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소급 적용, 바람직하지 않아
정부 강요와 간섭 지나쳐선 안 돼
모든 상황 아우를 수 없어 불필요한 다툼 야기
‘실거주’보다 ‘계약갱신’ 보호하는 판례 나와
계약 해지 ‘분명하게’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
명도소송보다 전세금반환소송이 더 쉬워
법원에서 공증받는 분쟁 해소법 ‘제소 전 화해’ 권장
엄정숙 변호사는 “소송으로 가기 전 합의와 독촉을 먼저 시도하라”고 권했다. [지호영 기자]
두 제도는 6월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와 함께 이른바 ‘임대차3법’으로 불린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계약 내용을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 계약갱신청구제는 주택 임대차계약을 하고 2년 거주한 세입자가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 계약기간 만료 전 6개월에서 1개월 사이 세입자는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자신이 실거주하는 사정 등이 없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 폭을 이전에 받던 금액의 최대 5%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계약갱신청구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것은 지난해 7월 31일부터다. 법안 상정부터 시행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돼 닷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법안이 급행 처리된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해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관련 법률 상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료 증감에 관한 상담 건수는 2019년 702건에서 2020년 1757건으로 2.5배 증가했다. 임대차 기간에 관한 상담건수는 2019년 3994건에서 2020년 9833건으로 2.46배가 늘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임대차3법이 도입된 후 임대차계약 갱신이나 임대료 인상 등에 관한 상담이 하루 대여섯 건씩 들어온다”고 말한다. 엄 변호사는 법도 법률종합사무소 대표변호사로 2011년부터 10년 동안 임대차 관련 소송만 약 3000건을 진행했다. 최근 ‘명도소송(부동산 점유자가 소유자에게 이를 인도하지 않을 때 제기하는 소송) 전문매뉴얼’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변호사로는 드물게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사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법으로 이를 다 아우를 수 없는데도 획일적인 법 규정으로 이를 강요하고 통제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다”며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임대차3법이 갈등을 조장한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임대차3법 소급 적용 바람직하지 않아
서울시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동아일보 DB]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일에 법을 적용하는 것을 ‘부진정소급입법’이라 하고, 완전히 끝난 일에 법을 적용하는 것을 ‘진정소급입법’이라 한다. 부진정소급입법은 현재진행형의 일이기에 진정소급입법보다 저항감이 덜하다. 위헌 여부를 따질 때도 진정소급입법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소급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테면 공익이 크고 사익은 적을 때가 그렇다. 부진정소급입법은 소급이 가능한 범위가 넓지만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다. 임대차3법도 현재진행형 계약에 소급 적용했으니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이 가능하기에 위헌 결정이 나긴 어려울 것이다. 원칙이 아닌 예외에 해당해야 위헌으로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위헌이 아니더라도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어떤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인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바로 시행되면서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됐다. 그 때문에 임대차 시장에 많은 혼선과 혼란을 야기했다. 법에 함부로 손을 대선 안 된다.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법으로 강요해선 안 되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개입해 목적을 추구하다 보니 부작용이 너무 크다. 개개인의 사정과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법이 모든 문제를 다 아우를 수 없다. 쉽게, 급하게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 한번 만들어진 법은 돌이킬 수 없다. 부정소급입법이라 하더라도 기존 계약에까지 소급 적용해선 안 됐다. 실제로 그 때문에 진행 중인 소송이 많다.”
- 소급 적용해 발생한 분쟁 사례를 든다면.
“2020년 10월이 계약 만기를 맞는 임차인 A가 그해 6월경 임대인(집주인) B와 계약 연장 여부를 논의하다 최종 해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제가 시행돼 소급 적용이 가능해지자 A가 말을 바꿔 이사를 가지 않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B는 A와 다시 협의해 계약기간을 2년 연장하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증액한도 5% 내에서 임대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합의가 잘 마무리되는 듯했는데 A가 이번엔 5% 인상은 인정할 수 없기에 철회하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만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 이런 경우 A의 주장대로 계약갱신청구권만 행사하는 것이 가능한가.
“A의 계약갱신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당사자 간에 유효하게 성립된 합의의 내용은 임대료 5% 인상과 계약갱신청구 수락이다. 그런데 세입자는 두 가지 조건 중 자신에게 불리한 임대료 5% 인상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계약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했다. 계약관계는 전체적으로 통일성 있게 결정돼야 하므로 계약갱신청구도 인정되지 않는다. 즉 이미 합의된 내용인 ‘임대료 5% 증액’을 부당하게 이유 없이 철회하면 이와 동시에 계약갱신 합의도 성립하지 않는다.”
- 세입자가 집주인의 임대료 증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은 채 계약갱신만 요구하면 계약 연장을 거부할 수 있나.
“임대료 인상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증액청구만 가능하다. 계약갱신을 해주되 증액청구소송을 따로 해야 한다. 인상액이 크지 않으면 실익이 없는 소송일 수 있다.”
계약 해지 ‘분명하게’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
- 임대차3법 도입 후 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가 늘었다고 들었다. 어떤 문의가 많은가.“특히 계약갱신 관련 상담 건수가 전체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계약갱신 가능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집에 들어가려 하는데 임차인이 안 나간다고 하면 어땋게 하느냐?’는 문의도 많다. 현재 진행하는 소송 중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 A는 집주인이고, B는 세입자다. 두 사람은 형제다. B는 계약 만기를 3~4개월 앞두고 계약갱신을 청구했다. 그러자 A는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A의 사정을 잘 아는 B는 ‘A가 실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며 ‘A의 갱신 요구 거절은 부당하니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 형제 사이라 더욱 난감할 것 같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집주인은 명도소송을 해서 실거주 목적의 계약 해지가 정당함을 주장해야 한다. 실거주는 사실 주관적 사유이므로, 소송에서 자신의 실거주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추후 이를 문제 삼으면 된다. 명도소송은 대략 4개월에서 8개월가량 소요된다.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기존 임대료로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억지 주장을 하며 버티는 세입자도 있다.”
- 실거주를 원하면 미리 계약해지를 통보해야 하나.
“계약 만료 전 6개월부터 2개월 이내에 ‘약정한 기간이 끝나면 계약이 해지된다’는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안 그러면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
- 임대료 증액한도를 5%로 제한해 갈등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잠실에 있는 아파트를 15년 동안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임대한 집주인 A가 그런 경우다. 오랫동안 관리에 소홀했던 A는 지난해 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정상 시세를 받으려 했다. 형편이 예전 같지 않아 임대료 증액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이 가능해지면서 A는 편법을 동원해야만 했다. 세입자에게 합의금을 주고 실거주를 할 거라는 거짓 이유를 들어 집을 비우게 한 거다. 이를 문제 삼아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도 받았다. 원래는 세입자에게 ‘오랫동안 세를 올리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 법이 소급 적용돼 안 해도 될 거짓말을 하고 추가 비용까지 쓰게 된 셈이다.”
계약갱신청구 당시 집주인이 누구냐가 관건
임대차3법 도입 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법정다툼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DB]
“유사한 사례가 있다. A는 전셋집을 전전하다가 아이 교육을 위해 어렵게 아파트를 매수했다. 실거주 목적이었던 것. 매도인 B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아파트에는 세입자 C가 살고 있었다. B는 C에게 1년 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이사를 가겠다는 확약서까지 받아두었다. A는 C가 쓴 확약서가 있으니 매입 후 실거주가 가능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C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며 ‘확약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니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경우 매수인 A는 주택 소유권자로서 명도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승소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1년 뒤 집을 비우겠다는 확약서가 있지만, 확약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다’라고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해석이 문제다.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으로 판단해 무효인 확약서로 해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세 낀 집을 산 매수인의 실거주 목적보다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더 중시하는 판례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 어떤 판례인가.
“수원지법(2020가단569230)에서 판결한 건물 인도 사건이다. 매수인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샀다. 세입자는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나가겠다고 했고, 집주인은 이 말을 믿고 집을 팔았다. 그런데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 세입자가 말을 바꿔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해당 판례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청구할 당시의 집주인만 실거주를 목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거부할 사정이 있지 않았음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나가겠다고 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이라는 비판도 많다.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법을 ‘평면적 강행 규정’이라고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그렇다. 약 40년 전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때는 임차인이 약자가 맞지만 지금은 임차인이면서 임대인인 경우가 많고 임차인이라고 해서 약자라고만 할 수도 없다.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10조(‘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다’)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집주인이 계약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증금반환소송을 하면 된다. 역전세만 아니면 명도소송보다 쉽게 문제가 해결된다. 보증금반환소송은 세입자가 손해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증금 반환 지연에 대한 연체 이율도 12%에 달한다.”
- 계약이 갱신된 후 집주인이 수리 의무에 소홀할 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주택을 임대 목적대로 사용하기 힘들어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수리비용을 세입자가 결제한 후 부담한 비용을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수리비가 많이 들지 않은 경우는 소송에 따른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 임대차 분쟁이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소송은 최선이 아닌 차선이다. 임대인은 먼저 합의나 독촉을 시도하길 권한다. 한두 번 해서 진전이 없으면 정신 건강을 생각해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차인은 권리의 한계를 지키는 게 좋다. 무턱대고 버티는 건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소송비용을 패소자가 부담하게 한다. 계약갱신이 어려운 처지면 집주인과 잘 협의해 일정 기간을 두고 이사를 준비할 시간을 버는 것이 합리적인 해법이다.”
법원에서 공증받는 ‘제소 전 화해’ 권장
- 명도소송을 준비할 때 주의할 점은 뭔가.“명도소송을 제기하기 전 계약 해지를 상대에게 알려야 한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내용증명 모두 가능하다. 계약을 끝내겠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버티고 합의하지 않을 때 명도소송으로 해결하면 된다. 기존 세입자가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와중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안 된다.”
- 집주인과 세입자 간 합의한 내용을 법원을 통해 공증받는 ‘제소 전 화해’ 제도도 임대차 분쟁의 해법으로 추천할 만한가.
“최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임차인에게 편향돼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임대인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세입자가 어떤 문제를 제기하며 나올지 알 수 없고, 계액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억지 주장을 이어가며 명도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집주인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은 법원에서 ‘제소 전 화해조서’를 받아두는 것이다. 임대료를 연체하면 명도소송 없이 바로 ‘제소 전 화해조서’로 강제집행할 수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도 보증금반환소송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제소 전 화해조서’로 강제집행할 수 있다. 임대차 분쟁이 걱정된다면 ‘제소 전 화해조서’를 받아두길 권장한다. 가까운 법원에서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하면 된다. 직접 신청하기 어려워 법률사무소에 맡기더라도 양쪽을 합쳐 100만 원 미만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률구조공단의 임대차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다. 공단 산하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10만 원 이하의 비용으로 소송보다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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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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