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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차기주자 선수교체 중

“보이지 않는 손 작용”

  •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여권 차기주자 선수교체 중

  • ● 文-청와대 껄끄러운 인물 하향세, 新친문 상승세
    ● 박원순 아슬, 이재명 위태, 안희정 퇴출
    ● 이낙연 상한가, 유시민 몸풀기, 임종석 대타 준비
    ● 김부겸 ‘영남후보 필승 카드’ 물망
    ● 호남 인사 편중 등 신친문 주자들에 불만 많아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7월 3일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본관 국무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7월 3일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본관 국무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10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이낙연 국무총리와 무소속 이용호 의원 사이에 뜬금없는 문답이 오갔다. 

“한 여론조사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보면 ‘이낙연 대망론’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이 의원), 

“왜 그러는가 싶기도 하고, 왜 이렇게 빨리 조사를 하는가 싶기도 하다.” (이 총리)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으냐?”(이 의원) 

“기분이 나쁠 것까진 없지만, 조심스럽다.” (이 총리) 

“총리가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었다. 이 총리가 분발해주면 대망론은 더 커지지 않겠느냐.”(이 의원) 

정치부 기자 출신 이 의원이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한 이 총리에게 느닷없이 ‘이낙연 대망론’을 얘기한 건 그 무렵 발표된 두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기분이 나쁠 것까진 없지만”

9월 23일 데일리안의 의뢰로 알앤써치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 총리는 13.2%를 얻어 1위에 올랐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12.9%), 김경수 경남도지사(11.1%), 박원순 서울시장(8.5%), 이재명 경기도지사(7.2%), 심상정 정의당 의원(5.3%)이 뒤를 이었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가 9월 27~28일 실시한 범(汎)진보 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도 이 총리가 1위(14.6%)에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7%로 2위에 올랐고, 김경수 경남지사(9.5%), 정의당 심상정 의원(8.2%),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8.0%), 이재명 경기도지사(7.4%) 순이었다. 여기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송영길 의원, 추미애 전 대표도 3%대 지지율로 이름을 올렸다. 

이 총리가 급부상한 건 여권 내부의 환경 변화가 한몫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후계자’로 꼽힌 잠룡들이 낙마하거나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親노무현) 적자를 자임하면서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미투’ 파문으로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13 지방선거를 통해 기초자치단체장(성남시장)에서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올라섰으나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염문설로 줄소송 중이다. 여기에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 형수와의 갈등도 말끔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10월 12일 경찰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이 지사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그의 휴대전화 2대를 가져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보다 못하다. 이낙연 총리에게 선두를 뺏긴 데다 신예 김경수 경남도지사와도 엎치락뒤치락 한다. 박 시장은 최대주주인 문재인 대통령을 의식해 친문 세력을 극찬한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 공천 때 정권 핵심에서 박 시장을 견제했다는 소문이 정가에 파다했다.


“녹색 이미지 부각 차원”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동아DB]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동아DB]

여기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 집값 급등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했다.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려 했지만 박 시장이 강력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집값 잡는 효과 없이 난개발만 될 거란 논리지만, 여권 일각에선 “녹색 이미지 부각 차원”이란 불만이 나온다. 

비문 출신이라도 박 시장과 이 총리는 현재 사정이 다르다. 10월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장관들 중에 친문이 아닌 장관은 누구냐”고 묻자, 이 총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을 친문으로 분류하는 사람은 없을 거고, 저 또한 비문(非文)이었다”고 했다. 이 총리는 ‘비문이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했다. ‘비문’이었다가 ‘신(新)친문’이 됐다는 의미로 들린다. 

지금 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친노무현계에서 안희정 전 지사가 몰락하고, 급부상하던 김경수 지사마저 드루킹 댓글 사건 연루의혹 재판을 받고 있다. 대신 신(新)친문이 뜬다. 

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내각을 맡길 때부터 그런 그림을 그렸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정가에서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임종석 대안론’이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친노 계열이 아닌 대표적 신친문이다.


“임종석 ‘정세균의 종로’ 노릴 것”

임 실장이 2022년 대선을 겨냥하려면 2020년 총선을 통한 여의도 정치권 재진입이 필수 코스다. 2000년대에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 위해선 다시 금배지를 달아야 경쟁력이 생긴다. 임 실장의 원래 지역구는 서울 성동을이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임 실장이 2020년 총선에선 상징성 있는 ‘정치1번지’ 서울 종로를 노릴 것”이라고 말한다. 

종로의 현 국회의원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다. 버거운 상대지만 경선에서 거물을 제치면 위상은 급격히 올라간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전직 당직자 A씨는 “임 실장이 정치를 시작할 때는 총학생회장을 지낸 모교(한양대)가 있는 성동구를 택했지만, 지금 더 큰 꿈을 꾸는 상황에선 종로를 염두에 두는 걸로 안다”고 했다. 특히 A씨는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마친 뒤 ‘정세균 사람’들이 제대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견제를 받는다는 말이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임종석 종로 입성설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실장이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포스트 문재인’으로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을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총리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를 했다. 임 실장은 고교와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고 정치도 서울에서 했지만 고향은 전남 장흥이다. 

자유한국당 측은 “호남 출신 이 총리와 임 실장이 이끌어서 그런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 내에서 호남 출신이 요직에 유독 많이 발탁된다”고 주장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호남 인사 편중 논란 등 신친문 주자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호남 출신이 약점으로 간주되는 건 경험칙 때문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계열 정당의 집권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인구 분포의 불균형으로 대선 승리 때마다 다른 지역과 힘을 합쳐야 했다. 1997년 대선에서 호남 출신 김대중 후보는 충청의 김종필 전 총리 세력과의 DJP연합을 통해 집권했다. 

이후 두 차례는 아예 영남 출신이 후보로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거제 출신이고 부산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다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았다. 따라서 차기 대선에서도 민주당 내 영남 출신이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말이 정설처럼 돼 있다.


여당 내부의 정설은…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동아DB]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동아DB]

경북 상주가 고향이고 대구에서 고교(경북고)를 나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 장관은 경기도 군포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한 뒤 대구로 터전을 옮겨 총선과 시장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한 끝에 20대 총선에서 끝내 대구에서 당선됐다.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영남과 호남에 섞여 있다. 

이 총리는 자신과 함께 김 장관도 ‘비문’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보면 김부겸도 신친문에 속한다. 문 대통령이 첫 조각 때부터 주요 장관으로 발탁했으니 정치적 혈통과 상관없이 차기 주자로 부상할 여건은 갖춘 셈이다. 최근 이낙연과 임종석의 약점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해,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인물은 10월 25일 취임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2011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지낸 이후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방송 출연과 저술 활동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유 이사장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자 당장 친문의 차기 구도와 연결하는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노무현재단은 한명숙 전 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은 뒤 문재인 대통령,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전 국무총리)가 이어왔다. 4명 중 대통령이 한 명, 국무총리 출신이 두 명이다. 그 자리에 유 장관이 앉은 건 친노 핵심에서 적통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다 유 이사장은 경북 경주가 고향이고 대구에서 초·중·고교(심인고)를 다녔다. 18대 총선 때 대구 수성을에 진보 성향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친노 핵심의 전폭적 지원과 호남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민주당 영남후보’ 요건을 갖춘 셈이다. 

유 이사장이 대권까지 염두에 두는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주변에서 환경을 조성해주면 마다하지 않고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를 가까이서 취재한 언론인 B씨는 “유시민은 총대를 멜 사람”이라고 했다.


이해찬 보좌관 출신 유시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결국 다음 대선까진 아직 멀었지만 여권의 차기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여권 대선주자 선수교체론’은 그래서 이목을 끈다. 기존의 강력한 주자들이 낙마하거나 탈락 위기에 처했고, 그 자리에 다른 선수들을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문 대통령-청와대와 껄끄러운 관계인 주자들을 견제하는 대신 신친문 세력을 형성해 차기를 도모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정가에선 ‘친노 좌장’인 이해찬 대표의 ‘킹 메이커’ 역할 여부에 주목한다. 

이미 한 차례 당 대표와 국무총리까지 지낸 입장에서 다시 당권을 잡은 건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가도의 교통정리, 나아가 친노세력의 재집권 플랜을 짜고 실행에 옮기려는 원대한 포부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대표가 유시민 이사장에게 직접 노무현재단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건 예사롭지 않다. 유시민은 이해찬이 13대 국회의원을 할 당시 보좌관으로 일했다. 

이 대표가 꾸준히 얘기하는 ‘진보세력 장기집권론’은 실제론 ‘친노 장기집권론’일지 모른다. 이낙연 총리, 김부겸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친노 적자가 아니다.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이 의외로 빨리 수면으로 부상할 수 있다.


신동아 2018년 11월 호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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