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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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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태’로 불리는 성도착증 환자 대부분은 변태적 성행위가 잘못이란 걸 안다. 정상적인 성행위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면 성도착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 또 참으려 하는데, 성욕은 본능이라 억제할 수가 없다.
그들은 왜 ‘변태’가 됐나

일러스트·김영민

섹스를 너무 밝히거나 ‘야동’에 정통하면 ‘변태 아니냐’는 놀림을 받는다. 그런데 정신과에서 정의하는 변태적 성행위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는 성행위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 것을 정상적인 성행위라고 가정할 때, 이와 다른 형태의 성적 행위로 성적 만족을 추구하면 변태적 성행위라고 정의한다. 보다 점잖은 말로는 ‘성도착증’이다. 남들은 성적 만족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을 성적 만족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해서 ‘성적 대상 질환’이라고도 한다. 성도착증의 카테고리 속엔 다양한 증상이 있다.

관음증부터 살펴보자. 여성의 치마 속, 옷 벗는 모습, 알몸, 혹은 성행위를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보거나 촬영하는 ‘몰카’가 대표적이다. 한두 번 이런 행위를 했다고 관음증이라 하지는 않는다.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관음증이라고 한다.

관음증, 평생 갈 수도

예전에는 거울을 사용해 치마 속을 훔쳐보거나, 육교 계단 밑에서 치마 속을 몰래 올려다보거나,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여성이 배변을 하려고 하면 엿보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다 폐쇄회로(CC)TV가 보편화하면서 여성 탈의실이나 화장실에 몰래 CCTV를 설치해 훔쳐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나온 뒤에는 지하철이나 수영장에서 전화를 하는 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다리 사이를 촬영하는 이가 늘었다.

카메라가 소형화하면서 속옷에 자그마한 구멍 하나만 있어도 몰카 촬영이 가능하다. IT의 발달 덕분에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저장했다가 돌려보거나 유통하는 것도 쉬워졌다. 몰카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엽기 사이트도 허다하다.

관음증은 이제 일종의 산업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자신이 직접 보려고 몰카 영상을 찍었다면, 지금은 유통을 위해서 찍는 경우가 늘고 있다. 누군가가 몰카 영상을 보려고 클릭할 때마다 유포자가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란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자가 몰카 영상을 미끼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촬영했든 혹은 공유 사이트에서 습득했든 그런 영상을 보면서 해당 여성과 관련된 성적 상상을 하면서 자위행위를 한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식상한 이들이 일반인이 등장하는 리얼리티쇼를 즐겨 보는 것과 유사한 심리다. 에로 배우가 등장하는 포르노를 보는 것은 지겹다. 뭔가 더 실제에 근접한 것이 필요하다. 여자 사진을 몰래 찍을 땐 마치 사냥을 하는 듯한 스릴도 느끼게 된다. 관음증은 보통 15세 이전에 발병하는데,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노출증, 물품음란증

낯선 여성에게 성기를 노출하는 ‘바바리맨’은 노출증 환자다.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성기를 보여주는 것은 이를 통해 성적으로 흥분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고 애무하고 섹스하는 성적 판타지를 즐긴다. 그래서 이들은 성기를 노출할 대상을 찾기 위해 여학교 주변을 돌아다니고, 노출 대상을 기다릴 때는 격하게 흥분한다. 여성 앞에서 성기를 노출할 때는 성기가 터질 것 같다. 이 광경을 본 여성이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면 자위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성이 소리를 지르면 누군가에게 잡힐까 두려워서 달아나는데, 집이나 숙소로 돌아와 그녀와 관계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위행위를 한다.

요즘은 곳곳에 CCTV가 많이 설치되면서 성기를 드러내진 않고 옷 속에 손을 넣어서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출증 환자는 피해 여성과 실제로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 성폭행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당하는 여성으로선 어두운 밤 으슥한 길거리에서 낯선 남자가 코앞에서 성기를 드러내거나 바지 지퍼를 내리면 상대방이 바바리맨인지 성폭행범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땐 무조건 성폭행범이라고 단정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신고하는 게 원칙이다. 노출증 환자들은 자신은 성폭행범이 아니라 성도착증 환자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성폭행범을 마주한 것과 똑같은 공포를 느낀다. 노출증은 보통 18세 이전에 발병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호전된다. 40세 이상의 ‘늙은 바바리맨’은 드물다.

여성의 속옷이나 물건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으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일은 ‘물품음란증’이다. 남자아이들이 누나의 속옷을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속옷이 없어졌다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동생의 방에서 발견되면 여간 당혹스럽지 않다.

물품음란증 환자는 빨랫줄에 널린 여성의 브래지어나 팬티를 훔치기도 한다. 차라리 여성 속옷을 사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아무도 입지 않은 새 속옷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속옷만으론 안 되고, 속옷의 주인인 여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속옷 주인이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속옷 냄새를 맡으며 그녀의 좋은 향기를 떠올리고, 속옷을 만지며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를 연상한다. 브래지어를 만지며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고 상상한다. 팬티로 자신의 성기를 감싸면서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성기에 삽입하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하고 자위행위를 한다.

속옷에 사정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속옷을 훔친다는 것은 새로운 여성과 관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품음란증 환자의 집을 수색하면 수백 벌의 여자 속옷이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속옷 외에 양말, 구두 등에 집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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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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