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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마약 같은 ‘닥공 골퍼’ 박성현

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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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6월 7일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대회 마지막 라운드. 박성현(22·넵스)은 2위에 3타차 앞선 1위로 라운드를 시작했다. 큰 실수만 안 하면 1부 투어 데뷔 2년 만에 첫 승이 가능했다. 2위는 올 시즌 2승을 올리며 무섭게 기세를 올리던 이정민(23·BC카드).

전반 9홀은 두 선수 모두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박성현이 3타차 리드를 유지한 채 마쳤다. 우승의 희망이 아른거렸다. 그런데 후반 시작하자마자 샷이 흔들렸다. 이정민이 10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게 부담이 됐을까. 박성현은 11번 홀 더블 보기로 두 타를 잃으면서 이정민에게 공동 1위를 내줬다.

숨 막히는 랠리가 이어졌다. 12, 13, 14번 세 홀 연속 파에 이어 15번 홀 버디, 16번 홀 보기를 두 선수가 똑같이 이어갔다. 17번 홀도 둘 다 파로 끝냈다. 그리고 18번 마지막 파5홀. 박성현은 세 번 만에 홀 컵 1m 가까이 공을 붙였다. 버디 찬스! 넣으면 우승이었다. 웬만한 프로선수들은 어렵지 않게 넣을 수 있는 거리.

수많은 갤러리가 숨죽인 가운데 박성현이 퍼팅을 하는 순간, 그들에게선 “아~!” 하는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은 무심하게도 홀 컵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실망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이어진 연장전 첫 홀에서 박성현은 더블 보기로 무너지면서 파로 마무리한 이정민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2주 후인 6월 21일,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대회 마지막 라운드 우승 조에서 두 선수는 다시 만났다. 5타차 앞선 상태에서 시작한 박성현은 막판까지 추격의 끈을 놓지 않은 이정민을 2타차로 따돌리며 첫 우승을 차지했다. 2주전 연장 역전패의 아쉬움을 한 방에 털어버린 짜릿한 승리였다. 시즌 3승으로 최고의 기세를 올리던 이정민을 상대로 한 승리라 빛을 더했다.



“퍼팅? 이제 좀 감이 와요”

모 아니면 도! 그게 내 ‘시원 스타일’
박성현은 이후 출전한 두 차례 경기에서도 12위, 18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일약 상금랭킹 4위에 올랐다. 이런 컨디션이면 시즌 2승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중국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여자오픈대회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퍼팅과 숏게임 연습을 한다는 그를 서울 시내 한 골프센터에서 만났다.

▼ 요즘 컨디션은 어때요?

“너무 피곤해요. 좀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려 했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오히려 더 바쁜 것 같아요.”

▼ 올 시즌 초반에 두 차례 컷오프(탈락) 하는 등 난조를 보였는데.

“퍼팅 문제가 가장 컸어요. 고민 많이 했죠. 대회 끝날 때마다 퍼팅 연습을 중점적으로 했는데, 다행히 감을 찾아가면서 성적이 점점 좋아진 것 같아요.”

올 시즌 박성현의 퍼팅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6월 말 현재 평균 퍼팅 순위가 1부 투어 선수 150명 중 99위. 지난해엔 31위였다.

▼ 퍼팅이 잘 안되는 이유가 뭔가요.

“지난해 시즌이 끝날 무렵부터 퍼팅이 잘 안됐어요. 어드레스를 할 때마다 그게 자꾸 생각나면서 안 들어갈 것 같더라고요. 심리적 압박이라고 해야 하나? 짧은 거리 퍼팅 때 그게(심리적 압박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지난번 롯데 칸타타 대회 마지막 퍼팅 때도 짧은 퍼팅을 놓쳐서 우승을 못했죠.”

▼ 해법은 찾았나요.

“긴장을 푸는 게 쉽지 않아서 선배들에게 물어봤는데, 경기 중에 캐디랑 말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대요. 저는 긴장하면 할수록 오히려 말수가 줄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걸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 캐디와의 호흡은.

“마음도 편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어릴 적 연습할 때부터 잘 아는 오빠거든요. 제가 부탁해서 이번에 처음 같이 하게 됐는데 바로 우승했죠, 하하.”

“성격도 교정 중”

▼ 스스로 어떤 성격이라고 생각합니까.

“예민해요. 사소한 것 때문에 잠을 잘 못 잘 정도로. 골프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말도 시원시원하게 하고 낯도 잘 안 가려요. 저는 사람 많은 곳에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고, 낯도 꽤 가리는 편이에요. 골프를 칠 때 성격이 영향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성격을 고쳐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전지훈련 가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같이 라운드도 하고. 그러다보니 성격도 좀 바뀌고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것 같아요.”

▼ 어머니께서 산만한 성격 때문에 골프를 권했다고 하던데.

“산만하기보다는 좀 활발하고 활동적이었죠. 그런데 너무 어릴 적(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서 그런 건지, 성격이 변했어요. 점점 소극적이고 소심해졌어요. 말수도 줄고 낯도 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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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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