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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산책

행복의 나라 展

민중미술과의 산뜻한 산책

  • 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행복의 나라 展

행복의 나라 展

함경아, ‘오데사의 계단’, 2007

내가 기억하는 첫 민중미술은 ‘한열이를 살려내라’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를 그린 이 그림은 1990년대 말 대학 캠퍼스에 걸려 있었다. 과문한 신입생은 그 그림을 보며 민주화운동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사회 속 미술 - 행복의 나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는 ‘이한열’이 지천이다. 수많은 이한열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한 전두환 전 대통령. 그의 사저에서 나온 건축폐기물로 만든 설치작품(함경아, ‘오데사의 계단’, 2007)과 ‘Be the Reds!’ 티셔츠를 입은 채 피 흘리는 청년으로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패러디한 그림(조습, ‘습이를 살려내라’, 2002) 등이 걸렸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술을 통해 사회참여 활동을 벌이는 작가 53명이 등장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작품을 시대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주제별로 묶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공부하는’ 심정보다는 ‘구경하는’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오데사의 계단’에는 전 전 대통령 집에서 나왔다는 변기 뚜껑, 문짝, 골프공, 권총(진짜인지 모형인지는 모르겠다) 등이 놓여 있어 찬찬히 뜯어보지 않을 수 없다.



행복의 나라 展

임흥순, ‘북한산’, 2015

규모가 큰 설치작품이 많은 덕분에 널찍한 전시실은 골목길이 됐다. 영상작품도 여럿이라 이런 소리, 저런 소리가 뒤섞여 흐른다. 복닥복닥한 골목길을 산책하듯 걸으며 이 집 저 집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이 보인다. 좁은 방 안에서 나란히 선 채 춤추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애처로운데(믹스라이스, ‘손들’, 2005), 좀 더 걷다보면 화염에 휩싸인 방을 빠져나오려고 굳게 잠긴 문에 매달린 여자아이들을 만나게 된다(김인순, ‘그린힐 화재에서 스물두 명의 딸들이 죽다’, 1988). 1988년 경기 안양 그린힐 봉제공장 화재 사건을 다룬 그림이다. 월급날이었을까. 불타고 있는 달력에는 3월 25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시실 2층으로 올라가면 정윤석의 비디오 작품 ‘별들의 고향’(2010)에선 지존파 사건과 ‘민주주의 정신’ 표어가 유쾌한 노래와 함께 어우러져 흐르고, 누워 있는 조용필, 수영하는 조용필, 바다에 발 담근 조용필도 볼 수 있다(Sasa, ‘위대한 탄생’, 2007).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가 있다면 ‘이 시절엔 우리나라가 이랬단다’ 얘기를 들려주며 함께 둘러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 일시7월 6일까지 ● 장소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 관람료무료 ● 문의02-2124-5266, sema.seoul.go.kr




행복의 나라 展

Sasa, ‘위대한 탄생’, 2007

행복의 나라 展

최민화, ‘붉은 갈대’, 1993

행복의 나라 展

안규청, ‘단결, 권력, 자유’, 1992

행복의 나라 展

플라잉시티, ‘하왕십리 재개발’, 2003

입력 2016-06-20 15: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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