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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리포트

‘은산분리’ 족쇄 풀린 인터넷전문은행

마냥 웃을 일 아니다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은산분리’ 족쇄 풀린 인터넷전문은행

  • ●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으로 자본 숨통 트여
    ● KT·카카오, 대주주 적격 심사 통과할지 관건
    ● 중금리 대출 따른 연체율 관리해야
    ● 내년에 제3, 제4 인터넷전문은행 출격 예고
    ● “디지털 레볼루션(혁명), 필수 불가결”
‘은산분리’ 족쇄 풀린 인터넷전문은행
올해 9월 21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특례법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조항들로 이뤄져 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인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에서 34%로 높인 것이 핵심이다.
 
지분 보유 기업도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다만 법안은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 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의 지분 보유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게끔 했다. 한편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해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대출)가 금지된다. 

이번 조치로 국내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에서 풀려나 운신의 폭을 넓히게 됐다. 그동안 두 은행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최대주주가 KT, 카카오가 아닌 각각 우리은행과 한국투자금융지주였다. 문제는 자금 조달에 있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수신(예·적금)과 여신(대출)만 진행하고 있는데, 여신 서비스에 제한이 많았다. ‘개인 여신의 꽃’으로 여겨지는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외부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2대 주주인 카카오와 KT는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신규 주식을 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참여한 금융자본이 이를 인수해야 하는데, 기업마다 의견이 갈려 쉽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특례법의 최대 수혜자는 케이뱅크다. 그동안 자본금이 부족해 다달이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은산분리 완화로 드디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인 케이뱅크는 특례법이 통과되고 20여 일 뒤인 10월 10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1936만 주(968억1600만 원), 전환주 463만6800주(231억8400만 원)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총 1200억 원 규모다. 이로써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올 연말까지 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케이뱅크 자본금 올 연말까지 5000억 원으로 확대

9월 20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됐다. [동아DB]

9월 20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됐다. [동아DB]

또한 이번 증자부터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가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IMM은 누적 운용자산 규모 3조3000억 원에, 총 14개의 펀드를 운용 중인 국내 대표적 사모펀드다. 특히 우리은행 지분 6%를 보유하는 등 금융업 투자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주주사는 총 20곳이다. 우리은행 13.7%, KT·NH투자증권 10%, 한화생명 9.41%, GS리테일 9.26%, KG이니시스·다날 6.61% 등이다. 신주는 케이뱅크 설립 당시 초기자본금에 대한 주주사별 보유 지분율에 따라 배정된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 카카오뱅크의 지분 58%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실질적 주인 노릇을 하며 자금 확보를 책임져왔기 때문이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앞세운 친근한 이미지로 가입자 수나 매출 면에서 케이뱅크를 단숨에 따돌리며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금융위 손에 달린 KT·카카오 ‘대주주’의 운명

케이뱅크는 지난 8월,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손바닥 정맥으로 본인인증을 해 입출금과 이체를 할 수 있는 ‘손바닥 뱅킹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아DB]

케이뱅크는 지난 8월,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손바닥 정맥으로 본인인증을 해 입출금과 이체를 할 수 있는 ‘손바닥 뱅킹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아DB]

하지만 카카오가 기술 운영 주체로서 은행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카카오 자체적인 투자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따라서 이번 특례법 통과로 KT와 카카오에 각각 해당 은행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카카오는 현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이미 체결한 콜옵션(주식을 약정 가격에 살 권리) 계약을 행사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의 지분 34%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사 모두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주식을 초과 보유하려면 일정 자격을 준수해야 하는데,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KT와 카카오는 모두 법 위반 전력이 있다. KT는 2016년 3월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7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카카오는 올 9월 초 흡수 합병한 카카오M이 2016년 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1억 원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카카오는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법 시행령 5조 별표1에 따르면 초과 보유 요건 심사 대상은 대주주(카카오) 대상 법인만 해당되며 그 계열사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아 결격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두 은행의 운명은 금융위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법령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금융위의 심사가 까다로워졌고, 국회에서도 ‘KT와 카카오가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어 향후 결정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항간에는 ‘특례법도 통과된 마당에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 심사를 진행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적격 심사는 금융위가 임의대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제출되는 서류를 보고 정확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점만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 ICT 기업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길을 터준 만큼 향후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는 내년 4월쯤에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법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오는 12월에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금융위는 인가 방침이 나오면 내년 2~3월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을 희망하는 업체로부터 인가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내년 4~5월에 예비 인가를 내줄 전망이다. 본인가까지 거치면 2020년 하반기에는 제3, 제4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수도 있게 된다. 

이미 업계에서는 네이버, 넥슨 같은 ICT 대기업들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줄곧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만약 네이버가 은행업에 진출한다면 그 파급력은 대단할 거다. 카카오도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를 제치고 1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를 이길 수 있는 기업은 네이버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카카오 꺾을까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한정판 체크카드.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한정판 체크카드.

카카오뱅크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 43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출범과 동시에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네이버 역시 42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하루 방문자 수도 3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업계는 지난해 7월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디지털 금융사업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파트너십을 유지해오고 있는 점에도 주목한다. 당시 이들은 각각 5000억 원씩 총 1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따라서 네이버가 공동출자 파트너로 미래에셋대우를 점찍어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핀테크 비즈니스는 모든 기업이 관심을 갖는 분야인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해 공부하고는 있다. 하지만 진출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쌓아온 IT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장 큰 강점이다. 농협 역시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 내 디지털금융 부문을 설립하고 디지털금융 최고책임자(CDO)를 선임하는 등 디지털금융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두 은행이 손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ICT 업체들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다우기술, 인터파크, 넥슨 등이 있다.


중금리대출 연체율 ‘빨간불’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간의 과당경쟁을 우려하기도 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태동한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과도한 경쟁에 휘말리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창과 방패를 주고 싸우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결과는 뻔하다. 어느 누구도 금융 혁신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우리 금융은 그만큼 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혜 여부를 떠나, 글로벌 금융과 대적할 수 있는 선두 자격 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공인인증서 없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계좌번호를 몰라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금리가 저렴하고 비대면 소액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금융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기존 은행들이 제대로 하지 않은 중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평가 기준으로 두 은행의 대출 건수를 분석해보면 올해 1~7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4등급 이하 중금리 대출 비중은 각각 38.6%와 49.35%다. 이는 4대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인 38.3%를 살짝 웃돈다. 하지만 대출 잔액으로 따지면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고신용(1~3등급) 비중은 무려 96.1%로 시중은행의 고신용 비중 84.8%보다 높다. 

반면 중금리 대출 연체율은 큰 폭으로 뛰어 은행 업무의 기본인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범 1년이 지나면서 대출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하자 연체율도 덩달아 뛰고 있는 것.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다. 1분기 0.17%에 비해 0.27%포인트나 높아졌다. 시중은행 연체율이 0.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총 대출액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도 1분기 0.12%에서 2분기 0.22%로 수직 상승했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지난 6월 말 기준 10.71%로, 1년 전보다 6.67%포인트나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통상 15% 내외다.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올해 2분기 0.06%,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08%, BIS 자기자본비율은 16.85%다. 건전성 면에서 케이뱅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아직 중금리 대출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해외 송금 수수료 제로, 우리는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8월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이 8월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DB]

현 시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바로 ‘혁신’이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핀테크 투자 전문가 천재원 영국 엑센트리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얼마나 파격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핀테크 기술에 달렸다”고 말한다. 

일례로 영국의 대표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인 트랜스퍼와이즈는 은행의 고유 업무 중 하나인 해외 송금과 환전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렌딩클럽과 비슷하게 P2P 매칭을 이용한 결과다. A국가에서 B국가로, B국가에서 A국가로 송금하려는 사람들을 연결해 이들이 환전 없이 각각 자국 통화로 송금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서비스도 시중은행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긴 하지만, 해외송금 프로세스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술의 결합은 필수 불가결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서비스도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빅데이터 활용은 많은 규제의 벽에 둘러싸여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이긴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극단의 위험을 내포하는 만큼 은행에 접근성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블록체인 형태의 핀테크 기술은 더욱 필요하다. 

천재원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ICT를 기반으로 제대로 된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금융의 미래는 암담하다. 은행업에 도입돼야 할 핀테크는 무궁무진하다. 최상의 방법을 알더라도 규제에 갇혀 실현하지 못하는 기술 또한 많다. 비대면 인증 보안, 로봇 어드바이저, 데이터 측정 및 분석에 대한 기술을 안전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규제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사전 허용, 사후 규제)로 전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8년 11월 호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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