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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러시아-서구 끝 모를 갈등

“그게 민주주의냐?” vs “제 앞가림이나 하시지!”

  • 김기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전 모스크바 특파원 kimkihy@donga.com

점입가경, 러시아-서구 끝 모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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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와 2기의 차이

점입가경, 러시아-서구 끝 모를 갈등

2007년 11월21일,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필자는 무명의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계에 막 등장한 1999년 8월 동아일보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부임해 2006년 7월까지 7년여 동안 푸틴 정권의 탄생과 재집권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또 앞서 1990년대 초중반에는 모스크바에 유학하며 옐친 정권 시대의 혼란스럽던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 초기까지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부드러웠다. 2001년 9·11사태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러시아는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옛 소련의 공화국이던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미군이 들어왔다. 러시아 내 민족주의 성향의 강경파 세력이 “푸틴 대통령의 친(親)서방 정책으로 러시아의 국익이 손상되고 있다”고 반발할 정도였다.

이런 구도가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푸틴 대통령이 재집권해 2기 정권을 출범시키면서부터였다. 경제 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은 절대 권력을 굳건하게 확보했고, 옛 소련 시절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의 절반을 지배한 러시아는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지렛대’를 찾아냈다. 바로 석유와 가스였다.

러시아가 2000년부터 해마다 6, 7%대의 경제성장을 계속해온 것은 천연자원 수출 덕분이었다. 러시아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 자원을 국제정치의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6년 1월, 러시아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옛 동맹국 우크라이나로 이어진 가스관을 차단했다.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빅토르 유셴코 정권이 친서방 성향을 드러내자 여기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자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세계가 경악했다.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 새로운 가스관 건설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는 오히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빗발치는 국제사회의 비판 때문에 러시아는 곧 우크라이나로 연결된 가스관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그 파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러시아가 언제라도 에너지를 무기로 주변국과 서방을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푸틴 정부는 또한 BP(British Petroleum)와 셸, 엑손모빌 등 서방의 메이저 에너지 회사와 유코스 등 러시아의 민간 재벌들이 지배하던 유전과 가스전을 다시 국유화해 내부적으로도 에너지 장악력을 높였다.

그러자 이를 계기로 서방에서는 ‘푸틴의 러시아’가 과거 소련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방이 옛 소련과 중국을 압박할 때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하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가 다시 동원됐다.

물론 옐친 정권이나 푸틴 정권 초기에도 서방이 러시아 국내 문제에 간섭한 적은 있었다. 러시아가 두 차례에 걸쳐 체첸을 침공했을 때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군의 과잉진압과 가혹행위 등을 문제 삼았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조사단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는 푸틴 정권 초기까지만 해도 내정 간섭이라고 내심 불쾌해했지만 직접적인 반발은 자제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최근의 사례를 보자. 지난 11월28일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크렘린으로 각국 대사를 초청해 “러시아는 외국의 간섭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 탄압에 우려를 나타낸 데 대한 직접적인 반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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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전 모스크바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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