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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③

말 많고 탈 많은 한약 믿고 먹어도 될까?

세 번째 르포 : 서울약령시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말 많고 탈 많은 한약 믿고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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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딜레마

북한산, 중국산 ‘짝퉁 담배’의 유통 경로를 알고자 중국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煙臺)를 다녀온 적이 있다. 두 도시는 한국과의 교역으로 먹고산다. 시장 골목마다 약재를 파는 상인이 그득했다. 호객도 한국말로 한다. 옌타이발 인천행 페리에 오른 보따리상의 짐마다 장뇌삼을 비롯해 밀반입하는 한약재가 가득했다.

서울약령시에서는 원산지를 표시해 약재를 판다. 암을 억제하는 강황은 인도산,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상황버섯은 캄보디아산이 많다. 감초는 국산이 없다. 색이 노랗고 부드러운 놈을 중국 몽골에서 수입한다. 불신은 상인들이 자초했다. ‘불법·불량 한약재 퇴치운동 궐기대회’가 서울약령시에서 열린 적도 있다. 일부의 악덕 상혼 탓이다.

중국산 약재는 한의학계의 말썽꾸러기. 농약이 검출되거나 이산화황이 잔류해 문제가 되곤 한다. 식품으로 수입해 의약품으로 뒤바뀌는 약재도 적지 않으며, 중국산 국산을 섞어서 팔기도 한다. 중국산 약재는 딜레마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공급량이 부족한 약재가 많아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이산화황은 독성이 강하다. 공기에 포함된 이산화황 비율이 0.003%가 넘으면 식물이 죽고 0.012%를 넘어서면 사람한테도 치명적이다. 천식 환자가 이산화황을 먹으면 기관지 수축이 일어나 호흡이 멈출 수 있다. 이산화황이 나오는 까닭은 벌레 먹는 걸 막고 보존기간을 늘리고자 연탄연기나 유황을 약재에 쐬기 때문이다.



“약효는 국산이 더 좋아요. 재배하지 않는 약재가 많은데다 값이 비싸 국산을 못 쓰는 거죠.”

‘50대 남자’가 막걸리를 권하면서 말했다. “그 많은 약재의 쓰임새를 어떻게 익혔느냐”고 묻자 “아버지가 한약방을 했다”면서 웃는다. 취급하는 약재가 250종. 서랍이 달린 장롱 모양의 나무장에서 강활, 당귀를 내온다. 강활은 진통 항염증에 쓴다. 당귀는 피를 만드는 걸 돕고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어혈(瘀血)을 푸는 데도 좋다.

그가 당귀, 강활을 똑바로 들여다보라고 한 뒤 섞었다. 둘은 똑같았다. 구분을 못하자 “한의사들도 젊은 사람은 구별을 잘 못해요”라면서 웃는다. 그러곤 잽싸게 두 약재를 구분해 오동나무로 만든 약장(藥欌)에 넣었다. 나는 약장 서랍마다 한자로 적힌 약재 이름을 읽는 일도 버거웠다.

엘크뿔을 팔다

말 많고 탈 많은 한약 믿고 먹어도 될까?
서울약령시엔 ‘없는 약재가 없다.’ 초오, 부자를 파는 곳도 많다. 초오, 부자는 조선왕조 때 비상과 함께 사약에 넣던 독성이 강한 약재다. 초오, 부자 같은 약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파는 건 불법이다. 한의사 한약사 한약업사만 초오, 부자 같은 약재를 다룰 수 있다. 상인들은 “우리가 전문가”라면서 ‘보사부’를 탓했다.

약재의 ‘꽃’은 몸을 보하는 인삼, 녹용이다. 홍삼 백삼 영지버섯을 파는 ‘영보인삼’엔 일본어로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약령시는 인삼을 한국에서 가장 싸게 파는 곳이다. 충청도 제천에서 태어난 정용경(53) 사장은 30대 초반부터 삼을 팔아 밥을 먹었다. 직원으로 일하다 주인한테 가게를 넘겨받았다.

“한약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게 아니라 확 줄었어요. 예순 넘은 분들만 한약을 찾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요? 이따금 오기는 하는데 삼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비타민제 가격쯤을 생각하고 왔다가 값을 말해주면 둘러보고 온다면서 그냥 나갑니다. 특구로 지정만 해놓았지 외국에 홍보하는 건 뒷전입니다. 경동시장이 전통의학을 체험하는 관광코스가 되면 좋을 텐데….”

“누가 현수막의 글귀를 썼느냐”고 물었더니 아내를 가리킨다. “이 사람이 외국산이거든요”라면서 웃는다. 정 사장의 부인은 일본인. “삼이 좋아 삼 파는 사람과 결혼했다”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도 웃는다. 부부는 금슬이 좋았다. “좋으시겠다”고 하자 아저씨는 “주택복권 당첨된 기분으로 산다”고 했다.

녹용은 한의학계의 골칫거리다. 지금도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국내에 유통되는 러시아산 녹용이 실은 북미에 주로 사는 엘크의 뿔이라는 사실이 2007년 드러난 뒤 지금껏 제 살 깎아먹는 다툼이 이어지는 것. 러시아 고르나이알타이공화국에서 수입하는 녹용은 약효가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값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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