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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들이 보는 삼성의 오늘

“국민 지지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승계 ‘절차’와 ‘분위기’가 유일 변수”

‘삼성맨’들이 보는 삼성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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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들이 보는 삼성의 오늘

매년 4000억원이 넘는 돈을 사회 공헌사업에 내놓는 삼성.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 빛이 바랬다.

“삼성은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예외나 일탈이 허용되지 않는다. 내부에서조차 냉혹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지만 직원들은 엄격한 상명하복의 원칙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높은 보상을 받는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관리경영을 펼쳐온 것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임직원들의 크고 작은 불만들을 재빨리 파악하고 해소하는 관리 위주의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독기를 품고 달려든 임직원들도 회유와 설득으로 잘 이끌어왔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조직보다 라인에 충성?

하지만 이런 철저한 관리에서 비롯된 폐쇄성이 한 명의 내부고발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반성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모 과장은 “삼성의 관리경영은 기업의 성장기에서는 유효하지만 성숙기 혹은 변혁기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요즘엔 조직의 이런 일사불란함과 완벽주의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지금 삼성은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은 잘 발달된 데 반해 수평적 문화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삼성맨들 중에는 삼성이라는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보다는 ‘라인’에 충성하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원 삼성중공업 고문은 얼마 전 펴낸 ‘삼성 기업문화 탐구’라는 책에서 “지금 삼성은 갈수록 냉정하게 변질되는 관리식 기업문화로 문제에 봉착했다”며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의 조직문화를 둘러싼 논란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데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차 매각 등의 영향으로 ‘성장과 확장’보다는 ‘관리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물산의 한 임원은 “원래 삼성은 성장을 중시하는 ‘기획통’과 안정을 유지하려는 ‘재무통’ 간의 건전한 경쟁 속에서 발전했는데, 삼성차 매각 등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재무통의 입지가 확고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소 부족한 수동적, 보수적인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과장급 이하 젊은 삼성맨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높다. 삼성그룹 내부통신망 ‘싱글’엔 지난 11월5일 김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 후 이틀 동안 200건이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가 산다” “삼성인들 모두 단결해서 위기를 극복하자” 등 삼성을 옹호하는 내용이 주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내용이 올라왔다. “무조건 충성하자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본다” “(비자금 폭로와 관련해) 최고 경영진과 최하위 말단사원의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다” 등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싱글’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과 달리 댓글을 올리면 소속과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내부통신망이다. 따라서 그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다. 일사불란한 조직문화로 정평이 난 관리의 삼성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일부에선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삼성SDI의 모 과장은 “실명으로, 그것도 부정적인 의견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뀐 것 아닌가. 과거 같으면 불이익을 당하고 해당 댓글도 바로 삭제됐을 것이다. 이는 매우 긍적적인 변화 조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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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아시아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bobos@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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