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자리에 예정에 없이 동석한 학원 관계자가 “올해 (경기권) 외고 입시 원서를 쓸 때 교장과 학교 담당자가 학원에 찾아와 ‘잘 부탁한다’면서 ‘(학원) 선생님들 식사하시라’고 봉투를 건넸다”고 했다. 경기도 소재 외국어고 교장으로부터 직접 봉투를 받은 그는 봉투 속에 수십만원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초면인 그에게 하는 일에 대해 묻자 경기도 소재 한 외고 전문 입시학원 고위관계자라고만 밝혔다. 더는 묻지 말라고 했다. 학원계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그는 학원 소재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그는 “그날 (외고) 교장 등이 학원을 방문해 시험 출제 경향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며 “그 정도는 돈 거래 없이 학교측이 학원에 ‘인사치레’로 제공하는 것이 관례”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에게 “외고 교장의 ‘잘 부탁한다’는 말에 담긴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기네 학교를 많이 지원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원서는 학교에서 써주지 않는다. 지원자 스스로 작성해 해당 특목고에 제출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목고의 입학서류 작성 및 진학상담은 학원 몫이 된 지 오래다.
“합격 가능한 외고, 우리 학원이 추천”
대원·한영·대일외고 등 학생들이 ‘알아서’ 몰리는 서울권 외고를 제외한 경기권 외고들은 학생 유치 경쟁이 심하다. 학교측이 학원에 몸을 낮추는 것은 지원자가 많이 몰려 경쟁률이 세야 학교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월14일 오후, ‘교육특구’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특목(외고) 전문학원으로 유명한 학원에 전화를 걸어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둔 학부모”라고 둘러대고는 외고를 지원할 때 학생과 학부모가 준비할 점은 뭐고 입학원서는 어떻게 쓰는지 물었다.
“우리 학원에서는 매달 모의고사를 통해 학생의 성적을 관리한다. 입학원서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상담해 쓴다. 특히 외고 입학원서를 쓸 때는 학생이 합격 가능한 외고를 우리 학원이 추천해준다.”
상담자의 설명 중 유난히 ‘추천’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추천. 이 두 글자가 학교와 학원 관계를 돈독하게 연결하는 고리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학원이 추천하는 학교에 입학원서를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에 응시해야만 합격할 확률이 높다”는 학원측 조언을 무시하고 소신껏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간 큰’ 학부모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