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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소"

98세 베스트셀러 철학자 김형석의 ‘쿨한’ 행복론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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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소"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기자가 나이 ‘쉰셋’이라고 하자 김 교수는 “흐흐흐흐” 하며 웃으신다. 그 웃음의 의미를 처음엔 몰랐으나 인터뷰를 마친 뒤에야 문득 깨달았다. ‘쉰셋이라니 얼마나 좋은 나이인가.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라네. 열심히, 멋지게 살게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한국 나이 98세인 김형석(金亨錫) 연세대 명예교수는 서울 연희동 주택에서 혼자 산다. 20년간 병중에 있던 아내와 13년 전 사별했고, 6남매 중 가까이 사는 자식과 손주가 이따금 찾아오지만 그는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다. 음식 장만과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에 큰 불편은 없다고 한다.



놀라운 뇌력

그가 가끔 들르는 인근 교회의 카페에서 9월 9일 토요일 오전에 만났다. 카페 주인에게 커피를 주문했는데, 김 교수에겐 진한 커피를 내왔다. 김 교수와 마주 앉자, 진한 커피 향이 풍겨왔다. 정말 진한 인생 아닌가, 98세에 베스트셀러 저자라니. 가지런하지는 않지만 튼튼해 보이는 치아를 내보이며 소년처럼 웃는 그가 부러우면서도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했다.

그 나이에 김 교수는 죽음을 앞둔 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게 아니다. 요즘도 일주일에 몇 번은 강연회를 다니고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이다. 보청기나 지팡이에도 의지하지 않는 건강한 노년. 수십 년 동안 수영을 해온 결과이기도 하고, 아침에 달걀과 사과 같은 건강식을 하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건강은 단순히 수영을 몇 번 하고 근력을 기른 결과만은 아니다. 사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정신력이다. 정말 대단한 뇌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강인한 뇌력과 신체적 절제가 지금의 건강한 그를 만들었다. 두 시간의 인터뷰 내내 그는 목마를 때 잠시 커피를 입에 댔을 뿐 막힘없이 자신의 삶을 풀어놓았다. 무엇보다 가치 있고, 목적 있는 삶이었다. 삶에 대한 강고한 철학이 없었다면 이처럼 풍성한 100세를 맞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나이에 제 자랑 같아서 좀 부끄러운데요. 9월에 강연이나 공식석상에 나가는 일이 거의 매일같이 있습니다. 10월에 책 한 권이 나올 예정이고요. 내년 초와 그다음 해에 또 한 권이 나옵니다. 지금 그나마 정신이 온전할 때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니 부지런을 떨어야 해요. 어제는 대전에 갔다 왔는데 210석 강당이 가득 찼어요. 강연을 마치고 나오니 많은 사람이 저 때문에 행복하다며 고마워하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더군요. 저 때문에 행복해지는 사람이 남아 있으니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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