서 흡수 합당됐다.

폴리뉴스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9~30일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마포갑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505명에게 무선 ARS 100% 조사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7.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이지은 민주당 후보가 44.1%,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 38.2%, 김기정 개혁신당 후보 6.3%, 김혜미 녹색정의당 후보 5.7%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은 구청장 하던 분이던데…”

2호선 당산역 너머로 밀집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박해윤 기자]

양화대교를 타고 한강 이남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여의도까지 한강 둔치를 따라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2000년대 초 주거 단지로 변모한 영등포구 당산동(영등포갑)을 찾았다. 2·9호선 당산역 10번 출구로 나가면 지어진 지 20여 년이 지난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완공 당시에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었을 듯했다. 20층 이상 높다란 아파트 단지 입구에 상가가 즐비한데 20여 년 세월의 흔적이 다소 느껴지긴 했으나 공실 하나 없이 꽉 들어차 있다. 이곳은 한강과 당산역이 가깝고 대단지 아파트들이 붙어 있어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84㎡가 16억~17억 원가량으로 가격이 제법 높게 형성돼 있다.

아파트 상가 안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50대 사장 정모 씨는 “김영주 의원은 민주당에서 오래 하신 분인데 이번엔 (국민의힘으로) 또 나오는 모양이네. 민주당에서는 구청장 했던 분이 나왔던데…. 누굴 뽑아야 할지 어렵네 어려워.” 옆에 앉아 있던 50대 여성 김모 씨는 “당을 옮기는 게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김 의원도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나. 유권자들이야 어찌 됐든 먹고사는 게 중요하니까 나는 그런 것 위주로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산동 아파트 단지는 대형 평수 비율이 상당하고, 그곳에 거주하는 노년층 비율이 높아 보수 지지율이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인중개사 정 씨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곳에서 확고한 지지를 받는 정당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사신 토박이 어르신이 많긴 하다. 그분들이야 보수정당을 많이 지지하시는데 그렇다고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기는 아이들 키우기에 환경이 좋아서 3040대 젊은 분들도 계속 찾아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도 꽤 있다. 어느 정당 후보라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산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영등포시장역으로 이동했다. 3번 출구로 나와 좌측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상당한 규모의 영등포시장이 등장한다. 평일 점심 무렵 인근 직장인들이 영등포시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중앙로를 따라 순댓국집이 예닐곱 군데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는데, 일부 맛집으로 소문난 곳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바로 앞에서 곡물을 파는 상점의 80대 여자 사장에게 총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장사하는 사람들 마음 편하게 장사하고, 돈 많이 벌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즘 너무 힘들어요. 코로나 때보다 더 벌이가 안 돼요. 그때는 그래도 지역화폐 쓰러 사람들이라도 왔는데 요즘은 물가도 오르고 다들 돈을 안 쓰려는 분위기라서 갑갑해요.” 총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 생각이냐고 묻자 그는 “김영주 의원이 지역구 위해서 오래 일했다는 건 알지만 탈당했다니까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민주당 찍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영등포시장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이불 가게를 운영하는 80대 남자 사장은 “여기서 장사한 지 30년 넘었는데 시장 내부를 아무리 뜯어고쳐도 해가 갈수록 잘 안된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와도 먹을 것만 사 먹고 가니까 우리랑은 상관없다. 국회의원 후보로 누가 나오든 우리 같은 노인들, 시장 상인들 위하는 정책 펼쳐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현일 vs 김영주 vs 허은아

1950년대 문을 연 영등포시장은 평일 낮에도 일찍부터 문을 연 가게들이 많아 활기가 넘쳤다. [박해윤 기자]

영등포구는 한강과 안양천, 도림천, 대방천이 합류하는 행정구역이다. 지역명에서 알 수 있듯 포구를 중심으로 이동량이 많았던 곳으로 대부분 평지여서 인구밀도가 높다. 특히 영등포갑 선거구(영등포본동, 영등포동, 당산1·2동, 도림동, 문래동, 양평1·2동, 신길3동)는 한강과 여의도에 인접해 일찍부터 도심이 형성된 원도심이다. 지하철 4개 노선이 관통하는데 주요 역을 중심으로 거주지와 번화가가 밀집해 있다. 2호선과 9호선이 지나가는 당산역, 2호선과 5호선이 지나가는 영등포구청역, 1호선 영등포역이 대표적이다.

영등포갑은 1980년대 이후 민주당 계열이 주로 국회의원을 배출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두 차례 보수정당이 승기를 잡기도 했다. 2004년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2008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김영주 의원이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기록하면서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영등포갑에는 3파전이 예고됐다. 민주당에서는 민선 7기 영등포구청장을 지낸 바 있는 채현일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2000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국회의원 이종걸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2016년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 2017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이듬해 영등포구청장에 당선됐다. 2022년 5월 영등포구청장에 재도전했으나 국민의힘 최호권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된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영입해 3월 5일 영등포갑에 전략 공천했다. 1955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그는 1974년 무학여고 졸업 후 서울신탁은행 농구단에서 활동하다가 은퇴 후 관례에 따라 서울신탁은행에 입사해 행원으로 일했다. 당시 여성 차별이 심했던 은행업계의 불합리한 구조에 분노해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1990년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한국노총에서 활동하면서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에 올랐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발탁돼 민주당에 영입됐고, 2003년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으로 일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19·20대 국회의원(영등포갑)을 거쳐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일했다. 2022년에는 21대 국회 입성 후 후반기 국회부의장에 올랐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채용 청탁 비리 의혹을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했고, 그는 이에 반발해 탈당했다.

개혁신당은 허은아 당 수석대변인을 3월 7일 영등포갑에 전략 공천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공천 발표 직후 “(영등포갑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똑같은 민주당 뿌리를 갖는 경쟁 구도에 들어와 있고, 새로운 정치세력과 구 정치세력 심판을 유권자들이 판단하시라고, 허은아 수석대변인 스스로가 영등포에서 노력해 보겠다고 해서 전략 공천자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1972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출신으로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운항과 졸업 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1999년 컨설팅 회사 설립 후 20년간 정치인 및 기업인 등의 개인 브랜딩 코칭 서비스를 하며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국제이미지컨설턴트 한국협회 회장을 맡았다.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8~29일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영등포갑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에게 무선 ARS 100% 조사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7.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채현일 민주당 후보가 44.7%, 김영주 국민의힘 후보가 40.6%, 허은아 개혁신당 후보가 7.0%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의도 원주민은 오른쪽, 신길뉴타운 직장인은 왼쪽

7호선 신풍역 북쪽, 신길뉴타운과 재개발이 한창인 아파트가 대조적으로 보인다. [박해윤 기자]

여의도동은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북서쪽에는 정치·방송업계, 남동쪽에는 금융업계와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다. 5호선 여의나루역 4번 출구로 나서자 바스러질 듯한 외관의 낡은 아파트 단지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여의도공원과 바로 인접한 데다 인근에 상가를 제외하고는 상업지역도 없어 거주지로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했으나 아파트 연식만은 넘지 못한 산처럼 느껴졌다.

여의도에서 10여 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삼부아파트 조합원 50대 최모 씨는 그래도 살 만하다고 말했다. “삶의 질만 놓고 보면 조용하고 쾌적한 데다 여의도 안에서 웬만한 건 다 해결할 수 있으니 좋아요. 여기는 원주민도 많지만 낡아서 세를 주고도 떠나지 않고 여의도에 계속 사는 사람이 많죠. 주민들이 대체적으로 느긋한 편이에요.” 총선 민심에 대해 묻자 “정치는 잘 모르지만 김민석은 철새 이미지가 있어서 별로”라며 “옛날에 2번이나 당선했으면서 4년 전에 또 나왔는데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됐으면 좋겠다. 서울시장도 오세훈으로 바뀌고 재건축 속도도 빨라지고 얼마나 좋나”고 말했다.

여의도동 남쪽, 신길1동으로 향하면 야트막한 다세대주택가가 한참 펼쳐진다. 공군회관 서쪽으로는 재개발을 기다리는 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이 모여 있다. 건물은 낡았지만 지역 자체는 조용하고 걸어서 이동해야 하지만 한적해서 살기는 좋아 보였다. 이곳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안모 씨는 “그래도 재개발을 해야지 집값도 올라가고 좋다. 여기는 조합원이 많기는 해도 다들 재개발을 원한다. 오세훈 시장 되고 나서 재개발이 빨라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뽑아야 나아지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신길 1동을 지나 7호선 신풍역 쪽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대로변 양쪽에 20층 이상의 높다란 신축 아파트 단지가 펼쳐진다. 신길뉴타운은 그야말로 신길동의 새로운 마을로 천지개벽했다. 이곳은 여의도에서 멀지 않아 직장인의 베드타운으로도 자리 잡았다. 여의도 금융회사에 15년째 근무 중인 40대 남성 한모 씨는 신길뉴타운에 거주한 지 5년째라며 장점을 줄줄 열거했다. 그는 “직장이 여의도역 근처인데 신림선은 여의도역을 지나지 않아 버스로 출퇴근하지만 금방이라 편하다. 뉴타운이라 새 아파트가 많아 주거 환경이 좋고, 여의도에 비해 물가가 싸서 생활비도 적게 든다. 유입 인구가 많아 애들 학원도 많이 생겨 초등학생 아이들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지 묻자 그는 “고심하고 있다”며 “사실 현 정부가 하는 대부분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의대 정원 확대나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도 ‘정책적’ 필요보다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다. 원래부터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터라 이번에도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길뉴타운에 거주하는 40대 워킹맘 최모 씨는 “여의도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가 대부분 구축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신길뉴타운은 신축에 가격도 괜찮아서 매수하고 들어왔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 개발과 거주 환경 개선 공약을 펼치는 후보를 뽑으려 한다. 그래야 부동산 가치도 확 올라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돌아온 현역’ 김민석 vs ‘오세훈의 입’ 박용찬

1호선 대방역 인근 고층 아파트 단지. 대방역 너머 여의도 고층 빌딩 숲이 보인다. [박해윤 기자]

영등포을 선거구는 묘한 곳이다. 금융업무지구와 40여 년 노후화로 재건축이 한창인 아파트 단지가 있는 여의도동은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하다. 반면 신길1·4~7동, 대림1~3동의 분위기는 재개발이 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민심이 나뉠 정도로 거주 환경도, 분위기도 다르다. 특히 교통편은 이 지역의 고질적 문제다. 서울지하철 1호선과 서울 경전철 신림선이 영등포을 지역구의 주변부를 지나다 보니 동네를 관통하는 지하철이 없어 대다수 주민은 버스에 의존한다. 신길3동과 대림3동을 지나는 신안산선 공사가 한창이지만 지하철 노선 3개가 지나가는 영등포갑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2010년대 이후 신길뉴타운이 형성되면서 거주 환경이 개선됐으나, 신길동에는 여전히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옹기종기 모인 곳이 많아 재개발을 요구하는 주민이 상당수다.

최근 세 차례 총선 전적을 보면 영등포을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13·14대 나웅배 의원(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 15·16대 김민석 의원(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이 당선했다. 16대 재보궐 선거와 17·18대 총선에서 권영세 의원(한나라당)이 3선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19·20대 신경민 의원(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21대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해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여왔다.

영등포을에 출마하는 후보는 현역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박용찬 후보다. 이들은 2020년 21대 총선에 맞붙은 후 재대결을 앞두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2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 1985년 서울대 총학회장과 그해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을 하던 중 투옥돼 3년간 옥살이를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스물일곱의 나이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 1994년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정치학 석사, 이듬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를 수료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재도전해 서른한 살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압승했다. 그러나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에 밀려 낙선, 이후 탈당과 복당 등 정치적 부침을 겪다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하며 국회에 복귀했다.

박용찬 후보는 1964년 서울 출생으로 여의도고 졸업 후 1983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1991년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했다. 뉴욕특파원을 거쳐 사회부장, 시사제작국장, ‘100분토론’ 앵커 등을 역임했다. 2018년 퇴사 후 자유한국당에 입당, 대변인을 거쳐 2020년 21대 총선에서 영등포을에 출마했으나 김민석 후보에 5.9%포인트 차로 패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 대변인을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건널목마다 재개발 투자 전단

7호선 장승배기역 인근에는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박해윤 기자]

1호선 대방역 6번 출구에서 남쪽 대로변을 따라 걸어 나오면 오른쪽은 영등포구 신길동(영등포을), 왼쪽은 동작구 대방동(동작갑)이다. 대방역부터 신림선 서울지방병무청역까지 1㎞가량의 대로변에는 대방동 고층 아파트 단지가 이어진다. 대방동 중심부의 대방공원 주변부에 형성된 아파트 단지는 대체로 1990~2000년대 지어진 데다가 공원 및 체육시설 접근성이 뛰어나 거주 환경이 비교적 좋은 곳으로 평가된다.

대방공원 인근 아파트 앞에서 만난 80대 여성 최모 씨는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이라면서 동네에 대해서 묻자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분양 받아서 입주한 이후로 35년째다. 지금 아파트 노인회장을 하고 있다. 동네가 조용한데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조용한 게 좋다”고 말했다. 총선 민심에 대해 묻자 그는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이번에 보수를 지지한다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변화가 싫다. 이번 선거에서는 동작갑에서 보수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 사무실이 있는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으로 옮겨 가니 사뭇 다른 분위기의 거리가 펼쳐졌다. 5층짜리 낮은 상가 건물들이 4차선 도로 양옆으로 늘어서 있고, 좌판을 인도까지 펼치고 장사하는 가게들이 이목을 끌었다. 성대전통시장 인근 과일 가게는 30대 젊은 남자 사장이 목소리를 높이며 손님을 끌었고, 4050대 주부들이 평일 오후 장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50대 여성 이모 씨는 “과일 좀 사려고 보는데 젊은 사장들이 물건도 잘 떼어오고, 가격도 맞춰줘서 좋다”고 말했다. 성대전통시장 초입에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의 사무실이 있는데 어떤 후보에게 호감을 느끼느냐고 묻자 그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장진영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 여기서 변호사 사무실도 오래 하고 주민들한테 인사도 잘 하는 사람이다. 지역구도 잘 챙기고 서민 경제도 잘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한 정거장 떨어진 7호선 장승배기역 앞에는 민주당 김병기 후보 사무소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거주지가 가까운 데다가 인근 곳곳에 재개발 공사가 한창인 동네여서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2번 출구 건너편으로는 동작구 종합행정타운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완공되면 노후화된 지역 분위기를 한결 나아지게 만들 것으로 보였다. 5번 출구 쪽 대로변을 따라 내려가면 노량진뉴타운, 지역주택조합 등 재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건널목마다 분양 전단을 배포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 전단지를 나눠주던 50대 남성 정모 씨는 “바로 옆에 사업지가 있는데 구경 가겠냐”며 호객 행위를 했다. 총선을 앞둔 동작갑 분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적어도 여기 상도4동은 재개발 기대감이 상당하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문의하는 사람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동작갑 후보에 대해 묻자 “민주당에서 오래 집권한 동네라 뒤집기 어렵지 않나 싶은데, 재개발은 신통기획이다 뭐다 해서 국민의힘이 길을 터주니까 개인적으로는 국민의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명’ 김병기 vs ‘변호사’ 장진영 再대결

동작구 흑석동은 2010년대에 흑석뉴타운 개발 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고, 지금도 곳곳에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박해윤 기자]

동작갑은 한강대교 남단에서부터 여의도 남단 1호선 대방역까지, 동작구의 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선거구다. 대방동과 상도2~4동, 노량진1·2동, 신대방1·2동이 속하는데 노량진 고시촌과 수산시장, 노량진뉴타운과 대방동 재개발 지역 등이 주목받는 곳이다. 신림선과 1·7·9호선이 관통해 비교적 교통편이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 지역이다. 역대 총선 전적을 보면 13대부터 16대까지 보수 진영의 서청원 의원(통일민주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이 내리 4선을 했고, 17대부터 19대까지는 진보 진영의 전병헌 의원(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이 내리 3선을 했다. 20대와 21대는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재선에 성공했다. 1990년대까지 보수세가 완연했으나 2004년 17대 총선 이후로 진보 지지세가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동작갑에서는 4년 전에 이어 재대결이 펼쳐진다. 현역 김병기 의원은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으로 현재 대표적 친명 인사로 꼽힌다. 1961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그는 경희대 국민윤리학과 졸업 후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가 25년 간 인사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고,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개혁TF에서 일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까지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해직당해 부당해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 권유로 입당해 정계에 입문했고, 그해 동작갑에 전략 공천돼 당선했다.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5년 서강대 법학과 졸업 후 아시아나항공과 코오롱 법무팀에서 근무하다가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법무법인 서린 근무 당시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맡았고, 2010년부터 법무법인 강호 파트너변호사로 일했다. 2016년 국민의당 입당 후 대변인으로 일하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동작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18년에는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동작구청장에 도전했다가 낙선했고,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지역구를 변경해 동작갑으로 출마했으나 또다시 낙선했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2022년 대선을 기점으로 동작갑 민심의 기류가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는 김병기 후보가 장진영 후보에게 12.4%포인트 비교적 큰 표 차로 앞섰지만,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4.8%포인트 차로 앞섰다. 2022년 동작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박일하 후보가 민주당 오영수 후보에게 7%포인트 차로 앞서며 보수 진영이 격차를 더 벌렸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31일~4월 1일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영등포갑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에게 무선 ARS 100% 조사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8.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김병기 민주당 후보 46.4%,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 35.0%, 전병헌 새로운미래 후보 4.7% 지지율을 기록했다.

‘새 얼굴’ 류삼영 vs ‘女전사’ 나경원

2‧5호선 사당역은 서울의 손꼽히는 교통 중심지로 유동인구가 상당하다. 사진은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박해윤 기자]

동작구에서도 동쪽, 서초구와 맞닿은 동작을 선거구는 강남4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주공 아파트의 재건축으로 인근 사당동과 흑석동으로 이주한 이들이 적지 않고, 흑석동 재개발로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동작을 선거구는 2·4·7·9호선을 끼고 있고, 특히 사당역과 이수역, 동작역은 2개 노선이 교차해 유동 인구도 상당하다. 중앙대, 숭실대 등 대학가도 포함돼 있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어느 진영이 우세하다고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13·14대는 박실 의원(평화민주당·민주당), 15·16대는 유용태 의원(신한국당·새천년민주당), 17대 이계안 의원(열린우리당) 순으로 당선했다. 18·19대는 정몽준 의원(한나라당·새누리당), 19대 재보궐선거와 20대는 나경원 의원(새누리당)이 보수정당으로 나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이후 21대 총선에서는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당선했다.

22대 총선 동작을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류삼영 후보와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대결한다. 류삼영 후보는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찰대에 진학, 1988년 경위로 임관했다. 주로 부산·경남 지역을 돌며 근무하다가 2019년 부산영도경찰서장, 2021년 부산지방경찰청 반부패수사대장, 2022년 울산중부경찰서장을 역임했다. 승승장구하던 류 후보는 2022년 행안부 내 경찰국 설립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최했고, 이를 이유로 대기 발령을 받았다. 행정소송을 냈지만 2023년 7월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으로 발령되자 보복 인사라며 반발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3호로 입당, 올해 3월 동작을에 전략 공천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동작을에 단수 공천받아 해당 지역구에 4번째 도전한다. 1963년 서울 노량진동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여고 졸업 후 1982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5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근무 후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여성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대변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을 두루 거쳤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중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0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올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그해 정몽준 의원 지역구였던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2년 뒤에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2018년 21대 총선에서는 동작을에 출마한 판사 출신 이수진 후보(더불어민주당)에 7.12%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후보 인지도 차이 커

동작을에서도 흑석동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9호선 흑석역 4번 출구로 나와 3분가량 걸어가면 언덕 지형에 새로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 흑석아크로리버하임이 등장한다. 2019년 1073가구가 입주한 이곳은 신축인 데다 한강 조망권이 확보돼 84㎡가 20억~25억 원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아파트 맞은편에는 아직 재개발이 되지 않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어 흑석동 초입의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해당 아파트 사람들은 나경원 후보에 대한 친밀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아파트 앞 상가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40대 여자 사장 최모 씨는 “지난해 4월에 나경원 후보가 이 아파트에 전세로 이사 왔다. 오며 가며 봤다는 사람도 많고, 지역구를 잘 챙기고 다니니까 모르긴 몰라도 아파트 주민 90%는 나 후보를 찍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 류삼영 후보에 대해서는 “TV에서 몇 번 본 거 같은데, 동작구에 연고도 없는 사람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앙대 앞을 지나 고지대로 올라갔다. 재건축이 한창인 공사 현장 인근을 지나가던 40대 남성 김모 씨는 “요 아래 상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데 가게 오픈 준비하러 가는 길이다. 흑석동에서 오래 살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흑석동 민심을 묻자 “한 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흑석동 사람들 상당수가 나경원 후보를 찍을 듯하다는 것이다. 가게 온 손님들이 ‘이수진이 4년 동안 지역구를 위해 한 일이 없다’며 이번에는 나경원 찍을 것이라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현충원 남쪽, 사당1~4동은 7호선 남성역과 이수역, 2·4호선 사당역을 끼고 있어 교통편이 좋고 남성초·사당중·동작고 등 학군이 괜찮은 편인 데다 2000~201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있어 거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7년째 거주한다는 40대 여성 김모 씨는 “보유 아파트 재건축 기간에 잠깐 살려고 왔는데 아이 키우기 괜찮아서 계속 살고 있다. 물가가 인근 반포에 비해 싸고 남성시장에서 장보는 재미도 있어서 살기 괜찮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 것인지 묻자 그는 “4년 전에는 전체적으로 민주당의 인기가 높았으니까 이수진 의원을 찍은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뭐 민주당이 4년 동안 잘했냐고 물어보면 특별히 와닿는 것이 없다. 후보를 떠나 정당만 놓고 보더라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TV조선이 여론조사 공표금지(4월 4일 이후) 이전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월 22~24일 동작을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에게 무선 ARS 100% 조사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1.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44%,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34% 지지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