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호

책 속으로 |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위험한 요리사 메리 外

  • 입력2018-04-15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위험한 요리사 메리
    장티푸스 보균 여성을 ‘마녀’로 만든 시대의 초상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224쪽, 1만2000원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224쪽, 1만2000원

    메리 맬런이라는 여성이 있다. 1869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1883년 홀로 미국으로 이주했다. 10대 시절부터 스스로 생계를 꾸렸고, 30대가 됐을 때는 뉴욕 일대의 부잣집 입주 요리사로 명성을 쌓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열악하던 시절 월급으로 45달러(요즘으로 치면 1180달러)씩 받았으니 제법 성공한 인생이었다. 그러나 메리의 삶은 1906년, 자신이 일하던 한 명문가에서 5명이 한꺼번에 장티푸스에 걸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집단 발병의 원인으로 그가 지목된 것이다. 

    정작 메리는 장티푸스를 한 번도 앓은 적 없는 건강한(최소한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메리가 거쳐 간 여러 가정에서 도합 24명이 장티푸스에 걸린 사실을 확인한 뉴욕 보건 당국은 즉시 그를 잡으러 나선다. 메리의 집에 잠복했다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그를 ‘납치’하고, 강제로 검체를 채취한 뒤, 격리병동에 가둬버린다. 메리는 법정 소송을 벌이는 등 자유를 되찾고자 노력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20년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다 그 안에서 숨을 거둔다. ‘위험한 요리사 메리’의 저자 수전 캠벨 바톨레티는 이러한 메리의 삶을 통해 공중보건, 인권, 차별 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에 따르면 20세기 초 장티푸스는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이었다. 1907년 한 해에만 미국인 2만8971명이 장티푸스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은 전혀 아프지 않은데 가는 곳마다 집단 감염을 일으키는 메리는 현대판 ‘마녀’처럼 여겨졌다. 한 언론이 ‘그 여자에게는 가마솥이 따로 필요 없다. 지역사회에 퍼뜨릴 독약을 자기 몸속에서 제조하는 까닭이다’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주목할 것은 일반 대중과 달리 전문가들은 1900년대 초반부터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체내에 전염병 인자를 가진, 이른바 ‘건강보균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보건 당국의 과제로 여겨지기는 했지만 건강보균자가 ‘악마’ 취급을 받거나 격리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유독 메리만 세상의 지탄을 받으며 감금까지 당한 걸까. 저자는 그 이유로 이민자이자 독신 여성이며 하층민인 메리가 대중의 공포와 혐오를 자극하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든다. 언론은 유독 메리 사건을 대서특필했고, 보건전문가들은 그를 가둠으로써 자신들이 장티푸스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2015년 이른바 ‘메르스 사태’를 겪은 우리 사회에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책이다.

    전라도 천년





    글·김화성, 사진·안봉주, 맥스교육, 367쪽, 1만7000원 

    전라도가 품어낸 삶의 이야기다. 전라도의 멋과 흥과 질곡의 역사를 담았다. 전라도는 전주의 전(全)과 나주의 라(羅)를 합해 지어진 이름이다. 1000년 전(고려 현종 9년) 나주 일원 해양도(海陽道)와 전주 일원 강남도(江南道)를 합쳐 전라도로 일컬었으니 올해가 정명(定名) 1000년이다. 과거 1000년의 기록과 미래 1000년의 희망을 담았다.



    ‘과학대통령 박정희’ 신화를 넘어



    김근배 외 지음, 역사비평사, 432쪽, 2만 원 

    ‘박정희’의 여러 이미지 중 생명력이 강한 것 하나가 ‘과학대통령’이다. 정치적 견해나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과학대통령 박정희’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 저자들은 ‘과학대통령 신화’를 해체하고 박정희 시대 과학기술사의 여러 주체에게 합당한 제 몫의 역사를 찾아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
    ‘경험’ ‘가치’ 나누는 새로운 생활!

    아룬 순다라라잔 지음, 이은주 옮김, 교보문고, 435쪽, 1만6800원

    아룬 순다라라잔 지음, 이은주 옮김, 교보문고, 435쪽, 1만6800원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협력 소비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가리키는 용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남는 것은 남에게 빌려주는 신개념의 경제다. 

    우리 집 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내주어 국경을 초월한 교류를 즐기고(에어비앤비), 타인의 차를 얻어 타고 운전자와 대화함으로써 새 친구를 사귀면서 이동하는(우버) 새로운 생활! ‘경험’과 ‘가치’를 나누는 공유경제는 쿨하면서도 올바르다는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공유경제를 경험하면 할수록 혼란에 빠진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알고 보니 아파트 예닐곱 채를 숙소로 대여하는 ‘꾼’이고, 피곤에 절어 말 한마디 않는 우버 기사는 전업 택시기사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공유경제를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할 뿐 기존 경제와 판박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대다수는 전문 숙박업자가 아니다. 상당수 우버 기사는 본업은 따로 있고 차량 공유로 다소간의 부수입을 올리는 ‘일반인’이다. 

    공유경제의 권위자로 통하는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이 책은 아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공유경제의 ‘모든 것’에 대해 다룬다. 

    공유경제가 무엇이고 주요한 특징으로 어떤 점들을 꼽을 수 있는지, 규제와 소비자 보호, 일자리 불안 등 공유경제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야 할지 등을 미국과 유럽 등지의 ‘현장 사례’를 거론하며 논의한다. 

    저자는 공유경제가 완벽한 이타성도, 완벽한 상업성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유경제는 둘 중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어느 한 영역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분명한 점은 산업혁명에 버금갈 정도로 중대한 변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만간 숙박과 운송을 넘어 의료, 유통, 부동산, 에너지 생산 등의 부문에도 공유경제 바람이 불 것이다. 좋든 싫든, 모호하든 모순되든 공유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멈출 수 없다. 

    이러한 변화에 한국이 예외일 리 없다. 카풀 업체와 택시업계 갈등이 당장의 현안인 우리 사회에 이 책은 좋은 참고가 된다.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다산초당, 464쪽, 2만2000원 

    사람이 아침에 눈을 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분초를 다투며 살았을까? 시간은 언제부터 돈이 됐나? 저자는 자연의 시간에서 인간의 시간으로 기준이 옮겨오기 시작한 기원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책을 읽으면서 익숙하고 삶 가까이 있던 시간이 단숨에 낯설어지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예정된 전쟁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전쟁 확률은 75%”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510쪽, 2만 원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510쪽, 2만 원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빠른 속도로 부상한 중국이 지금껏 당연시돼온 미국의 우위에 도전하면서 두 나라는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제기한 치명적 함정 앞에 섰다. 신흥강국과 기성 대국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독일이 제해권을 쥔 영국에 대항해 일어난 유틀란트 해전(1916), 20세기 최강으로 떠오른 미국에 신흥 강국 일본이 도전한 태평양전쟁(1941)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후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경제학 석사학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학 바탕을 가진 정치학자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안보정책 분석가다. 1977~1988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으로 일했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하버드대 벨퍼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저자는 투키디데스가 내놓은 아득한 옛날의 통찰이 위험한 역사적 패턴을 정확하게 설명해준다고 했다. 역사학적 순환론이다. 세상이 바뀌어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언젠가 발생한 일이 되풀이되는 게 인간사라는 것이다. 수천 년간 사람이 바뀌었을 것 같으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저자는 최근 500년 동안의 역사 기록을 살피는 ‘투키디데스 함정 프로젝트’를 하버드대에서 진행했다. 주요 국가의 부상이 지배 국가의 입지를 무너뜨린 사례 열여섯 개를 찾아냈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한 세기 전 공업국으로 성장한 독일이 맨 꼭대기 자리를 확고부동하게 차지하던 영국의 입지를 뒤흔든 경우다. 

    ‘투키디데스 함정 프로젝트’는 열여섯 국가 간 경쟁 사례 중 열두 사례는 전쟁으로 끝났으며 네 사례는 전쟁을 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패권국과 신흥 강국이 부딪칠 경우 전쟁 확률이 75%에 달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을 마주한 상황에서 보자면 그리 안도감이 드는 비율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중국이 미국에 맞서다가 마침내 전쟁까지 발발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그 중심인물로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보다 더 적절한 주인공은 찾기 힘들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기 나라가 위대해지기를 바라는 깊은 열망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책세상, 336쪽, 1만5000원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이다. 정신의학 전문의로 활동하는 저자는 ‘어차피 죽을 존재인 우리가 고통을 받으면서도 살려고 하는 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 ‘죽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를 묻는다. 인간을 대하는 저자의 따듯하고 평안한 시선이 녹아 있다.



    석복



    정민 지음, 김영사, 292쪽, 1만4000원 

    석복(惜福)은 복을 아낀다는 뜻이다. 현재 누리는 복을 소중히 여겨 더욱 낮추고 검소하게 생활해 복을 오래 누리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들은 이 말을 사랑했다. 아껴둔 복은 저축해두었다가 함께 나눴다.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인문학자의 사유와 성찰이다.



    신들의 전쟁
    함께 있어 더 빛난 스포츠 라이벌

    김동훈 지음, 폭스코너, 427쪽, 1만7000원

    김동훈 지음, 폭스코너, 427쪽, 1만7000원

    인류는 ‘경쟁’을 통해 성장해왔다. 특히 ‘정제된 전쟁’으로 불리는 스포츠는 ‘라이벌’이 있어야 선수 자신은 물론, 그 종목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 

    피겨스케이팅의 동갑내기 닮은꼴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대표적이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펼쳐진 한국의 이상화 선수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의 아름다운 대결 뒷이야기는 세계인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신들의 전쟁-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은 치열하게 싸우고 함께 빛난, 그래서 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들을 담은 열전(列傳)이다. 현직 일간지 스포츠부장인 저자는 톱 스포츠 선수 60명과 26개 팀이 빚어낸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웠던 승부의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테니스의 오른손 황제 로저 페더러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 한솥밥을 먹으며 등번호 61번과 16번의 자존심 대결을 펼친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 대학부터 프로까지 라이벌이라 불리며 서로를 성장시켰던 한국 농구의 역사 서장훈과 현주엽,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최고 선수 논쟁을 유발하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스포츠 역사의 한 장이 됐거나 여전히 역사를 쌓아가고 있는 스포츠 라이벌들의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야구, 농구, 축구 같은 인기 스포츠뿐 아니라 널리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나 팀들 간의 라이벌 스토리도 적지 않게 다뤘다는 점이다. 

    삼척시청과 서울시청의 피 말리는 한 점 차 승부를 보면 누구나 핸드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토냐 하딩의 낸시 캐리건 습격 사건, 리총웨이와 린단의 배드민턴 승부, 10점 만점의 체조요정 나디아 코마네치의 맞수였던 넬리 킴 또한 같은 대회의 10점 만점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 등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다. 

    라이벌은 서로를 의식하며 강한 승부욕을 발휘해 치열하게 싸운다. 하지만 승부가 끝나면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한다.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눈물을 서로 번갈아 주고받으며 만들어온 승부가 스포츠 역사를 다시 쓰게 한다. 그 치열한 승부의 현장과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다 보면 스포츠가 살아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다시 쓰는 전쟁론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강창부 옮김, 한울, 272쪽, 2만6000원 

    군사학 분야 석학으로 불리는 저자가 손자의 ‘병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독자들이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전쟁론 다시 쓰기에 나섰다. 손자와 클라우제비츠가 살고 저술했던 시간과 공간의 전쟁 이론과 현대의 그것 사이의 간극을 채우려고 시도된 책이다. 전쟁과 군사 전략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권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