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화성 탐사선 피닉스호의 물 찾기

지하수 있다면 화성 녹화, 인류 거주 가능?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입력2008-07-07 1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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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우주공간을 가로질러 화성의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탐사선을 안착시켰다. 그 놀라운 기술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이번 탐사의 목적은 물 찾기다. 미국은 왜 화성에서 물을 찾으려 하는 것일까.
    화성 탐사선 피닉스호의 물 찾기

    화성탐사선 피닉스호가 화성에 안착한 상상도.

    지난 5월26일(미국 시각 25일) 미국 항공우주국이 보낸 화성 탐사선 피닉스호가 10개월간의 우주 비행을 마치고 화성의 북극 지방에 착륙했다. 시속 2만km에 가까운 고속으로 화성의 대기권에 진입한 탐사선은 낙하산과 역추진 분사를 이용해 안전하게 지상에 내려앉았다.

    피닉스호의 주요 임무는 물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 착륙한 곳은 고도가 낮고 평탄한 지형이다. 과학자들은 그곳의 얇은 토양층 밑에 얼음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피닉스호는 그 얼음층까지 흙을 파내어 분석할 예정이다. 6월6일 처음으로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기에 넣으려 했지만, 흙이 너무 단단히 굳어 있어서인지 분석기로 들어가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흙을 잘게 부순 뒤 다시 시도했고 10일 드디어 성공했다. 채취한 토양을 분석해 물이나 물을 통해 형성된 광물질이 있는지, 더 나아가 유기 화합물이 있는지 알아낼 예정이다.

    지구에선 흔한 게 물인데…

    과학자들은 화성에 착륙시킨 탐사선이나 화성 궤도를 도는 위성, 지구에 있는 관측 기기를 통해 화성에 물이 있거나 있었다고 추측해왔다. 여러 관측 자료들은 물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하지만 시사한다는 것과 증거를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 사막 저쪽에 호수가 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신기루가 아니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직접 가서 목을 축여봐야 한다. 피닉스호가 맡은 임무가 바로 그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번에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능성이 높은 곳에 피닉스호를 착륙시켰기 때문이다.

    과연 피닉스호는 물을 찾아낼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왜 물을 학수고대할까. 단순한 호기심인가. 지구에 흔하디흔한 것이 물인데 비싼 돈을 들여가며 물을 찾겠다고 화성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화성에 물이 있다면 어쩔 텐가. 화성에 인간의 거주지를 만들어서 그 물을 식수로 쓸 생각인가. 겨우 식수를 확보하겠다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할 나라는 없다. 화성의 물에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과학자들이 늘 궁금해 하는 생명의 기원 문제와 관련이 있다.



    화성으로 가는 길

    화성에 사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허버트 웰스의 ‘우주전쟁’을 비롯한 여러 소설과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화성에 고도의 지적 생명체가 산다는 상상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그렇기에 우주 탐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계획자들은 인류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화성을 점찍어뒀다.

    1957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해 우주 탐사의 서막을 연 러시아는 1960년 10월 의욕적으로 최초의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다. 최초의 행성 탐사선으로 기록됐을 법한 이 탐사선은 발사체 고장으로 지구 궤도에도 오르지 못했다. 며칠 뒤 러시아는 제2의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지만, 그것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기 죽지 않았다. 1962년 10월 다시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지구 궤도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직후 부서져 잔해를 태우면서 지구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11월에 또다시 발사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성공한 듯했다. 탐사선은 우주 공간을 약 1억km 날아갔다. 하지만 지구와 신호가 끊기는 바람에 우주 미아가 되었다. 며칠 뒤 다시 탐사선을 발사했지만, 역시 지구 궤도에서 고장 나고 말았다.

    러시아의 잇단 실패 소식에 희희낙락하던 미국은 드디어 1964년 11월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이 탐사선은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뒤 떨어져나가야 할 보호판이 그대로 붙어 있는 바람에 화성까지 날아가지 못했다. 약 보름 뒤 미국은 다시 탐사선을 발사했다. 마리너 4호라는 이 탐사선은 무사히 화성 부근까지 날아간 최초의 탐사선이 됐다. 마리너 4호는 화성으로부터 약 1만km 떨어진 곳에서 화성의 모습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우주 문명까지는 아니라 해도 멋진 풍경을 기대한 사람들은 황량하고 삭막하며 달처럼 얽은 표면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마리너 4호는 화성 옆을 지나 멀리 사라졌다.

    화성 탐사선 피닉스호의 물 찾기

    피닉스호가 5월25일 촬영한 화성 북극권 얼음사막의 표면 사진.

    1969년 미국은 화성 옆을 지나갈 탐사선 두 기를 발사했다. 마리너 6호와 7호였다. 두 탐사선은 화성에서 약 3500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더 상세한 사진을 찍어 보냈다.

    1971년 미국과 러시아는 화성 옆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화성 궤도를 돌 탐사선을 발사했다. 미국은 마리너 9호를, 러시아는 마르스 2호와 3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탐사선들은 화성을 돌면서 기온, 지형, 대기 조성 등을 조사했다. 마르스 3호는 먼지 폭풍이 이는 화성 표면으로 착륙선을 내려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교신이 예기치 않게 끊기고 말았다. 러시아는 1974년에도 마르스 6호를 통해 착륙선을 내려 보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스피릿이 발견한 흰 광물

    1975년 미국은 화성 궤도를 도는 위성과 착륙선으로 구성된 탐사선 2대를 발사했다. 바이킹 1호와 2호였다. 1976년 7월 바이킹 1호는 무사히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 바이킹 1호는 북위 20도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날씨를 조사하고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이어 9월에는 바이킹 2호가 북위 약 47도 지점에 착륙해 마찬가지로 대기와 토양 자료를 지구로 보냈다. 두 착륙선 바이킹 2호와 1호는 각각 1980년과 1982년까지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화성 표면에 다시 탐사선이 착륙한 것은 1997년 6월이다. 패스파인더호였다. 패스파인더호는 역추진 로켓으로 낙하 속도를 줄이긴 했지만, 에어백에 싸인 상태로 화성 표면에 사실상 내동댕이쳐지는 색다른 방식을 쓴 착륙선이었다. 패스파인더호는 착륙한 뒤 에어백을 벗고 소저너라는 무인 탐사 로봇을 발진시켰다. 소저너는 6개의 바퀴로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면서 탐사 자료를 전송하다가 9월에 교신이 끊겼다.

    1999년 1월 미국은 화성 남극에 착륙해 조사할 마스폴라랜더호를 발사했다. 불행히도 이 착륙선은 대기로 진입한 뒤 소식이 끊겼다. 미 항공우주국은 역추진 로켓이 너무 일찍 꺼지는 바람에 탐사선이 지상에 충돌해 부서진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이 사고로 미국은 화성 탐사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화성 궤도를 돌 위성들은 계속 보냈다. 유럽우주국도 보냈다.

    2003년 미국은 화성 표면으로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재개했다. 2004년 1월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과 에어백을 장착한 무인 탐사 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무사히 화성의 적도 부근에 떨어졌다. 두 로봇은 표면을 돌아다니면서 토양과 암석과 광물의 조성, 생성 과정, 특징 등을 조사했다. 또 과거에 물이 있던 흔적이 있는지, 물을 머금거나 물을 통해 형성된 광물이 있는지, 과거에 생명이 살 만한 환경이었는지를 조사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궤도 위성들을 통해 관측한 내용이 맞는지 구체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기능도 했다. 원래 미 항공우주국은 그랜드캐니언보다 훨씬 더 긴, 고대에 강바닥이었다고 추정되는 깊숙한 곳에 스피릿을 착륙시켰다. 하지만 거기에는 퇴적물도, 물이 흘렀다는 흔적도 전혀 없었다. 화산암의 잔해와 먼지, 모래 같은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피릿이 아주 미끄러운 흙 위를 지나갈 때 흙이 벗겨지면서 하얀색을 띤 광물이 드러났다. 그것은 철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수화 황산염 퇴적물이었다. 지구에서 그런 물질은 소금물이 증발하는 곳이나 지하수가 화산 분출물과 반응하는 곳에서 주로 생긴다. 따라서 이 물질은 과거에 화성에 물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화성 위성사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규모 강어귀나 삼각주 같은 형태의 지형들이 정말로 물이 흐른 흔적일 수도 있다.

    화성의 물은 지하에서 흐른다?

    이미 화성의 궤도 탐사선은 물이 있었거나 있음을 시사하는 자료들을 내놓고 있었다. 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 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가 전송하는 자료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2004년 화성 남극 빙원에서 물 얼음과 이산화탄소 얼음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흙과 뒤섞여 있어서 전에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적외선 장치로 분석하니 물이었다고 한다. 남극지역의 약 85%는 이산화탄소 얼음이지만, 15% 정도는 물 얼음이라는 것이다.

    탐사선들이 보낸 자료들을 분석하는 다른 연구자들도 잇달아 고무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화성에 빙하 현상이 일어났다거나, 적도에 수백m 폭의 얼음 띠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많은 연구자가 화성이 형성된 초기인 38억~35억년 전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있었으며, 지금 화성에서 관측되는 지형들은 당시의 흔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물이 지형을 형성하는 활동은 오래전뿐 아니라 최근에도 일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지구에서처럼 물이 지표면 위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지하에서 스며 나왔다가 사라지는 식으로 지형 형성에 기여해 왔다는 것이다.

    화성 탐사선 피닉스호의 물 찾기

    ‘붉은 행성’ 화성은 인류에게 ‘신비로움’의 대상이었다.

    피닉스호는 이번에 왜 북극 지방에 내린 것일까.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적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물의 흔적을 찾았다. 두 로봇은 물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몇 가지 단서를 찾긴 했지만, 물이나 얼음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적도는 오래전에 물이 마른 지역일 테니까, 얼음을 직접 보려면 극지방으로 가야 했다.

    미국은 1999년 남극에 착륙선을 보냈다가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래서 항공우주국은 먼저 궤도 탐사선을 보냈다. 궤도 탐사선들은 화성을 돌면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지점을 고르는 한편, 지하 물 얼음 지도도 작성했다. 그런 자료를 토대로 폭 20km, 길이 100km쯤 되는 편평한 곳이 선정됐다. 탐사 계획 담당자들은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궤도 탐사선 MRO를 이용하여 1.5㎡ 간격으로 예상 착륙 지점의 암석 분포 지도를 작성했다. 피닉스호는 그렇게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친 뒤 2007년 8월 발사됐다. 지구와의 통신은 궤도를 도는 오디세이와 MRO를 거치도록 했고,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유럽우주국의 궤도 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를 거칠 수 있는 조치도 취해뒀다.

    6억7500만km를 날아간 피닉스호는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처럼 에어백으로 감싸서 떨어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바이킹호 때처럼 역추진 로켓과 낙하산을 이용해 속도를 차음 줄여서 하강시키는 전형적인 연착륙 방식으로 내려앉았다.

    영하 33~73℃ 혹한

    그 뒤 태양 전지판을 펴고 로봇 팔을 이용하여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임무를 시작한 상태다. 피닉스호에는 8개의 오븐이 있다. 거기에 흙을 넣고 약 1000℃까지 서서히 구우면서 생성된 증기를 분석해 물이나 유기화합물, 황산염이 있는지 알아낼 것이다. 또 지하의 얼음층에 생긴 틈새를 조사하여 화성이 일시적으로 따뜻해지는 시기에 물이 녹아서 흘렀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물이 녹아서 흘렀다면 틈새가 흐른 물에 막혔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틈새에 먼지만 끼어 있을 것이다.

    피닉스호는 여름인 지금 영하 33~73℃의 날씨를 견디며 3개월 동안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 뒤 북극에 해가 뜨지 않는 겨울이 오면 활동을 멈출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낼까. 계획 담당자들과 과학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제 화성의 땅 속에 얼음 상태의 물이 있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문제는 수십억년 전이 아니라 최근에, 이를테면 수백만년 전이나 수천년 전에도 물이 흘렀나 하는 것이다. 화성은 너무 춥고 대기압이 낮아 얼음이 녹지 않고 그냥 기화한다고 여겨져왔다. 또 지구와 달리 지질 활동이 없는 죽은 행성이라고 간주되어왔다. 더 이상 화산 활동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첨단 장비를 실은 궤도 탐사선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자료도 내놓고 있다.

    궤도 탐사선인 마스글로벌서베이어가 찍은 사진이 바로 그랬다. 그 궤도 탐사선이 2001년과 2005년 동일한 크레이터 지형을 찍은 사진을 비교하던 연구자들은 나중 사진에 마치 물이 흐른 듯이 길게 밝은 색깔의 퇴적물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겨우 몇 년 전에 물이 흘렀음을 시사하는 증거였다.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물이 흐른 흔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말이 옳다면, 현재 화성의 지표 근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고 이따금 지표면으로 흘러내린다는 의미가 된다.

    이 연구를 한 마이클 말린은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10년 전에는 많은 과학자가 화성에 물이 수십억년 전에 흘렀을 뿐이라고 말했고, 5년 전에는 수백만년 전에 흘렀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지금은 오늘 물이 흐른다고 말한다.”

    화산 활동도 그렇다. 마스익스프레스 자료를 연구하는 게르하르트 노이쿰은 북극지방에서 새로 생긴 듯한 화산 분화구들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들이 100만년 전이나 200만년 전에 생겼을 수 있으며, 내일 당장 새로운 화산 활동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화성은 죽은 행성이 아니다.

    운석에 실려 온 생명체?

    이런 새로운 자료들은 화성을 보는 관점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화성에 고도 문명이 있다고 상상하던 시절도 있었고, 화성이 수십억년 전에 죽은 메마르고 황량한 돌덩어리라고 단정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더니 지금 다시 화성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듯하다.

    화성에 지금도 물이 흐르고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은 화성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지구와 훨씬 더 비슷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사진에 나타난 거대한 계곡과 충적지, 삼각주, 크고 작은 골짜기, 호수, 얽히고설킨 강줄기처럼 보이는 것들은 정말로 예전의 물이 만들어낸 자국일까.

    예전에 과학자들은 화성에 따뜻하고 습한 기후가 오래 이어진 시기가 있었다는 주장을 부정했다. 그랬다면 화산암이 화학적으로 풍화되어 점토나 수화물이 표면을 덮고 있을 텐데, 실제로는 바람으로 풍화된 먼지가 덮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해상도 사진과 토양 분석 결과는 점토와 수화물이 많은 지역이 곳곳에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화성에 호수와 바다가 있고 대기도 더 두꺼웠던 온난한 시기가 있었다는 주장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초기의 약 10억년 동안 화성은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했을지 모른다. 그 뒤 화산 활동이 심해져 황 화합물을 다량 함유한 분출물들이 쏟아져서 물과 대기가 점점 산성을 띠면서 황폐해졌을 수 있다. 더 시간이 흐르면서 지질 활동이 약해지고 대기도 옅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메마르고 추운 곳으로 변했을 것이다.

    이런 가정이 사실이라면 화성에 생명이 있었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것이 화성의 물을 찾으려는 근본적인 이유다. 정말로 그런 시기가 있었다면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1984년에 지구의 남극에서 발견된 뒤로 생명의 흔적을 담고 있느냐 여부로 계속 논란거리가 되어온 화성에서 온 운석 ALH84001가 정말로 유기물질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우주전쟁’에서 보여준 극적인 양상은 아니지만, 수십억년 전 화성의 생물이 지구를 침공한 사건이 정말로 일어났을까. 세균 같은 미생물의 형태로 말이다. 화성이 지구 생명의 근원이었을까. 화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아낸다면 우리의 생명관은 다시 크게 변화할 것이다. 외계 생명을 찾으려는 노력도 더 활기를 띨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물만 있을 뿐 생명의 흔적은 없다면?

    잘 알려져 있듯이, 우주 탐사는 국수주의가 팽배하고 국력 과시에 몰두하던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거기에 모험 정신과 식민지 확보 의지도 어느 정도 가미되어 있고, 관련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고려됐다. 과학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탐사선을 보내는 비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좀 더 수월하고 적은 비용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방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화성을 제2의 지구로

    그러면서 화성을 제2의 지구로 복원시키자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을지 모른다. 피닉스호가 곧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지만, 그 옛날 화성에 있었다는 물의 상당량은 지금도 얼어붙은 채 화성의 땅속에 잠자고 있을 것이다.

    영화 ‘토탈리콜’에서처럼 그 물을 기화시켜 다시 화성을 푸르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화성 내부의 열은 식었지만, 태양이 당시보다 23% 더 밝아졌으니 영하 60℃를 밑도는 화성의 평균 기온을 영상으로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지구가 온난화로 너무 뜨거워져서 사람과 여러 생물이 살기 힘든 곳으로 변한다면, 집단 이주지로 쓸모가 있지 않을까. 물론 극도로 산성을 띤 화성의 지각을 중화시켜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말이다.

    탐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화성에 왜 가는가라는 질문의 답들이 지닌 우선 순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쩌면 생명의 흔적을 찾는다는 목표는 피닉스호에서 완결되고 거주 가능성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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