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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반돌이·‘범생이’장군이의 종횡무진 지리산 방랑기

냉장고 게장 꺼내먹고 쌀통 훔쳐 줄행랑

‘문제아’ 반돌이·‘범생이’장군이의 종횡무진 지리산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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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는’ 관리팀 위에 ‘나는’ 반돌이였다. 반달곰 관리팀은 가출한 반돌이를 눈앞에서 놓쳤다. 잠복중이던 대원들이 랜턴을 켜자 놀라 숲 속으로 달아나버린 것. 불빛을 보고도 가만히 있던 예전과 달리 야성을 회복했다는 증거다. 사람의 허를 찌를 만큼 영민하고 자연에 잘 적응하고 있는 방사곰 반돌이와 장군이를 찾아 눈 쌓인 지리산을 올랐다.
‘문제아’ 반돌이·‘범생이’장군이의 종횡무진 지리산 방랑기
1월5일 지리산국립공원 해발 1400m 지점. 안테나, 수신기, 무전기 등으로 무장한 반달가슴곰(이하 반달곰) 관리팀 대원들이 ‘장군이’를 추적중이다. 장군이의 목에 달린 발신기에서 나는 신호음을 따라 도착한 지점에는 눈이 소복하다. 포근한 겨울을 만끽하고 있는 산 아래와 달리 정상 부근에는 칼바람이 분다.

“삐∼, 삐∼” 발신음은 규칙적으로 또렷하게 들렸지만 장군이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드디어 커다란 바위 뒤에 웅크리고 있던 장군이가 빼곰이 얼굴을 드러낸다. 장군이를 발견한 한상훈(43) 팀장이 대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동물들’에 장군이가 놀라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이미 120kg의 거구가 된 장군이 역시 대원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장군이는 5분 가량 대원들 앞에서 어슬렁거리다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다.

“매일 장군이의 위치를 파악하고 탈출한 반돌이를 찾기 위해 산에 오릅니다. 발신음이 또렷이 들려도 장군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올 때가 많아요. 오랜만에 장군이의 건강한 모습을 확인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한상훈 팀장의 이야기다.

이제 국민적 관심사가 된 반달곰 장군이와 반돌이는, 1998년 환경부가 주도한 ‘멸종 위기 야생동물 복원기술 개발’ 프로젝트와 함께 탄생했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중에서도 단군신화의 주인공인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329호) 복원이 가장 핵심적으로 진행됐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반달곰은 한반도 곳곳에 서식했다. 그러나 일제시대의 무분별한 남획,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그릇된 보신문화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 무인 카메라에 야생 반달곰이 찍혀 지리산 일대가 야생 반달곰의 서식지임이 밝혀졌지만, 개체수는 10마리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개체가 한 지역에서 자손을 내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개체수를 최소 50마리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대로 둔다면 지리산 야생 반달곰은 멸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은 국내 반달곰과 거의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중국산 새끼 반달곰 네 마리를 들여와 3개월의 야생적응훈련을 거쳐 2001년 9월 지리산에 방사했다. 연구팀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방사곰들의 목에 발신기를 달았다. 이는 국내 최초의 야생동물 복원 시도였다.

반순이는 죽고 막내는 적응실패

반달곰 수컷 두 마리는 반돌·장군, 암컷 두 마리는 반순·막내로 이름지었다. 하지만 막내는 방사 후 등산객을 따라다니는 등 야생 부적응 상태를 보여 한 달 만에 하산, 현재 관리팀 사무실 근처 농장에서 살고 있다. 어릴 적 장염에 걸렸을 때 사람들의 극진한 보호를 받아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반순이는 2002년 7월 올무에 걸린 주검으로 발견됐다. 야생상태 부적응으로 인한 아사(餓死)인지, 밀렵꾼들의 소행인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 반돌, 장군 수컷 두 마리만 지리산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반돌이는 지난해 11월 발신기 교체를 위해 포획했으나 보호시설을 탈출하는 바람에 현재 발신기 없이 완전 자유의 몸이 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관리사무소 남부지소 산하 곰 관리팀(이하 곰 관리팀)이 조직된 것은 2002년 5월이다. 국립환경연구원 김원명 박사가 이끌던 연구팀이 네 마리의 어린 새끼를 데려다가 야생적응 훈련을 시키고 방사하는 1차 과정을 책임졌다면, 한상훈 박사가 이끄는 곰 관리팀은 장군이와 반돌이가 야생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보호·관리하는 2차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관리팀은 곰의 특성과 서식지, 먹이 등을 연구해 2011년까지 50마리의 반달곰을 지리산 일대에 증식시키는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곰 관리팀 대원들은 국내외 대학과 대학원에서 야생생물을 연구하고 수년간 현장경험을 거친 베테랑이다.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포유동물에 대해 연구한 동물학 박사 한상훈 팀장을 필두로 박소영 차인환 문홍석 정두성 최태영 정상욱 하정욱 박선홍 조동현 차수민 김선두 박승우 강도영 이윤수 박성환 김종백 대원이 장군이와 반돌이의 ‘어미 곰’ 역할을 하고 있다. 대원들 대다수가 30세 전후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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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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