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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조선력사’ 등 북한 교과서 분석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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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 배신한 신라 통치배”

‘조선력사’에서 사실 서술이 아닌 역사에 대한 평가를 다룬 부분은 김일성, 김정일의 해석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일성, 김정일의 역사 해석에 따른 적통은 고조선→고구려→고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신라의 3국통일과 조선 건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신라에 대한 역사 해석은 김정일이 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조선력사 3권). 통일신라는 3권 4장 ‘발해와 후기신라’에서 △고구려에 대한 배신 △백제에 대한 배신 △신라의 배족행위 항목으로 다룬다. ‘조선력사’에서 “후기신라”는 ‘미제의 앞잡이’라고 가르치는 대한민국에 비견되는 존재다.

북한에서 고구려는 강성대국이다. ‘조선력사’ 3권 3장의 목차는 1절 : 강성대국 고구려, 2절 : 백제, 3절 : 신라로 이뤄졌다.

고구려를 다룬 3권 3장 1절은 “지난날 우리나라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가장 강하던 시기는 고구려였습니다”라는 김일성의 ‘교시’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무기풍과 군사력”을 ‘강성대국 고구려’의 배경으로 꼽는다. ‘조선력사’는 “강성대국 고구려는 강대한 국력을 가졌으나 말기에 단합이 이뤄지지 못해 동족의 나라들을 배신한 신라 통치배들의 배족행위와 당나라 침략군에 의해 멸망한다”면서 “내부가 분열하고 투항·변절자가 나타나 침략자와 손을 잡는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백제는, 김일성의 해석에 따르면 “고구려에서 갈라져 나온 사람들이 세운 나라”다. ‘조선력사’의 백제사(4쪽) 서술은 고구려사(18쪽), 신라사(8쪽)보다 짧다.

‘조선력사’에서 고려는 고구려를 직접 계승한 나라다. 김정일은 “동족의 나라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던 고구려의 지향은 10세기 초에 창건한 고려에 의해 계승됐다”(조선력사 4권)고 해석했다.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북한 학생들은 유물사관에 입각한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운다. REX

유물사관에 꿰맞춰

‘조선력사’에 따르면 조선은 건국돼서는 안 될 나라다. “리성계 일파”가 왕권을 찬탈해 “봉건 통치배”들이 “인민을 수탈한” 부끄러운 역사다. 김일성의 해석은 이렇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

‘조선력사’ 5권은 “조선의 봉건적 착취 형태”를 규탄하면서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서는 반항이 있는 법”이라는 김일성 ‘교시’를 인용한다. “함경도 농민전쟁”(이시애의 난) “평안도 농민전쟁”(홍경래의 난), “1862년 전국 농민폭동”(진주민란 등 71개 지역에서 일어난 농민항쟁), “갑오농민전쟁”(동학농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조선력사’는 선사시대를 “원시공동체 사회”로 규정한다. 고조선, 부여 등은 “노예소유자 사회”다. “봉건사회”는 삼국시대~조선시대다. “17세기에 자본주의적 관계가 나타났다”(조선력사 5권)고 본다. 카를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에 꿰맞춰 서술한 터라 억지스럽다.

1884년 갑신정변은 실패한 부르주아 개혁(김일성, “갑신정변은 궁중에서 일어난 단순한 권력싸움이 아니라 나라의 근대화를 목적한 부르주아 개혁이었습니다”)이다. ‘조선력사’는 “진보적인 관료들이 정권을 잡아 국가기구를 뜯어고치려고 했으나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 지도자들은 양반 관료 출신으로 계급적으로 미숙했다”면서 “김옥균은 우리나라를 개명시키려고 한 부르주아 개혁운동자였고 애국자였다”고 서술한다.

한국 역사교과서는 갑오개혁(1894년) 이후를 근대로 본다. ‘조선력사’도 5권이 갑오개혁에서 마무리된다. 북한은 갑오개혁을 “민족적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애국적 개혁”이라고 규정하면서 “우(위)로부터 실시된 개혁이었으므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토지를 농민에게 나눠주지 못한 것이 한계”라고 지적한다.

북한은 1946년 토지개혁을 실시한다. 1945~1961년에 걸쳐 생산수단 국유화를 완성하면서 사회주의를 성립한다. ‘조선력사’에 따르면 원시 공산사회→고대 노예제사회→중세 봉건사회→자본주의사회(“자본주의적 관계가 나타난 17세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완성한 것이다.

‘조선력사’는 이렇듯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에 맞춰 역사를 서술한다. 삼국시대~조선시대를 봉건사회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는 한국의 사학자는 없다. ‘조선력사’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에서 ‘민중사관’이라고 일컫는 관점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인민의 저항사’가 서사의 큰 줄기다.

대원군의 집권~임오군란까지는 “외래자본주의 침략을 반대한 인민들의 투쟁”(5권 4장)이다. “갑오농민전쟁”을 다룬 5권 5장 3절의 첫 문장은 이렇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 김일성은 “갑오풍운의 총아 전봉준은 내 가슴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한 점의 불꽃”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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