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최저임금 인상 그 후 | “망하게 만드는 게 구조조정?”

20-70대 자영업자들의 작심토로

“식당을 접어야 할지…”

  • 입력2018-07-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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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인상하면 식당 종업원 급여 전부 올라

    • 설상가상 가격 인상에 외식 물가도 들썩

    • 임차료 높아 인건비 증가 더 큰 부담돼

    “내년 말 임차 갱신이 가장 큰 걱정거리지. 임차료가 5년간 동결돼 버텨왔는데…. 맛집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라요. 해마다 월평균 매출이 500만 원씩 줄어드니. 정부 시책 때문에 인건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거기에 임차료까지 오르면 정말 식당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서울 강북 중심가의 한 골목에서 24년째 제주 토속음식점 A식당을 운영해온 김모(여·77)씨에게 요새 장사가 어떤지 물은 참이었다. 24년이라는 숫자가 오롯이 증명하듯 A식당은 골목의 터줏대감이다. 인근 직장인 중 이곳의 자리돔물회나 갈칫국, 혹은 한치물회를 한 번쯤 안 먹어본 이가 없을 터. 

    1, 2층 더해 120석 규모에 신문·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가게라 단골손님도 적잖다. 요새도 점심시간이면 식당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가게 한복판에는 김씨가 지상파 방송사 생활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한 장면을 담은 홍보물도 엿보인다. 한때는 순수익이 월 1000만 원을 기록할 만큼 황금기도 있었다. 

    “1998년이었나. ◯◯일보에 소개돼 전성기가 시작됐지요. IMF 경제위기에도 돈 잘 벌었습니다. 그땐 서울에서 제주 음식 차려내던 식당이 적다 보니 손님이 강남에서도 많이 건너왔어요.” 

    강북 시절을 포함해 총 31년간 외식업계서 일하며 3남 2녀를 키워온 노(老)사장의 회고다. 영광의 시기를 건너온 그가 정말로 장사 접는 걸 고민하고 있다. 코앞에 닥친 문제는 인건비 증가다.



    “최저임금 인상 폭 맞춰 급여 올려줘야 뒷말 없어”

    A식당 종업원은 주방 3명, 홀 2명, 아르바이트생 2명 등 총 7명. 여기에 김씨 아들이자 식당 총괄운영자인 이모(41) 씨가 주방 일을 돕는다. 올해 1월 A식당은 주방과 홀 직원 5명의 월급을 각각 20만 원씩 올렸다. 아르바이트생 두 사람의 일당도 하루 기준 5000원이 올랐다. 이렇게 는 지출이 월 125만 원이다. 

    “식당에 오래 일한 종업원이 많아요. 해마다 10만 원씩 급여를 인상했는데,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커서 예년보다 10만 원 더 올려줬어요. 우리 식당에는 최저임금 받는 종업원은 없어요. 그렇다고 영향이 없는 건 아니죠. 최저임금 인상 비율에 맞춰 올려줘야 뒷말이 없으니까요. 아르바이트 학생들 급여는 중개해주는 인력사무소에서 올 초에 올리더라고요.” 

    이렇게 되자 지난해 25% 수준이던 A식당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올해 32%까지 뛰어올랐다. 이 기간 월평균 매출은 10% 이상 줄었다. 복리후생비, 퇴직금 등을 더하면 인건비 비중은 더 높아진다. A식당도 지난해 일을 그만둔 주방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 매출이 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는 자영업자의 소득 일부가 종업원들에게 이전된 셈이다. 

    그나마 A식당은 저녁 메뉴에 한해 가격을 올려 매출 하락을 최소화한 편. 오랜 기간 구축해온 단골 네트워크 덕에 고객의 가격저항감이 작아서 가능한 일이다. 김씨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린 건데, 내년에 또 인상하긴 어렵지 않겠어요? 어떤 방법으로 줄어드는 이익을 만회할지 걱정이네요”라고 하소연했다. 

    가격 인상은 수익 감소에 직면한 자영업자에게 불가피하게 남은 선택지다. 그나마도 영업망이 잘 갖춰진 식당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외식업계서 고정비는 크게 보아 3가지, 즉 식재료 값과 인건비, 임차료다. 이 중 식재료 값은 가격 인상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한 대형 식자재업체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은 매일 이뤄지는 경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오르내리는 추세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오를 시기에 대비해 미리 조리 과정에서 줄이거나 비슷한 농산물로 대체할 수 있다. 또 식재료 인상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 저항감이 상당히 큰 편이다. 이 때문에 가격 조정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변수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추세만 놓고 보면 인상을 자극하는 요인은 올해 기준 16.4%가 오른 최저임금이다. 식재료 값은 작황과 수급 상황에 따라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다. 반면 인건비는 한번 오르면 다시 뒷걸음질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 

    3월 23일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전국 외식업체 285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7.5%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80.4%는 “이후에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응답자 중 78.6%는 “앞으로 메뉴 가격을 올리겠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원한 가격 인상률은 18.4%였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그만큼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 지갑 사정 또한 걱정스럽다. 4~6월 사이 통계를 살펴보면 외식물가 상승세가 단연 돋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상승했는데, 이 중 외식 물가 상승률이 2.7%로 전체 상승률을 1.2% 웃돌았다. 5월 외식 물가 상승률 역시 2.7%였다. 앞서 4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해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낸 바 있다.

    ‘임차료 vs 인건비’는 틀렸다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 후 자영업자가 힘들다’는 주제의 기사를 쓰면 흔치 않게 달리는 댓글은 “임차료가 문제지 최저임금 인상과 무슨 상관이냐”다. 하지만 임차료와 인건비는 서로에게서 자유로운 독립변수가 아니다. 임차료가 이미 높으니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에게 더 큰 고통으로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료 vs 인건비’라는 논쟁 구도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는 뜻이다. 

    A식당의 임차료는 시세보다 도드라지게 낮다. 건물주가 김씨와 동향(同鄕)이라는 이유로 1, 2층 합쳐 600만 원의 월세를 책정해 고정비 상승분을 흡수해준 덕이다. 유사한 크기의 근처 식당보다 적어도 20% 이상 낮다는 게 김씨 설명. 

    덕분에 A식당의 매출 대비 임차료 비중은 현재 1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행운을 등에 업고 남는 한 달 순수익이 500만 원 안팎이다. 영업이익률로 치면 약 10%다. 그나마 회 써는 기술을 갖춘 아들 이씨가 종업원이 쉬는 일요일에 혼자 나와 일을 해서 얻은 성적표다. 대신 아들 이씨의 한 주간 노동시간은 70시간이 넘는다. 

    이 돈은 4인가구로 이뤄진 아들 가족과 김씨까지 총 5명의 한 달 생활비용이다. 적은 수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수십 년 된 맛집에 어울리는 성적표라 보기도 어렵다. 특히 5년간의 임차 계약이 내년 말이면 끝난다. 때마침 정부가 올해 1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기존 9%에서 5%로 낮아졌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또 올해 수준으로 오르면 수익성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차라리 임차료 비싸도 확실한 상권 가겠다

    그렇다면 임차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골목서 장사하는 식당이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마니아층이 제법 많은 동남아음식 전문점 B식당은 7월 1일 서울 강남권의 한 매장을 폐업했다. 1998년 1호점을 개업한 B식당은 국내 동남아음식 분야서 1세대에 속하는 잘 알려진 브랜드다. 현재도 이 식당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5개 이상의 직영점을 갖추고 있다. 

    폐업한 매장은 2007년에 문을 열었다. 인근 거리에 유동인구가 늘 때 선제적으로 치고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11년간 임차료가 세 배 넘게 올랐다는 점. 지금의 서울 종로구 서촌처럼 강남권 골목 곳곳이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을 때다. B식당은 지난해 메뉴 가격을 1000원 올렸지만 이 매장의 폐업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B식당 총괄매니저로서 각 직영점을 관리하는 박모(31) 씨는 “강남권도 예전만 못합니다. 매출 빼고 임차료와 인건비, 식재료비 등 지출이 다 늘었어요. 특히 폐업한 매장은 올해 초에 인건비 비중이 30%에서 33%로 올랐는데, 매출 빼곤 줄어드는 게 없으니 결국 닫기로 했죠”라고 말했다. 3% 상승은 앞선 A식당에 비하면 비교적 선방인 터. 문제는 앞으로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앞의 A식당은 사장의 아들이 일을 해 인건비 추가 지출을 막았다. 하지만 B식당 사정은 다르다. 박씨는 “사장이 일하면 인건비 비중이 20%대로 떨어질 것 같은데, 우리 식당은 여러 개의 직영점을 매니저 체제로 운영하니 30% 이하로 낮추기가 불가능해요.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에서 매니저까지 계단식으로 임금을 다 올려야 해요. 더 작은 개별 점포 식당이나 더 큰 프랜차이즈보다 도리어 인건비 인상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B식당은 올해도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박씨는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도 있어 가격을 선뜻 올리는 게 쉽지는 않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반기에 또 메뉴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입니다”라고 전했다. 이는 브랜드 효과가 있고 영업망도 탄탄해 가능한 결심이다. 

    규모가 비교적 큰 B식당은 대형 쇼핑몰(mall) 내 매장에 사활을 거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큰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확실한 상권에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강남권에 자리 잡은 B식당의 한 대형몰 지점은 80석 규모에 월 임차료가 4000만 원에 달한다. 박씨는 “임차료 부담이 크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 망하진 않을 거란 기대가 있으니 몰을 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장의 월 매출액은 2억 원 안팎이다. 상시 근로자(매월 근로일이 16일 이상인 근로자)는 주방에 6명, 홀에 6명 등 총 12명이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특근수당으로 기본 시급의 150%가 지급되고 주휴수당도 있다. 이외에 마감근무조 등을 모두 합한 총 근로자 수는 30명이다. 이렇게 해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약 30%라는 게 박씨의 설명. 내년에도 올해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 비중은 최소 3%가 뛸 거라는 게 그의 말이다. 

    “만약 준비 없이 외식업에 뛰어든 창업자들이 최저임금 탓만 하면 사회적으로 적절한 논쟁이 이뤄질 순 없겠죠. 하지만 제법 알려진 식당도 인건비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는 최저임금 인상의 대의에는 공감해요. 그렇다면 카드수수료나 세금 등 다른 지출을 더 줄여주는 방식의 출구를 정부가 고민해주면 좋겠습니다.”

    창업도 폐업도 많은 현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와중에 감소 국면이던 자영업자 숫자가 반등했다. 창업자가 늘어 경쟁이 더 격화됐다는 의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7년 자영업자는 568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8000명 증가했다. 이는 572만 명을 기록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25.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C) 회원국 중 5위다.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 추론은 어렵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2007~2015년 사이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자영업 취업자 중 이전에 임금근로자였던 비중은 58.8%(28만5000명)였다. 반면 실직자였거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있던 사람의 비중은 18.2%(8만 8000명)에 그쳤다. 즉 창업자의 절반 이상이 직장을 나와 생계를 위한 대안으로 ‘레드오션’에 뛰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업황은 더 나빠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성장률은 –0.8%로 집계됐다. 이 중 숙박음식점업의 성장률은 –2.8%에 그쳐 1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이 자영업자 소득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상식적인 추론이다. 

    이 탓에 자영업을 하다 결국 견디다 못해 이탈하는 사람도 많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의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앞질렀다. 음식업의 경우 폐업률과 창업률이 각각 3.1%, 2.8%로 8개 업종 중 가장 두드러진다. 경쟁 심화, 관광객 감소, 소비 심리 저하, 임차료 및 인건비 상승 같은 악재가 겹겹이 쌓인 결과라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이는 A식당, B식당 두 자영업자의 토로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특히 사회생활 경험과 장사 노하우가 부족한 청년들의 실패율은 유독 높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연구는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이슈’ 2017년 9월호에 실린 ‘늘어나고 있는 청년 자영업자’(황광훈 책임연구원)라는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청년들의 자영업 지속 기간은 평균 31개월에 불과했다. 이 중 창업 2년이 안 돼 폐업하는 경우가 55.3%에 달했다. 그나마 이 연구는 혼자 또는 무급 가족 종사자와 함께 사업체를 운영한 경우로 한정됐다. 인건비를 최소화한 채 창업에 나섰음에도 시장에서 버티지 못했다는 뜻이다.

    월급 150만 원 받는 청년사장님

    7월 1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1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위쪽)들은 고용노동부 앞에서 '5인미만 사업장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근로자위원들은 전원회의장에서 '최저임금 온전한 1만 원 쟁취' 문구가 적힌 피켓을 책상에 올려놨다. [뉴스1]

    7월 1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1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위쪽)들은 고용노동부 앞에서 '5인미만 사업장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근로자위원들은 전원회의장에서 '최저임금 온전한 1만 원 쟁취' 문구가 적힌 피켓을 책상에 올려놨다. [뉴스1]

    청년 자영업자이던 김모(29)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에서 운영하던 부대찌개전문점 C식당을 권리금 3000만 원을 받고 또 다른 자영업자게 넘겼다. 당초 김씨가 내고 들어간 권리금은 5000만 원. 2016년 6월에 가게를 열었으니 불과 1년 5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가맹거래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외식업에 대한 꿈이 남달랐던 김씨에게는 쓰디쓴 실패담이다. 

    C식당은 지하철역과 가까웠다. 근처에 큰 창업센터도 있어 직장인도 많았다. 인근지역에서 작은아버지가 십수 년간 운영해온 가게의 분점 격이라 검증된 레시피(recipe)도 있었다. 임차료는 230만 원이었는데, 시세보다 싸지도 비싸지도 않았다. 채용은 최소화했다. 종업원은 월 200만 원 받는 주방직원 1명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해 월 70만 원을 수령하는 아르바이트생 1명이 전부. 대신 김씨가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며 부족한 일손을 메웠다. 

    개업 후 3개월간은 호황을 누렸다. 이른바 ‘오픈빨’이다. 23평에 50석 규모 C식당에서 6000원짜리 부대찌개를 팔아 월 매출 3800만 원을 올릴 때도 있었다. 매출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7.1%에 불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이듬해에 가게 문을 닫게 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개업 4개월째. 월 매출은 1300만 원으로 곤두박질쳐 다시는 반등하지 않았다. 식당이 텅텅 빈 것도 아니다. 김씨의 말이다. 

    “점심때는 테이블이 꽉 찼어요. 그런 상태로 두 바퀴 정도 회전했습니다. 그런데 저녁엔 텅텅 비더라고요. 어떨 땐 14시간을 식당에 붙어 있고도 하루 20만 원밖에 못 벌었어요.” 

    그러다 보니 종업원 2명, 상시근로자는 주방이모 한 명뿐인 가게에서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20.7%로 급등했다. 어쩔 수 없이 사장인 자신의 수익을 줄였다. 최후의 수단으로 가격도 올렸다. 500원도 아닌 단 300원을. 하지만 “가격 올리셨네요?”라고 되묻는 손님들의 말이 비수로 꽂혔다. 김씨는 “손님들에게 죄짓는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매출은 늘지 않고 가게 이미지만 나빠졌다. 앞의 두 식당과 달리 단골도 적고 규모가 작아 영업 환경도 마땅치 않은 김씨 식당에는 치명적 악수(惡手)였다. 

    이때부터 젊은 골목사장 김씨는 주방이모보다 적은 돈을 가져갔다. 시급으로 따지면 아르바이트생이 김씨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갔다. 하루 2시간을 식사시간으로 감안해 제외하더라도 김씨의 시급은 약 5200원. 

    “1년에 두 번 부가세를 냈습니다. 한 번에 250만 원씩 나왔어요. 두 번째 부가세를 내고 나서는 남는 돈이 월 150만 원이더군요. 다른 세금 내고 가져갈 돈이 100만 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접었습니다.” 

    인건비 증가는 초보 사장 김씨가 차마 고려하지 못한 변수였다. 김씨는 “외식업계에는 여러 식당을 거치며 주방 근무를 오래 해온 이모가 많아요. 그분들은 나름의 인적 인프라가 있어요. 근처 식당에서 얼마씩 올려줬다는 걸 다 아는 거죠. 그럼 그에 맞춰 올려드려야 해요. 아르바이트생도 매달 500원씩 시급을 올려줬어요. 최저임금 오른 올해까지 장사를 계속했다고 상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장사가 안된 데는 사장 책임이 제일 크죠. 그렇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시간을 주면 어떨까요. 차등 적용하는 식으로. 전 재산 걸고 뛰어든 사람들에게 정책의 영향이 너무 크니 하는 말입니다.”

    “임금 올려 망하게 하는 게 구조조정인가”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에 재앙일까 기회일까. ‘기회론’을 펴는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거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한계상황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정리돼 업계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건강해질 거라는 논리다. 이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을 임금노동시장으로 유인할 거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실제 C식당의 김씨는 폐업 후 3개월 만에 한 프랜차이즈업체 본사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김씨는 “장사하면 근무시간이 훨씬 긴데 버는 돈은 너무 적다. 회사원으로 사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김씨가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도 어색지 않은 29세여서 가능한 일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해 대출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을 폐업시키는 꼴이다. 억지 구조조정이다. 폐업이 최저임금 인상의 본래 정책 목표라고 볼 순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임금노동시장의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면 이는 좋은 의미의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노동자의 급여도 올린다. 따라서 기업들이 폐업한 자영업자를 채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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