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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박영순의 커피 인문학

고유의 香味에 와인 문화를 입다

스페셜티 커피의 매력

  • 박영순 | 경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 twitnews@naver.com

고유의 香味에 와인 문화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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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음료’로 발전

고유의 香味에 와인 문화를 입다

2014년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주에서 열린 ‘베스트 컵 오브 커피’ 콘테스트 심사위원 활동 당시의 필자. [사진제공 · 커피비평가협회]

커피의 경우 향미를 따지며 마시는 문화는 어디까지 왔을까. 앞서 언급한 내용에서 와인을 커피로 바꿔도 전혀 어색지 않다. 커피가 단순한 음료에서 향미를 추구하는 ‘문화적 음료’로 발전하도록 작용한 원리는 와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이야기는 1855년 보르도가 아니라 1974년 미국에서 처음 언급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에서 시작된다.

다섯 살 때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에르나 크누첸 여사는 커피의 현대사에서 살아 있는 신화다. 마흔 살쯤 커피 산지까지 찾아가 생두를 구매해오는 직거래와 제값을 치러 재배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는 공정무역을 전파한 주역이다. 그는 2014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은퇴할 때까지 반세기 이상 오직 커피를 위해 삶을 던졌다. 수많은 업적 가운데 1974년 100년 전통의 잡지인 ‘차와 커피 무역저널(Tea & Coffee Trade Journal)’에 기고한 글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개념을 주창한 것은 커피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여기에 “좋은 향미를 지닌 스페셜티 커피란 특별한 미세 기후를 갖춘 곳에서 자라 최상의 향미를 지닌 커피를 의미한다”고 적었다. 테루아 와인의 개념을 처음으로 커피에 접목해 향미를 추구함으로써 커피가 자연을 음미하는 문화적 음료가 될 수 있다는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미국의 커피 역사에서 1970년대는 ‘인류, 커피 맛에 눈뜨다’ 쯤으로 규정할 수 있겠다. 1971년 샌프란시스코대 동창인 고든 보커, 제럴드 제리 볼드윈, 지브 시글 등 3명은 시애틀에서 ‘스타벅스 커피, 티 & 스파이스(Starbucks Coffee, Tea & Spice)’라는 매장을 열었다. 당시 미국인들은 품질이 떨어지는 로부스타 품종의 커피를 주로 마셨다. 아라비카 생두가 잘 공급되지 못한 탓이다. 스타벅스는 “향미가 좋은 커피를 공급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신념은 스페셜티 커피의 철학과 맥이 닿아 있지만, 스타벅스는 몸집이 거대해지면서 이를 지키지 못했다. 1982년 복사기를 판매하던 하워드 슐츠가 합류해 커피 음료를 팔기 시작했고, 이를 전환점으로 오늘날 65개국에 2만1000여 개 매장을 둔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는 산지 특성을 반영한 테루아 커피라는 개념 대신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맛을 제공하겠다”며 전략적으로 표준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맛을 깨우치기 시작하면서 스타벅스의 커피 맛 획일화 정책은 거센 저항을 예고했다.

‘反스타벅스’ 전선

스타벅스 출범 초기인 1976년 와인계에선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상표를 가리고 맛으로만 우수함을 겨루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에서 미국의 캘리포니아 와인들이 보르도의 내로라하는 테루아 와인들을 제치고 각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프랑스의 자존심은 구겨졌지만, 인류는 향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교훈을 얻었다. 세계 최고의 와인, 최상의 커피는 정해진 곳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저마다 자란 땅과 기후, 재배자의 열정을 올바로 담아낸다면 배타적인 최고 존엄의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크누첸 여사는 마침내 1978년 프랑스에서 열린 커피국제회의 단상에 올라 스페셜티 커피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커피 전문가들은 지지를 보내면서 1982년 SCAA,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를 잇따라 조직하고 커핑(Cupping·커피 맛을 감별하는 것)을 통해 스페셜티 커피를 판별하는 기준을 만들었다. 앞서 1975년 ‘검은 서리(black frost)’가 브라질을 강타해 가격 폭등으로 저급 커피와 고급 커피의 가격 차가 줄어들었을 때, 조금만 투자하면 향미가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 애호가들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한층 증폭된 터였다.

한편에선 스타벅스의 기세가 대단했다. 커피 맛 표준화를 무기로 1994년부터 하루에 매장 한두 개씩을 늘리는 저력을 과시하며 커피 시장을 통째로 삼킬 태세였다. 획일화한 맛을 퍼뜨리는 스타벅스의 마케팅을 바라보던 커피 애호가들은 스페셜티 커피의 정신을 호소하며 이른바 ‘반(反)스타벅스’ 전선을 구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람에서 커피 로스터로 활동하던 프레드 호크와 브렛 스미스가 스타벅시즘(Star-bucksism)으로 상징되는 커피 맛의 몰개성화에 반기를 들고 ‘카운터 컬처 커피(Counter Culture Coffee)’를 설립했다. 이들은 산지를 누비며 스페셜티 커피를 들여와 소비자에게 테루아가 반영된 향미, 곧 자연의 맛을 선사했다. 이런 움직임은 들불처럼 번졌다. 같은 해 시카고에선 ‘인텔리젠시아 커피 & 티(Intelligentsia Coffee & Tea)’가 스페셜티 커피만 카페에 공급하는 로스터리 카페를 열었다. 4년 뒤 포틀랜드에선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Stumptown Coffee Roasters)’가 개점하며 스페셜티 커피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

커피의 향미를 존중하는 움직임은 산지로까지 번져 1999년 브라질에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고의 커피임을 입증하는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cellence)’를 시행했다. 이어 콜롬비아에선 안티오키아 주의 ‘베스트 컵 오브 커피(BCC·Best Cup of Coffee),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커피 산지인 킨디오 주의 국제커피품평회 ‘킨디오 커넥션(Quindio Connection)’으로 계승됐다. 2000년엔 멀리 아프리카에서도 에티오피아, 케냐, 부룬디, 우간다, 콩고 등 11개국이 아프카(AFCA·Africa’s Fine Coffee Association)를 결성해 스페셜티 커피를 가려냈다.

지구촌 곳곳에서 거세게 인 스페셜티 커피 바람을 SCAA 스태프이자 로스터인 트리쉬 로스갭은 2002년 한 언론 기고에서 ‘제3의 물결’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19세기 폴저스(Folgers)가 인스턴트커피를 유행시킴으로써 첫 번째 물결을, 1970년대 스타벅스가 프랜차이즈 커피를 선보이며 제2의 물결을 일으켰다”며 “1990년대에 향미를 따지며 커피를 추구한 스페셜티 커피 열풍은 앨빈 토플러가 비유한 3번째 문명의 대변혁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와인처럼 향미를 즐기자는 스페셜티 커피 운동의 진정한 가치는 문화적 소비 행태로 진화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하는 바를 착실히 수행해 한 잔의 향미로 오롯이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되새기자”는 데 있다. 지금 당신이 손에 쥔 커피는 어디서 온 것인가.

고유의 香味에 와인 문화를 입다
박 영 순

● 충북대 미생물학과 졸업,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사
● 세계일보 기자, 메트로신문사 취재부장, 포커스신문사 편집국장  
● 現 인터넷신문 커피데일리 발행인, 커피비평가협회장, 경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 경민대 평생대학원 바리스타과정 전담교수

입력 2017-02-28 13: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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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 경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 twit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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