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정의’는 처벌, ‘부도덕’엔 면죄부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3-07-23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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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 중령, 3년 만에 명예회복…“징계 취소하라” 판결
    • 횡령 범죄자 처벌은 흐지부지…장군은 옷 벗으면 끝?
    • 부실 수사 S 전 소장, 임기 마치고 명예롭게 전역
    • 金 장관, H 중령 주례 선 인연 “얘기만 들어봤어도…”
    ‘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군대 내 경찰’ 헌병의 ‘넘버 투’를 지내고 예편한 L 전 준장(육사 38기). 그가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장 재직 시절 저지른 일은 ‘비리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 병사 부식용 빵 구입비마저 횡령했으니 ‘파렴치’라는 말의 산 증인 격이다. 뒤탈을 걱정했는지 부하들에게 “무조건 현금으로 확보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L 전 준장의 지시를 거스르지 못하고 ‘범죄 행위’에 가담한 P 소령은 군 내부 조사 때 이렇게 말했다.

    “L 대령(L 전 준장은 당시 대령)이 부대활동, 개인 용도에 필요한 현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직접 투서하거나 감찰 부서에 제보할 의향도 좀 있었다. 육군 특성상 대령이고 지휘관인데 직접 제보할 자신은 없었다. 다만 다른 사람이 제보해 바로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상관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행위다. 하지만 이런 부정한 일은 도저히 가만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빼돌릴 금액, 수법도 일러줘”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결과(2011년 6월)에 따르면 L 전 준장은 부하들에게 증식비(빵), 사무기기 유지비, 주방용품비, 방탄 헬멧 도색비 등을 빼돌리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금액과 수법도 일러줬다. 2007~2008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이 4700여만 원에 달한다. 실제 횡령액은 더 많을 수도 있다. 군 검찰은 “영수증, 부책 등의 관련 자료 폐기,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비협조적 태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L 전 준장이 부하들에게 지시해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나랏돈을 횡령할 때 사용한 방법은 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후 되돌려 받기, 리베이트 받기, 장병 격려금 가로채기, 헌병 수사관 여비를 비롯한 활동비 빼돌리기 등이다.



    병사 부식용 빵을 구매할 때 원래는 공급업체가 배달해줬는데, L 전 준장은 군 차량을 이용해 가져오게 했다. 이후 업체로부터 배송 비용을 현금으로 받았다. 빵을 시가보다 비싸게 구입한 후 더 준 돈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도 썼다. 게다가 수방사 헌병단에 빵을 공급한 업체는 L 전 준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L 전 준장은 “명절·연말 때 경호경비 행사에 동원된 병사들을 위해 사용하라”면서 상급부대가 마련해준 격려금 1200만 원도 가로챘다.

    L 전 준장은 헌병 수사관이 출장비 등으로 사용해야 할 ‘사건처리비’도 횡령했다.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낸 후 되돌려 받거나 현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빼돌렸다. 2년간 사건처리비 1300만 원이 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P 소령을 비롯해 A, K 장교가 L 전 준장의 지시를 받고 예산 관련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L 전 준장에게 건넸다.

    P 소령은 군 조사에서 횡령액의 50% 가량은 L 전 준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회식비를 비롯한 비공식 부대 운영비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헌병 선두주자의 낙마

    H 중령(육사 45기)은 잘나가는 헌병 장교였다. 1989년 소위로 임관한 후 위관급 장교 시절 초등군사반, 고등군사반을 전 병과 통틀어 수석으로 마쳤다. 장교들이 소령 때 등록하는 육군대학은 전체 차석으로 졸업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헌병 병과의 선두주자였다.

    H 중령은 청와대를 경호하는 33헌병대 제대장, 육군참모총장경호대장, 국방부 조사본부 범죄정보1과장, 3군사령부 헌병대 수사과장 등 요직을 거쳤으며 51사단 헌병대장을 지냈다. 그가 결혼할 때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이 주례를 섰다.

    H 중령은 L 전 준장의 횡령 사실을 제보한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다. 횡령 행위에 가담한 P 소령은 2008년 말 평소 친하게 지내던 H 중령을 만나 L 전 준장의 지시로 범죄를 저지르면서 겪어온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L 대령(L 전 준장)이 나를 비롯한 부하 장교들에게 지시해 월·분기·반기 단위로 꾸준히 공금을 횡령·유용하고 있다. 지휘관의 명을 거스를 수 없는 군인의 의무와 도덕적인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H 중령은 P 소령이 털어놓은 내용을 항목별로 받아 적은 후 추가로 P 소령과 통화를 해 비위 내용을 정리한 문건을 만들었다. P 소령에겐 “너는 절대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알아서 한다. 나를 믿고 얘기하라.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다. P 소령에게 전말을 전해 들은 후 L 전 준장의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했으나 오랜 고민 끝에 일단은 덮어두기로 했다.

    그런데 2010년 L 전 준장이 헌병 병과장(육군 중앙수사단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헌병 병과는 장성급 직위가 육군 중앙수사단장(준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소장) 둘이다. 중앙수사단장을 병과장이라고 부른다]. H 중령은 L 전 준장이 병과장에 오르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웠다. 병과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L 전 준장의 비위 사실을 적은 익명의 제보편지를 2010년 11월 당시 병과장이던 S 중앙수사단장(그는 나중에 소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지낸 후 예편했다)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헌병은 ‘군의 경찰’이다.

    H 중령의 제보는 구체적이었다. 수법과 횡령액, 가담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편지 말미에는 이렇게 적었다.

    “만일 병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힘의 논리로 L 대령이 병과장으로 진출되더라도 군 검찰, 기무사, 국가정보원, 청와대 등 다양한 경로로 비위 의혹이 확산 중인 것을 감안할 때, 진급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불만을 품은 병과 비선자들의 반발까지 더하여 우리 병과는 물론 육군 전체의 진급 결과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L 전 준장은 H 중령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준장 진급에 성공했다. 육군 중앙수사단장에 오른 것이다. 중앙수사단장이던 S 전 소장은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영전했다. S 전 소장은 H 중령의 투서와 관련해 L 전 준장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투서자 색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2010년 11월 17일 음해성 투서를 보낸 자를 색출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 날엔 영관급 장교들에게 서신을 보내 “군 기강 문란 및 이적 행위다. 제보자를 추적해 잡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제보자 색출에 나선 수사팀은 일부 대령 등에게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H 중령은 2010년 12월 27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2차 제보 편지를 보냈다. ‘○○○이 수방사 헌병단장 시절 부대운영비를 횡령해 고위 장성을 상대로 한 로비에 사용했다’ ‘1차 제보 편지를 받은 ○○○이 음해성 투서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H 중령의 편지를 받은 김관진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장(S 전 소장)에게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투서자를 색출해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투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하라고 덧붙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1차 제보 편지를 받고도 부실하게 수사한 지휘관(S 전 소장)이 이끄는 조사본부에 2차 제보 편지와 관련해 투서자 색출 및 공금횡령 조사를 맡긴 것이다. 조사본부는 제보 내용 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제보자 색출에 급급했다.

    조사본부는 전방위적으로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J 준위의 노트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H 중령의 제보 편지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 J 준위를 추궁한 끝에 H 중령으로부터 받은 자료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H 중령이 제보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L 전 준장은 2011년 1월 말 전역을 신청했다. 육군 지휘부가 옷을 벗기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 것이다.

    ‘음해성 투서’로 몰아

    조사본부가 2011년 1월 30일 작성한 ‘장군 진급 관련 투서 사건 중간보고’의 방점은 ‘음해성 편지’ 제보자를 색출했다는 데 찍혀 있다. 투서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이 문건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1차 수사 시에는 ‘짝퉁 가방’ 구매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됨에 따라 투서 목적이 ‘유력한 진급 대상자의 누락을 통한 반사이익’에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예산 및 회계서류 상급부대 회계 감사 결과, 예산관계자 진술 등 증빙자료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혐의 없음’으로 판단 △2차 수사 때 투서자 및 관련자 진술을 고려 시 왜곡,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일부 부대 예산을 비정상 집행한 개연성이 확인됨에 따라 철저한 조사 예정.”

    H 중령이 ‘짝퉁 가방’과 관련해 적은 내용은 이랬다.

    “2009년 말경 대령 가족이 ‘짝퉁 가방’을 다량 구입하다가 적발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사건 취급 중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일명 ‘짝퉁 가방 구매사건’ 관련자가 이 대령 부인이라는 ‘설’이 회자되는 등 지속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편지 말미에 ‘이런 설도 있다’고 한 단락 덧붙인 것일 뿐인데, 1차 수사 때는 이 내용 하나가 사실이 아니라면서 H 중령의 제보를 ‘음해성 투서’로 몰고 간 것이다. L 전 준장이 전역하면서 추가 조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흐리멍텅한 모양새가 됐다.

    육군은 H 중령을 당근, 채찍의 양면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명예롭게 전역하면 군무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영웅을 만들어 전역시키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H 중령은 중령 계급정년인 53세까지 일하고 옷을 벗겠다고 맞섰다. 2011년 1월 말 ○○○ 대령이 H 중령을 찾아와 “너와 L 준장은 나가야 한다. 병과를 위해 S 소장은 남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엔 S 소장이 H 중령을 만났다. S 소장의 첫마디는 “장관님과 통화했느냐”였다고 한다.

    또한 호남 출신인 H 중령이 이 전 준장의 육사 동기면서 호남 출신인 ○○○ 대령을 장군으로 만들고자 제보했다는 허위 사실이 요로를 통해 퍼졌으며 ‘사소한 잘못을 빌미 삼아 육사 출신 선배를 잡아먹은 놈’이라는 폄훼가 나돌았다. △인사상 이득을 위해 ‘음해성 투서’를 한 것 △영남 vs 호남 대결 구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된 것이다. 5월 9일 대전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L 전 준장)의 진급 심사 당시 승진 대상자가 아니고 장군 출신 대상자들과 결탁해 제보편지를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2011년 4월 언론이 관련 내용을 포착했다. ‘헌병 장성 진급 비리 축소 수사 의혹’(YTN 2011년 4월 5일), ‘헌병 간부 횡령·진급로비 투서사건 ‘판도라의 상자’ 될라’(조선일보 2011년 4월 6일), ‘장성 ‘진급로비’ 관련 투서 전달…감사 중’(MBC, 2011년 4월 8일) ‘상하관계 엄격한 헌병 내부비리 눈감아주기도, TK 대 비TK 알력설도’(조선일보, 2011년 4월 11일) 등의 보도가 나왔다.

    뒤늦게 재조사 나선 軍 검찰

    여론이 들끓자 김관진 장관이 재조사를 지시했고, 군 검찰은 투서에 담긴 내용의 사실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짝퉁 가방’ 운운하며 음해성 편지로 몰아붙이던 헌병 수사와 다르게 군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횡령 부분에 대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으나 대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범죄 혐의가 드러난 L 전 준장은 민간 검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책임자이던 S 전 소장에 대해서는 “L 전 준장의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서도 적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국방부 장관에게 대상자를 의원 전역하는 조치로 사건 조기 종결을 유도하는 부적절한 건의를 했다”면서 “S 소장을 법령 준수의무 위반으로 징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군 검찰은 또 S 전 소장이 육군 중앙수사단장,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서 수행한 헌병 조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육군 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의 1, 2차 수사 중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보관 회계 관련 서류 대부분이 허위의 영수증이나 해당 예산 사용과 관련 없는 간이영수증으로 회계처리돼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다.”

    재조사에 나선 군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거나, 밝히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대목도 있다. H 중령이 S 전 소장에게 보낸 제보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대령은 ○○사령관(○○○, ○○○) 및 참모장 ○○○, ○○○ 장군은 물론 전현직 국방부 ○○○, ○○○, ○○○ 장군, ○○○님 등 자신의 진급에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고위 직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 선물 제공비로 사용(A, B, C급으로 구분해 설, 추석, 부부 생일 시 100만 원 상당 양주, 50만 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 20만 원 상당 한우세트 구매 전달 등)하고, 그 외에도 진급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를 대상으로 부정기적인 선물(백화점 상품권 등) 제공은 물론 국정원 인사 초청행사 및 수시모임(관악회관이나 강남 일대 등), 또는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주관할 때마다 위와 같은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해 약 50만~200만 원 상당씩 개인 유용하는 등 육사 출신 고급장교로서 있을 수 없는 해군(害軍) 행위를 자행해왔습니다.”

    군 검찰은 진급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L 전 준장의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일부 군 납품업체 관계자와 불분명한 거래 내역은 있으나, 진급을 위한 군 관계자와의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를 확인할 수 없었고, P 소령은 명절 무렵 10만 원 상당의 갈비 선물세트를 구입해 택배로 전달했고, 상품권을 구매해 상급지휘관 전달용으로 L 전 장군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정확한 택배회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L 전 장군과 의혹이 있는 상급지휘관 모두 극구 부인하고 있어 확인이 제한됨.”

    H 중령의 제보 편지에 실명이 거론된 이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P 소령은 2011년 5월 10일 국방부 보통검찰부 조사를 받으면서 이렇게 진술했다.

    “○○사령관 및 ○○○에 대해서는 1년에 두 번(설, 추석) L 전 준장이 선물을 포장해 와서 인사과장인 본인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해 포장된 선물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른 상태에서 공관병 및 행정병에게 전달했다. 전·현직 ○○○에게는 1년에 두 번(설, 추석) L 전 준장의 지시에 의해 신세계 상품권을 본인이 직접 구매해 3명 중 2명에게는 10만 원권 3장 내지 5장을 택배로 배달하고 나머지 분들에게는 한우고기(의정부 소재 ○○, 010-479-5○○○)를 직접 연락해 1세트씩 택배로 배달했다.”

    대전고법 “징계 취소하라”

    L 전 준장 사건은 그가 전역한 후 검찰로 이첩됐으나 증거불충분 등으로 내사 종결됐다. 관련자 대부분이 군에 있는 데다 자료가 불충분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 군 검찰이 이원화해 있어 벌어진 일이다. L 전 준장을 비호한 S 전 소장은 징계위에 회부됐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임기를 마친 후 전역했다.

    H 중령은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면서 징계를 받았다. 2011년 8월 24일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H 중령이 항고를 제기하자 국방부 항고심사위원회는 2011년 10월 19일 견책으로 징계를 변경했다.

    H 중령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에 나섰다. 5월 9일 명예가 일부 회복됐다. 대전고등법원이 “부패행위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부패방지법에 따라 징계가 면제돼야 한다”면서 H 중령의 손을 들어준 것. 대전고법 제1행정부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썼다.

    “원고가 제보한 ○○○(L 전 준장)의 횡령 범죄는 2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지시 복종 의무가 있는 부하 장교들을 횡령 범죄의 실행에 동원하여 그들로 하여금 정신적인 고통을 받게 하였으며, 그 횡령액이 5000만 원에 이르는 등 거액인 점, 국방부로서는 횡령 사건 수사를 통해 헌병 병과 쇄신안을 마련하고 예산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므로 원고의 1, 2차 제보행위는 중대한 공익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 횡령 범죄자인 ○○○은 징계 회부되지 않고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이전에 의원 전역했고 횡령 사실의 제보를 받고도 수사에 나아가지 않은 ○○○(S 전 소장)은 징계 회부됐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데 비해 원고는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경미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아 실질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바, 전체적인 처분에 있어서 관련자들 사이의 균형을 현저히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부패방지법 제66조 및 부패방지훈령 제13조의 취지에 저촉되고 비례와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던 선두주자이던 H 중령은 그간 대령 진급 심사에서 연거푸 떨어졌다. 앞으로도 진급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H 중령의 변론을 맡은 최강욱 변호사는 “1차 조사에서 L 전 장군을 비호한 S 전 소장에게 2차 조사를 맡긴 것은 김관진 장관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S 전 소장의 L 전 준장 전역 건의를 받아들인 것도 문제였다. 김 장관이 주례까지 선 H 중령의 얘기를 조금만 자세히 들어봤더라면 사안이 다르게 흘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 검찰, 민간 검찰이 분리돼 있어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는 결국 처벌받지 않았다. 옷을 벗는 것만으로도 강하게 처벌받았다고 여기는 군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의를 추구한 사람은 징계를 받고, 부도덕한 이들에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게 우리 군의 맨얼굴”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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