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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국의 정부 시스템 개혁’

‘통풍 잘 되는 사회’

  • 오재일 전남대 교수·행정학 ayjok@chonnam.ac.kr

‘영국의 정부 시스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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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저자가 분석한 영국 정부 시스템은 “여당 의원의 절반가량인 110여 명이 행정부에 각료로 진출하여 핵심적인 개혁 과제들을 구상·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에서의 논의도 실제적일 수밖에 없다. 총리도 매주 한 번은 의회에 나와 야당 당수와 정책 토론을 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은 지방정부에도 적용되어 지방의원들이 집행부의 리더나 내각의 멤버 등을 맡고 있다. 민주적으로 뽑힌 대표들이 행정을 직접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고, 개혁을 이끌게 하는 시스템이 바로 영국 거버넌스의 기본”이다. 또한 “위로부터의 성과관리에만 치중하는 개혁이어서는 곤란하고, 고객인 시민의 선택권 보장, 행정서비스에 경쟁원리 도입, 정부기관 및 공직자의 역량 발전 프로그램이 동시에 결합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계속적인 자율 개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영국의 사례들을 세부 영역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근원적인 문제의식을 갖도록 자극한다. 결국 영국은 “통풍이 잘 되는 사회”, 즉 기존 굴레에 얽매여 사회 전체가 안주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춘 저력이 있는 나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저자는 “영국이 각종 개혁프로그램, 나아가 발전계획들을 얼마나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개혁과 미래 발전을 주도하는 조직과 기구들을 ‘작은 정부’나 ‘대 부처주의’ 등의 단순 잣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종합기획부처를 2~3개 부처로 집중시킨 반면,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과업은 다양한 성격의 1000여 개 기구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기구 중엔 정말 독특한 것이 많으며, 우리 정부의 개혁프로그램 추진에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내용도 적잖아 보인다.



또한 저자는 “장기 미래 전망과 이에 따른 도전에 대응할 기본 방향이 내각사무처 주도로 정해지면, 이를 기초로 각 부처에서 해당 분야의 장기 전략을 마련한 다음 재무부와 함께 3년간의 우선전략과제 및 예산절감 목표 달성을 위한 중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와 연관하여 산하 기관이나 법인은 물론이고 지역 단위에 이르기까지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한 행정 내부의 개혁 목표와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발전계획들을 수립한다”고 소개했다.

지방자치의 또 다른 활주로

그 한 예로 지역부(DCLG)의 예산절감 목표를 보면, “향후 3년간 400가지 기능을 삭감하고, 상용직 240개 자리를 런던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법 등을 통해 성과 추가목표 달성에 필요한 예산의 약 절반(약 6조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등 계획들이 매우 구체적이다. 이처럼 정책 과제들이 구체적이고 그 평가결과가 공개되기 때문에, 정부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적 체감효과도 높다.

끝으로 영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 어느 한 쪽의 권한이 일방적으로 많거나 적다고 하기보다는 그 특성과 여건에 맞게 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지원하는 관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즉 중앙정부는 자치이념의 도그마 앞에 무기력해지지 않으며, 지방정부가 개혁에 적극 나서도록 정책과 기법을 개발 보급하고 그 성과를 정밀히 측정한다. 어느 지방정부가 다른 지방정부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지를 주민이 알 수 있도록 상세하게 공개한다. 이런 방법은 일방적이거나 하향적이지 않으며 또한 ‘지방과의 협약’ 형식을 띤다. 따라서 지방도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조직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동으로 대처한다.

아울러 영국의 지방계층구조도 예전에는 2층제로 하느냐 1층제로 하느냐, 또는 이들을 적정 규모로 재조정하느냐가 주요 관심사였으나, 지금은 그런 법정 지방정부의 굴레를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한다.

“광역보다 넓은 개념인 준(準)연방제 성격의 권역, 즉 리전(Region)이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분권정부의 출범 및 유럽연합의 권역정책 등에 영향을 받아 이미 지방행정의 중요한 계층 단위로 부상했다. 그리고 기초자치단체보다 하위 개념인 패리시(Parish)가 법정 자치 단위로서의 고비용 구조를 피하면서 주민자치의 이상을 실현하는 시스템으로서 강화되고 있으며, 주민과 민간단체·기업 등이 참여하는 지역전략파트너십(LSP)이 지방정부들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공행정의 주체가 되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함과 동시에 공공서비스의 일부를 직접 제공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런 영국의 지방자치 방식은 일본과는 또 다른 활주로로서, 우리가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신동아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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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일 전남대 교수·행정학 ayjok@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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