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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영화 속 술 이야기

헤밍웨이를 주저앉힌 달콤 쌉쌀한 칵테일

‘아바나’와 다이키리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헤밍웨이를 주저앉힌 달콤 쌉쌀한 칵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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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1963년, 쿠바에 가까운 마이애미 해변을 찾은 잭은 배가 보일 때마다 바비를 처음 본 순간의 설렘을 추억한다.

한편 ‘다이키리(Daiquiri)’는 럼주와 라임(또는 레몬)주스에 설탕을 탄 간단한 레시피의 칵테일이다. 쿠바는 20세기 초 독립했으나 미국으로부터 각종 기술 원조를 받았다. 쿠바 남부지역의 다이키리 광산에도 미국 기술원조단이 들어갔다. 이들에게 더운 지방에서의 작업이 쉬울 리 없었다. 쿠바 광산지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럼주와 라임주스, 설탕으로 만든 칵테일이 탄생한 배경이다. 손쉽게 만든 칵테일의 청량감이 피로회복에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기술진 총감독이던 제닝스 콕스가 광산의 이름을 따서 다이키리라고 부른 것이 이 전설적인 럼주 칵테일의 유래다. 다이키리는 1920년대부터 아바나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다이키리 광산의 미국인 노동자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이키리의 명성을 드높인 이는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문호 헤밍웨이(1899~1961)다. 미국인 헤밍웨이가 쿠바를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1939년부터 20여 년간 쿠바에 정착하면서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20세기 문학사를 대표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헤밍웨이는 늘 특유의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문 채 아바나의 플로리디타(Floridita) 바에 나타났다. 바텐더는 헤밍웨이가 나타나면 그가 사랑하는 칵테일 다이키리를 큰 잔에 담아냈다. 이 바는 헤밍웨이의 유명세 덕분에 널리 알려져 아바나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영화 ‘아바나’에서는 쿠바에 도착한 잭이 차를 넘겨주기 위해 바비를 만난 호텔에서 처음 등장한다. 다이키리를 추천하는 잭에게 바비는 진저에일을 마시겠다고 한다. 이때 잭의 발음에 귀기울여보면 재미있다. 다이키리(Daiquili)를 ‘데키리’라고 발음한다. 쿠바의 수도도 흔히 ‘하바나’라고 하지만 현지에선 ‘아바나’로 발음한다. 결국 외국어 발음은 상대방이 알아듣기만 하면 되는 모양이다.



이 영화에서도 다이키리가 빛을 발하는 곳은 플로리디타 바다. 미국에서 관광 온 두 여자와 나누는 대화에서 잭의 친구가 잭을 헤밍웨이라고 소개하자 여자들이 웃으면서 ‘그럼 수염은 어디 갔느냐’고 반문한다. 다이키리와 헤밍웨이 그리고 플로리디타 바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수염은 어디로 갔죠?”

영화에서 등장하는 바 외관에는 ‘다이키리 원조집(cuna del Daiquiri)’이라는 흥미로운 수식어와 함께 플로리디타 대신 ‘플로리다(Florida)’라는 상호가 씌어 있다. 이는 점점 늘어나는 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의미가 같고 발음은 더 쉬운 상호로 바꾼 탓이다.

헤밍웨이를 주저앉힌         달콤 쌉쌀한 칵테일
金元坤

1954년 출생

서울대 의대 졸업, 의학박사(흉부외과학)

우표, 종(鐘), 술 수집가

현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스페인어의 ‘-ito’나 ‘ita’는 작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접미사다. 그러니까 스페인어의 플로리디타와 영어의 플로리다는 의미상 별 차이가 없다.

다이키리를 변형한 칵테일 종류가 여럿이다. 기존의 다이키리에 얼음을 넣은 다음 갈아서 내놓는 프로즌 다이키리가 그중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에도 가끔 나오는 모히토는 다이키리 레시피에 탄산수와 민트를 넣은 것이다.

자, 이제 다이키리를 한잔 들고 수십년 전 쿠바혁명의 격정과 헤밍웨이의 열정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지?

신동아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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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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