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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거인, 정치 난쟁이, 군사 무지렁이 유럽연합의 얼굴

경제통합 대진전, 군사·외교 난제 수두룩

  • 글: 안병억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유럽통합 전공

경제 거인, 정치 난쟁이, 군사 무지렁이 유럽연합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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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통합을 이룬 EU(유럽연합)는 이제 군사·외교 분야에서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결정적 걸림돌이 있다. 바로 미국의 영향력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는 것이다.
경제 거인, 정치 난쟁이, 군사 무지렁이 유럽연합의 얼굴

EU 지도자들이 2003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정부간 회담’ 중 편한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10월15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실에서 니콜라스 번스 미국대사는 각국 대사들과 비상회동을 가졌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선봉장 노릇을 해온 프랑스와 독일이 나토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유럽연합(EU)의 국방정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번스 대사는 “유럽연합이 나토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군사력을 갖추려는 움직임은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며 나토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에 대해 나토 주재 베느와 다보빌 프랑스대사는 “나토는 논의중인 EU 내부 문제에 대해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맞받아쳤다(나토 회원국 가운데 EU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터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뿐이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는 올해 EU의 정식회원국이 된다. 따라서 여기서 나토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과시하며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한 영국의 경우 프랑스와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한 외교관은 “EU가 나토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나토가 관여하지 않는 분쟁지역에 파견할 군사력을 갖추는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용분담에도 도움이 된다”며 미국의 경고를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3월말 미국과 영국 주도로 이라크 침략전쟁이 개시되기 전까지 EU는 친미와 반미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는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을 지지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국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라크전쟁으로 드러난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룩셈부르크는 나토로부터 독립된 유럽연합의 국방정책을 강화하려는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은 EU의 이런 논의를 불신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과연 EU는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갖춘 유럽연합군을 창설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왜 언뜻 보기에 비용분담이라는 실리에 적합한 EU의 독자적인 군사력화 움직임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일까? 왜 EU는 미국 앞에만 서면, 특히 국방에 관한 한 왜소해지는가? EU는 언제까지나 ‘경제 거인, 정치 난쟁이, 군사적 무지렁이’라는 국제사회의 행위자로 만족할 것인가?

유럽 통합과정을 보면 그동안 유럽공동체(EC) 또는 유럽연합(1993년 11월1일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효력이 발생한 후 유럽연합으로 바뀜. 이 기사에서는 1993년 11월 이전은 유럽공동체로 표기함)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협력을 강화해왔다. 처음엔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던 서유럽동맹(WEU)이 EU 안보정책 실행기구로 역할을 확대해왔다. 또 EU도 평화유지와 전투수행, 인도주의적 원조 등의 임무를 조약에 명기, 군사 분야에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EU가 안보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역할을 키워왔음에도 나토로부터 독립된 유럽연합군을 창설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미국의 견제 외에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EU 주요 회원국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국방비를 늘리려면 사회복지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도 EU의 군사분야 통합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유럽 통합과정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회원국간 협력 움직임을 살펴보기로 하자.

‘유럽의 초국가기구’

우선 EU가 경제적으로 거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U 집행위원회의 최근 자료를 보면 현재 EU 15개 회원국은 3억7000만의 인구에 전세계 수출의 19%를 차지하고 있다(회원국간 내부 교역을 제외한 비율임). 미국의 16%를 능가하며 일본의 9%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올해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구권 10개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하면 인구는 4억5000만으로 늘게 되며 경제규모는 더 커진다.

또 2002년 1월1일부터 영국과 덴마크, 스웨덴을 제외한 12개 회원국에서 단일화폐 유로가 통용되고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에 가입한 12개 회원국(유로랜드)의 단일 이자율을 정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EU 제일의 경제대국 독일의 마르크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독립성과 물가안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명성이 높았던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도 그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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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억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유럽통합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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