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부터 5월까지 하루에 두 번 일산-남양주 왕복. 추운 겨울 소파에서 웅크리며 졸다. 왜. 1시간에 한 번씩 봐야 하니.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니까. 6월부터 인부 인건비 한 달 200원(※200만 원의 오기로 보임)….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위)와 ‘점으로부터’.
이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문서에 적힌 현씨 및 이씨 부자의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현씨와 이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씨의 아들은 “2012년 현씨가 아버지에게 소포를 두어 번 보내와 그 이름을 본 기억이 있는 정도”라며 “문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내가 현씨를 만난 기억도, 그에게서 물건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문서를 받은 때는 2013년 5월인데, 내용에는 현씨가 내게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물건을 준 것으로 돼 있어 시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서 9장 중 타이핑으로 작성된 2장은 현씨가 이씨 부자에게 2013년 1월에서 10월까지 그림을 보낸 것으로 서술돼 있다. 그러나 수기(手記)로 작성한 나머지 7장에는 2012년 1월부터 10월까지 작업한 것으로 세 차례 기록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관계자는 “이 문서는 2013년 가을부터 인사동 화랑가에 돌아다녔고, 수사기관도 이 문서를 입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사건 핵심 관계자의 증언 등 문서 내용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과학적 판단이 우선”
문서에는 ‘이씨 아들이 그림을 일본으로 배달했다’고 적혀 있다. 경찰도 현씨 일당이 제작한 그림이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그리고 다시 서울 인사동으로 반입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와 이씨 부자, 그리고 또 한 명의 ‘나카마’(미술 시장에서 중간상인을 지칭하는 속어)를 통해 위작이 K갤러리로 흘러들어가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찰은 다른 갤러리가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과 자금 거래 확인 등을 통해 그림 판매대금의 유통 경로를 파악해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 시장 관계자는 “보통 위작은 ‘도매값’을 치르고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최종 고객이 그림값을 내면 자기 몫을 남기고 중간상인에게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오간다”고 전했다.
경찰이 K갤러리를 압수수색한 날짜는 10월 16일. 그로부터 8일 후인 24일 이우환 화백은 국내 한 주간지와 인터뷰를 하고, 압수된 그림을 감정하겠다는 자신의 의사를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화백은 “부모가 자식을 확인하겠다는데 경찰이 이를 거부하다니…”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진위에 대한 과학적 판단이 우선”이라며 “인위적인 노후화 흔적이 발견되는지 등을 먼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