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최순실 ‘독일 집사’는 통일교 ‘국가메시아’ 사위

최순실-박근혜-통일교 인연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입력2016-12-06 13: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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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 신도대책위 “핵폭탄 공개하면 대통령 하야”
    • 데이비드 윤과 가족처럼 지낸 前 세계일보 사장
    • 통일교 관련 인사와 연결된 최순실 독일 인맥
    • 통일교 재단 “제기되는 의혹은 모두 사실 무근”
    “우린 두려울 게 없다. 한 방 더 강하게 나가라.”

    2014년 12월 초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훈독회 발언은 거침없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우리밖에 배워줄 사람이 없다” “세계일보가 이 정부를 교육하는 신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28일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제목의 ‘세계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의 일이다. 세계일보는 청와대 3인방(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비롯한 10인을 중국 후한 말 환관 ‘십상시’에 빗댄 청와대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공식 직함이 없는 정윤회 씨가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정치권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세간의 ‘그림자 실세’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윤회 문건’ 악연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인사 8명은 보도 당일인 11월 28일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사회부장, 기사를 작성한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따라 통일그룹 계열사 세무조사가 강화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통일교 내부에서 나오던 시점에 조한규 당시 세계일보 사장과 500명가량의 목회자가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훈독회에서 한 총재는 이렇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 총재는 “이번에 여러분이 세계일보로 인해서 많이 좀 어떻게 될까 동요하고 우려하고 그런 식구들이 있을 거라고. 그런데 먼저 오늘 아침에 우리가 훈독했듯이 이 사건이 전환기가 된 거는 공적이냐 사적이냐를 생각해줘야 돼”라고 운을 뗐다.

    한 총재는 “(세계일보가) 이 정부를 교육하는 신문이 되는 것이 맞아”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정의사회 구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나 외적인 기관들은 공적(公的)이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 총재는 “우리는 두려울 것 없어” “세계일보도 마찬가지야, 두려울 게 없어” “우리의 진실을 밝히면 돼”라고 독려했다.

    “통일교회의 신문? 괜찮아. 무지에는 완성이 없다고 했어. 알아야 현명한 판단을 하는 거야. 이 백성이, 이 정치인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배워야 해. 우리밖에는 배워줄 사람이 없어. 사실 아닌가? 그러니까 한 방 더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알겠습니까?”

    ‘신동아’는 한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을 녹음한 파일을 입수해 2015년 2월호에 “‘정윤회 문건’ 통일교 세계일보 막전막후 : ‘우린 두려울 것 없다. 한 방 더 강하게 나가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현실’이 된 2년 전 예측

    통일교 신도대책위원회가 2014년 12월 17일 작성한 ‘청와대 사태에 대한 특별보고’ 문건은 현재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하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3인방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대목이 등장한다. 신동아가 입수한 이 문건의 일부를 소개한다.

    “세계일보의 보도 내용이 정당하다는 국민의 심판이 현실이다. 청와대가 사실을 묻고 수사를 종결해도 이른바 청와대 실세 3인방과 십상시들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에는 특검으로 이어져 지금보다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청와대가 통일그룹을 상대로 보복할 여유가 없다. 설령 보복하더라도 국민 여론과 야당이 용서하지 않는다.”

    “세계일보가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8개의 청와대 특급 정보가 알려지면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청와대가 잘 안다. 청와대와의 전면적인 전투는 피하면서 견제구 피칭으로 앙칼지게 대들면서 대처하는 방어전략을 펴는 것은 사실상 필요한 조치로 여겨지지만 무장해제하면 신뢰성의 타격을 받는다. (통일그룹) 계열사 한 곳이라도 특별 세무조사를 받는다면 보복성 조사라고 여겨져 청와대가 곤경에 처할 것이다. 청와대 보복으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 우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나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청와대의 압력에 굽힐수록 더욱 그 발 아래 밟힐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는 교훈을 생각한다. 세계일보에 8개나 되는 핵폭탄이 있고 국민이 잘했다고 지지하는 한 하늘의 섭리는 기필코 보호되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당시 통일교 측은 이 문건을 내놓은 ‘신도대책위원회’에 대해 “통일교 신도대책위원회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재단과는 상관이 없다”면서 거리를 뒀다.  


    朴 대선출마 선언 때도 관여

    ‘서울신문’은 11월 1일 ‘데이비드 윤, 박 대통령이 獨 갈 때마다 꼭 만나는 사람’ 제하 기사에서 “최순실 씨의 ‘숨은 조력자’로 확인된 ‘데이비드 윤’ 씨는 독일에서 ‘박근혜와 통하는 사람’으로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유력자들 사이에서 거물급 인사로 성장해왔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12년쯤 윤씨를 네댓 번 만난 적이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부터 독일을 갈 때마다 꼭 만나는 사람이라고 소개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윤 씨의 아버지는 윤남수 전 세계일보 유럽본부장이다. 윤남수 씨는 “박 대통령, 2006년 독일서 17대 대선 출마 선언 때도 ‘최순실’ 있었다” 제하 TV조선 기사에 등장한다. 윤씨는 TV조선의 질문에 “(박 의원을 데리고 온 게 최순실 씨인가요?) 그렇죠 그렇게 봐야죠. 그걸 만든 게 최순실 씨가 밑에서 했으니까 해다오. 그래서 오케이.” (대동한 사람은요?) 한국에서는 뭐 정윤회 씨하고 최순실 씨하고 박 대통령. 그 당시에는 박 의원이지”라고 답한다.

    파독 광부 출신인 윤남수 씨는 당시 독일 한인회장을 맡고 있었다. 윤씨의 아들 데이비드 윤 씨가 박 대통령이 독일에 올 때마다 통역을 맡았다고 한다.   

    독일에서 18년간 생활한 사광기 전 사장과 윤남수 씨는 친분이 두텁다. 사광기 전 사장은 세계일보 사장을 맡았을 때 ‘세계일보 사장배 재독한인 골프대회’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 열었다(2003~2006년 4회 실시).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지낸 곳도 프랑크푸르트 주변이다. 사 전 사장과 윤씨는 이 골프대회에 나란히 참가했다. 사 전 사장은 2006년 2월 1일 열린 세계일보 창간 기념식에서 윤씨에게 공로상도 수여한다.  

    윤남기 씨의 아들 데이비드 윤 씨의 장인은 김윤상 씨로 통일교 세이셸 ‘국가메시아’다. ‘세계일보’ 5월 11일자에 실린 부고(訃告) 중 하나를 보자. ‘김윤상 씨(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아프리카 세이셸 국가메시아) 모친상, 사광기 씨(전 세계일보 사장) 장모상=11일 오후 3시 충남 아산시 충무병원 국화원 발인’.

    요약하면, 사광기 씨의 부인이 김윤상 씨의 여동생이고, 김윤상 씨의 딸이 윤남수 씨의 아들 데이비드 윤 씨와 결혼했다. 데이비드 윤 씨와 김씨의 딸은 이후 이혼했지만, 최순실 씨의 ‘독일 집사’가 한때 통일교 국가메시아의 사위였던 것이다.



    “최순실 한 번 봤을 뿐…”

    최순실 씨의 독일 생활을 도운 인물로 유○호, 유○준 씨도 등장한다. 유○호 씨는 최씨의 독일 법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유○준씨는 데이비드 윤 씨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유○준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윤 씨의 아버지인) 윤남수 씨가 최씨를 도우라”고 요청해 최씨와 딸 유라 씨의 승마 관련 일을 도왔다고 밝혔다.

    최순실, 정윤회 씨가 1990년대부터 독일에서 운영하던 사업체를 최근까지 돌봐준 이들, 최씨의 독일 거주와 도피 생활을 도운 이들은 이렇듯 통일교 관련 인사들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최순실 씨가 사광기 전 사장을 이탈리아 대사로 추천했다거나 최씨 인터뷰를 통일교 유럽 총책이 주선했다는 의혹은 사실일까. 이에 대해 사광기 전 사장은 “최순실 씨는 독일 있을 때 한 번 본 정도”라면서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탈리아 대사 건은….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 밀었으면 (대사가 됐지) 안 됐겠나.”

    ▼ 데이비드 윤 씨 등과 가깝지 않나.   

    “쓸데없는 말이 나온 것이다. 내 처조카들이 데이비드 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고 그랬다. 데이비드 윤과는 가족처럼 지냈다. 최순실 씨가 (데이비드 윤 아버지) 윤남수 씨 등과 잘 안다. 나는 최순실 씨를 한 번 본 적 있는 정도다. 윤남수 씨와 내가 아주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윤씨가 세계일보 유럽본부장을 지내지 않았나. 윤씨는 정윤회 씨가 독일 오면 골프 치고 그랬는데 나는 정씨와 안 쳤다. 최순실 씨 인터뷰한  R 기자는 통일교인을 대상으로 한 독일의 한국어 교사 모집 때 선발돼 프랑크푸르트에 왔다. 한국어 교사를 마치고 세계일보에 들어갔다. R 기자와 나는 같은 통일교인인 데다 내가 유럽 회장할 때 독일에 왔으니까 잘 안다. 세계일보에서는 사장과 사원이었다.”

    ▼ 정윤회 문건 파문 때 세계일보 사장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세계일보 기자들 평가에서 역대 사장 중 가장 좋다더라. 내정이 됐든 안 됐든, 결과적으로 취임을 안 했으니까 나싱 해픈(Nothing happen) 아닌가.”

    ▼ 2014년부터 통일교 서유럽 순회사(서유럽 특명총사)를 맡았다.

    “지금은 유럽하고 관계없다. 한국 순회사다. 작년 2월부터 한국 순회사다.”  



    “뭘 얻겠다고 최순실 돕나”

    R 기자는 세계일보를 통해  “독일 현지에서 연수를 한 경험이 있어 (아는) 현지 교민에게 ‘선이 닿으면 최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한 교민에게서 ‘잘하면 최씨를 대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와서 (독일로 가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호열 통일교 대외협력본부장은 사광기 전 사장이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세계일보 사장으로 내정된 적이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 통일교 관계자들이 최순실 씨를 독일에서 도왔다는 의혹이 있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통일교가 한국에 버젓이 있는데도 물어보지도 않고 떠들더라. 사광기 씨가 관여할 겨를이 어디 있으며, 뭘 얻겠다고 최순실 씨를 돕겠나.”

    ▼ 데이비드 윤 씨의 아버지 윤남수 씨가 세계일보 유럽 본부장이었다.

    “4~5년 전에 그만뒀다. 내가 알아보니 데이비드 윤이 최순실이나 정윤회가 오면 통역도 했더라. 데이비드 윤이 13년 전에는 우리 교회와 관계가 있었던 것 같으나 그 이후에는 없다. 통일교가 NGO(비정부기구) 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런 데 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교회라는 것이 왔다가 그만두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은 것 아닌가.”

    ▼ 통일교 재단과는 무관하다 해도 일부 통일교인이 최순실 씨를 도왔을 수도 있지 않나.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일부의 어떤 사람도 최순실 씨와 관계하는 게 없다. 다 확인하고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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