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데뷔 1년차 무서운 신인 백규정의 맹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월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함으로써 LPGA 투어 직행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평생 한 번밖에 못 오르는 신인왕에 등극하며 KLPGA 투어를 평정한 백규정은 2015년 시즌에는 LPGA 투어에 진출, LPGA 신인왕에 도전한다. 12월 10일, 그를 만났다.
“아휴, 졸려요…어제도 두 시간밖에 못 잤어요.”
2014년 투어를 화려하게 마감한 백규정은 대회가 없는 요즘 ‘밀린 학업’에 전념하느라 시즌 때보다 밤잠을 설치는 날이 더 많다고 했다.
“(12월 6, 7일) 한일전 마치고 돌아와서 밤새 리포트를 썼는데, 너무 에세이 식으로 썼다고 지적받았어요. 어제도 ‘글쓰기’ 수업 리포트를 쓰느라 두 시간밖에 못 잤어요.”
백규정은 2014년 연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새내기다. 대회에 참가할 때는 리포트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대회가 없는 날엔 어김없이 수업에 출석해야 한단다.
“우리 학교는 학사 관리가 무척 타이트해요. 전공과목은 좀 나은 편인데, 교양과목은 교수님들이 무척 철저해요. ‘수업에 출석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듣지 말라’는 교수님도 계세요.”
노력하면 생존본능 발휘
백규정은 2014년 2학기에 전공과목 3개와 ‘논문 글쓰기’ ‘정보화 사회의 이해’ ‘영화의 이해’ 등 교양과목 3개를 수강했다.
“리포트 제출과 수업으로 힘들긴 한데, 대학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있어 좋아요.”
힘들다면서도 학교 다니는 재미를 해맑게 얘기하는 백규정의 모습은 영락없는 대학 새내기였다.
▼ 같이 수업 듣는 학생 중에 백 프로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있나요.
“제 또래 학생들이 골프를 즐겨 보는 것 같지는 않고요. 부모님이 TV로 골프 경기 보는 것을 함께 본 친구들이 알은체를 해요. TV에서 봤다고, 신기하다며.”
▼ 학교 다니느라 골프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요.
“학교 다닐 때는 연습을 거의 못 해요. 시즌 끝난 뒤 학교 가고 리포트 쓰느라 클럽 잡아본 지 오래됐어요. 1학기 때는 7시간을 연속해서 수업 듣느라 점심을 거른 적도 많아요. 선배 언니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수연 언니(장수연 프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1~2시간 연습하고 학교 다녔다고 해요.”
▼ 또래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아쉬움 같은 것은 없는지.
“처음엔 많이 아쉬웠죠.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대신 저는 좀 더 일찍 사회생활을 한 덕에 보상도 받았죠. 지금은 학교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해요.”
▼ 골프는 언제 처음 시작했어요?
“7살 때. 유치원 때부터요. 아버지가 아들을 낳으면 야구를 시키고, 딸을 낳으면 골프를 시키겠다고 일찍부터 마음먹었대요. 제 남동생은 야구를 하고 있어요(웃음).”
▼ 어린 나이에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릴 때는 연습장 가서 언니들이랑 숨바꼭질하고 눈싸움도 하면서 노느라 힘든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