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입력2015-11-24 08: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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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태’로 불리는 성도착증 환자 대부분은 변태적 성행위가 잘못이란 걸 안다. 정상적인 성행위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면 성도착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 또 참으려 하는데, 성욕은 본능이라 억제할 수가 없다.
    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일러스트·김영민

    섹스를 너무 밝히거나 ‘야동’에 정통하면 ‘변태 아니냐’는 놀림을 받는다. 그런데 정신과에서 정의하는 변태적 성행위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는 성행위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 것을 정상적인 성행위라고 가정할 때, 이와 다른 형태의 성적 행위로 성적 만족을 추구하면 변태적 성행위라고 정의한다. 보다 점잖은 말로는 ‘성도착증’이다. 남들은 성적 만족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을 성적 만족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해서 ‘성적 대상 질환’이라고도 한다. 성도착증의 카테고리 속엔 다양한 증상이 있다.

    관음증부터 살펴보자. 여성의 치마 속, 옷 벗는 모습, 알몸, 혹은 성행위를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보거나 촬영하는 ‘몰카’가 대표적이다. 한두 번 이런 행위를 했다고 관음증이라 하지는 않는다.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관음증이라고 한다.

    관음증, 평생 갈 수도

    예전에는 거울을 사용해 치마 속을 훔쳐보거나, 육교 계단 밑에서 치마 속을 몰래 올려다보거나,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여성이 배변을 하려고 하면 엿보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다 폐쇄회로(CC)TV가 보편화하면서 여성 탈의실이나 화장실에 몰래 CCTV를 설치해 훔쳐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나온 뒤에는 지하철이나 수영장에서 전화를 하는 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다리 사이를 촬영하는 이가 늘었다.

    카메라가 소형화하면서 속옷에 자그마한 구멍 하나만 있어도 몰카 촬영이 가능하다. IT의 발달 덕분에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저장했다가 돌려보거나 유통하는 것도 쉬워졌다. 몰카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엽기 사이트도 허다하다.



    관음증은 이제 일종의 산업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자신이 직접 보려고 몰카 영상을 찍었다면, 지금은 유통을 위해서 찍는 경우가 늘고 있다. 누군가가 몰카 영상을 보려고 클릭할 때마다 유포자가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란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자가 몰카 영상을 미끼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촬영했든 혹은 공유 사이트에서 습득했든 그런 영상을 보면서 해당 여성과 관련된 성적 상상을 하면서 자위행위를 한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식상한 이들이 일반인이 등장하는 리얼리티쇼를 즐겨 보는 것과 유사한 심리다. 에로 배우가 등장하는 포르노를 보는 것은 지겹다. 뭔가 더 실제에 근접한 것이 필요하다. 여자 사진을 몰래 찍을 땐 마치 사냥을 하는 듯한 스릴도 느끼게 된다. 관음증은 보통 15세 이전에 발병하는데,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노출증, 물품음란증

    낯선 여성에게 성기를 노출하는 ‘바바리맨’은 노출증 환자다.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성기를 보여주는 것은 이를 통해 성적으로 흥분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고 애무하고 섹스하는 성적 판타지를 즐긴다. 그래서 이들은 성기를 노출할 대상을 찾기 위해 여학교 주변을 돌아다니고, 노출 대상을 기다릴 때는 격하게 흥분한다. 여성 앞에서 성기를 노출할 때는 성기가 터질 것 같다. 이 광경을 본 여성이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면 자위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성이 소리를 지르면 누군가에게 잡힐까 두려워서 달아나는데, 집이나 숙소로 돌아와 그녀와 관계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위행위를 한다.

    요즘은 곳곳에 CCTV가 많이 설치되면서 성기를 드러내진 않고 옷 속에 손을 넣어서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출증 환자는 피해 여성과 실제로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 성폭행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당하는 여성으로선 어두운 밤 으슥한 길거리에서 낯선 남자가 코앞에서 성기를 드러내거나 바지 지퍼를 내리면 상대방이 바바리맨인지 성폭행범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땐 무조건 성폭행범이라고 단정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신고하는 게 원칙이다. 노출증 환자들은 자신은 성폭행범이 아니라 성도착증 환자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성폭행범을 마주한 것과 똑같은 공포를 느낀다. 노출증은 보통 18세 이전에 발병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호전된다. 40세 이상의 ‘늙은 바바리맨’은 드물다.

    여성의 속옷이나 물건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으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일은 ‘물품음란증’이다. 남자아이들이 누나의 속옷을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속옷이 없어졌다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동생의 방에서 발견되면 여간 당혹스럽지 않다.

    물품음란증 환자는 빨랫줄에 널린 여성의 브래지어나 팬티를 훔치기도 한다. 차라리 여성 속옷을 사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아무도 입지 않은 새 속옷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속옷만으론 안 되고, 속옷의 주인인 여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속옷 주인이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속옷 냄새를 맡으며 그녀의 좋은 향기를 떠올리고, 속옷을 만지며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를 연상한다. 브래지어를 만지며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고 상상한다. 팬티로 자신의 성기를 감싸면서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성기에 삽입하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하고 자위행위를 한다.

    속옷에 사정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속옷을 훔친다는 것은 새로운 여성과 관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품음란증 환자의 집을 수색하면 수백 벌의 여자 속옷이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속옷 외에 양말, 구두 등에 집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마찰도착증

    여성의 옷을 입은 상태로 여성과 성행위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은 ‘복장도착적 물품음란증’이라고 한다. 여성의 옷이나 속옷을 입는 과정에서 성적 흥분을 얻으려 한다. 여자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거나 ‘셀카’를 찍기도 하고, 노출이 심한 여성 복장을 하고 거리에 나가기도 한다. 그러고는 그 옷을 입은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며 성적 상상을 한다.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는 여성이 그 옷을 입고 자기 눈앞에 있다고 상상한다. 옷을 벗으면 여성이 옷을 벗는다고 상상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남자 주인공이 돼 섹시한 옷을 입은 여성과 섹스를 한다고 여긴다.

    겉옷부터 속옷까지 모두 여자 옷을 입는 경우도 있고, 여성 속옷만 입는 경우도 있다. 양말을 신거나 하이힐을 신는 것만으로 흥분하는 이도 있다. 이럴 목적으로 여성의 속옷을 훔친다면 물품음란증을 위한 도벽과 복장도착적 물품음란증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노출이 심한 원피스나 스커트를 입은 채 스타킹만 신고 팬티는 입지 않은 상태로 인적이 드문 밤길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노출증과 복장도착적 물품음란증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여자 옷을 입는 경우는 성도착이 아니다. 이런 경우는 ‘성정체감 장애’에 해당한다. 남자가 여자로서 사랑을 받고 싶은 트랜스젠더는 여자처럼 화장을 하고 여자의 옷을 입는다.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수술을 받기도 한다. 복장도착적 물품음란증 남자에겐 여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것이 트랜스젠더와의 차이점이다. 남자로서 매력적인 여성과 관계를 갖는 성적 상상을 하는데 여성 복장이 환상을 구체화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언급한 성도착증과 차이가 있는 도착증도 있다. 지하철 등에서 성기를 여성의 몸에 비비거나 여성을 만지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면 ‘마찰도착증’이다. 이런 행위를 하면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는 상상을 한다. 지하철과 만원 버스에서 발생하는 성추행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개 15~20세 때 발병한다.

    처음엔 지하철 같은 데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기가 여성의 몸에 밀착되는 것을 경험하고, 집에 와서 그 여성과의 성관계를 상상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직접 여성의 몸에 성기를 밀착하거나 손으로 가슴을 건드린다. 강도는 더 심해진다.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성기를 비비거나 가슴을 만지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빈도는 줄어드는데, 결혼도 하고 자식도 있고 하니 잃을 것이 많아 참게 된다. 그러다가도 매력적인 여성에게 몸이 밀착되는 일이 우연히 발생하면 자꾸 그 생각이 난다. 그래서 증상이 도지기도 한다.

    여성을 지배한다고 착각

    여성에게 수면제나 최음제를 탄 술(일명 ‘물뽕’)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여성이 저항 불가능한 상태에서만 관계를 갖는 남성도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여성과의 정상적인 성관계로는 만족을 못해 이런 범죄를 저지른다. 이들은 여성이 몸을 못 가눌 만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관계를 가질 때 더 흥분한다. 자신이 여자를 완전히 지배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자를 물건처럼 다루며 성관계를 한다. 그렇게 당한 여성을 동정하기는커녕, 주위에 “○○을 따먹었다”며 자랑하고 다닌다.

    부부간에도 아내를 폭행해 기진맥진하게 해놓고 성행위를 하는 남성이 있다. 이들은 대등한 성관계에서는 상대방을 만족시키지 못할까 두렵다. 이들은 여성이 저항할 수 없을 때 성관계를 가지면 더 흥분한다. 여성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는 자신이 없다. 여성이 왠지 억지로 나를 상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성을 만족시키지 못할까봐 불안하기도 하다. 폭력으로 제압한 상태에서 여성과 관계하면 그런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성적가학증은 앞서 언급한 모든 성도착증과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상대방이 심리적으로 굴욕감을 느끼거나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워할 때 성적으로 흥분한다. 상대방이 아프다고 해도 성관계를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여성이 고통스러워 신음하면 여성이 흥분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성행위를 하면서 욕을 하기도 하고 유두를 꼬집거나 엉덩이를 때리기도 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오럴섹스를 하면서 정액을 삼키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여성의 사지를 묶거나 눈을 가리고 관계를 갖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제압하는 듯한 느낌을 즐긴다. 여성이 묶여 있거나 눈을 가린 경우 고통을 주기는 더욱 쉽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엔 우월감을 확인하고자 여성을 기어다니게 하거나 우리에 가두기도 한다. 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구타하거나, 목을 조르거나, 전기쇼크를 주거나, 칼로 찌르는 등의 고문을 하면서 흥분한다. 이런 성관계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은 없다. 따라서 성폭행이 동반된다. 그 결과 납치나 살인에 이르기도 한다.

    욕구, 동기, 욕망

    과거엔 ‘변태’라고 하면 게슴츠레한 눈빛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어슬렁거리는 이들을 떠올렸지만, 요즘 변태적 성행위로 문제가 되는 이들의 상당수는 겉으로 봐선 극히 정상이다. 현직 지검장이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발각돼 옷을 벗기도 했고, 유명 포털 계열사에서는 남자 직원이 여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의 성에는 성적 욕구(Sexual desire), 성적 동기(Sexual motivation), 성적 욕망(Sexual wish)이라는 3가지 측면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성적 욕구는 생물학적인 부분을 반영한다.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성욕이 일어난다. 어떤 이는 술만 마시면 성욕이 강해진다. 반면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은 성욕을 떨어뜨린다. 성욕이 아주 강한 사람은 주위에 성관계를 할 사람이 없으면 자위행위를 해서라도 성욕을 해소해야 한다.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아니어도 성욕만 해소할 수 있다면 관계를 갖기도 한다. 성도착증 환자의 경우 성욕 자체는 강렬하다. 이런 상태에서 권태롭거나 지루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섹스를 통해 해소하려 한다.

    성적 동기는 매력을 느끼는 누군가와 성관계를 갖고 싶은 마음을 뜻한다. 심리적 측면을 반영한다. 사람들은 성적으로 끌리는 이성과 관계를 가지려 한다.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이성과는웬만하면 관계를 갖고 싶지 않다.

    성도착증 환자는 영화나 화보에 나오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현실에서 자신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여성에게선 성적 매력을 못 느끼거나, 설혹 매력적인 여성이 나타나더라도 가까워지는 게 두렵다. 그런 여성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완벽하게 섹시한 여성을 상상하면서 자위행위 하는 쪽을 선택한다.

    성적 욕망은 사회의 가치관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유부남, 유부녀는 성적 욕구와 동기가 있더라도 다른 이성과의 성적 욕망을 억제한다. 억제하지 못하면 불륜과 같은 문제가 된다. 어떤 이는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반면 어떤 이는 성매매 여성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 성적으로 흥분되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도착자 중에도 성매매를 절대로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성매매라는 ‘죄’를 저지르지 않는 대신, 성도착증으로 타인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고 그로 인해 처벌을 받는다. 이들의 마음속 성매매 여성은 성적 욕망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반면 보통 남자들이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변태적 성행위는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용인한다.

    과도한 불안감

    성도착증 환자 중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이들을 ‘소아기호증’이라고 한다. 현행법상 아무리 당사자가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해도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는 모두 처벌대상이다. 보통 사람들은 설혹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욕구와 동기가 있어도 참는다.

    미성년자에게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소아기호증 환자들은 성인 여성과 관계를 가지려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성관계가 이뤄지지 않거나, 이뤄졌다 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자신이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성년자와 관계를 가질 때 만족스러운 성관계가 가능하다. 소아를 벗기고 바라보거나, 소아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소아를 만지거나 애무하는 정도에서 멈추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질이나 항문에 성기를 삽입한다.

    이런 행동에 대해서 (소아가) 뭔가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준 것이라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성교육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소아도 그러한 관계를 통해서 자신과 똑같이 성적 만족을 얻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성적가학증과 소아기호증의 경우 피해자의 희생이 너무 커 치료 이전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

    성도착증 환자를 상담하다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에게 성적 매력이 전혀 없어 여성으로부터 무조건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은 성적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분출한다. 성관계를 가질 때 과도하게 불안하고 경직되는 남자도 있다. 너무 긴장하다 보니 성관계 때 충분한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 정상적인 성관계에 대한 극심한 불안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어릴 때 발가벗겨진 채 부모에게 맞은 후 집에서 내쫓긴 경험이 있는 남자는 알몸을 불안하게 느낀다. 자신은 옷을 입고 여성만 알몸이 되는 것을 상상한다. 그러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관음증이 발생한다. 어떤 이는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어머니를 심하게 때린 뒤 성관계를 갖곤 했는데, 그런 일이 있으면 불안하고 잠이 안 왔다. 결국 긴장이 풀릴 때까지 반복적으로 자위행위를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 몰래 야동을 보면서 부인의 팬티에 자위행위를 하는 물품음란증 환자가 됐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듯

    성도착증 환자의 대부분은 변태적 성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을 안다. 남들처럼 정상적인 성행위를 통해서 성적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면 그들도 성도착자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참고 또 참으려고 하지만 성욕은 본능이라 억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도착증의 대상을 물색하고, 긴장하고, 실행하고, 해소하는 과정에 집착한다. 성도착증 환자는 심한 불안감 때문에 남들처럼 신나게 놀지도 못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섹스가 유일한 감정 배출 수단이 된다.

    우리는 그들을 변태라며 조롱한다. 하지만 그들이 성도착증 혹은 성적 대상 질환을 지닌 환자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듯 그들도 완벽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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