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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년 장기불황 남의 일 아니다”

안철수 의원의 공정성장 칼럼

  • 안철수 | 국회의원 cahn00@gmail.com

“일본 20년 장기불황 남의 일 아니다”

  • ● 수출·내수 적신호, 中 성장 둔화, 美 금리인상
  • ● 한국도 ‘인구절벽’…인구통계학적 불황 시대 예고
  • ● 특단의 산업구조 개혁으로 성장동력 확보해야
“일본 20년 장기불황 남의 일 아니다”

2030년경 시작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는 한국 경제의 큰 부담이다. 동아일보

새롭게 가동을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3기 사업자 중 시티면세점 이야기는 흥미롭다. 대기업 3강(롯데·신라·신세계) 체제에 도전장을 낸 중소기업이기도 하지만, 안혜진 시티플러스 대표가 대기업과의 ‘전투’에서 ‘중소기업 상생’을 주력 무기로 선택한 건 신선하다. 면세점 특허권을 딸 때는 중소기업 상생을 외치다가도 정작 특허권을 따면 임차료와 인건비를 판매 수수료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일부 업체의 관행을 떠올리면, 시티면세점의 중소기업 상생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요즘같이 경제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도전과 상생을 기치로 한 시티면세점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가 ‘경제 처방전’으로 내놓은 내수 회복 전략은, 이처럼 중소기업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기업인의 ‘상생 마인드’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여러 경제지표가 경고음을 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 20년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 침체를 비롯해 각종 대외변수마저 불안함을 부추긴다. 여기에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우리도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예측해봐도 상황은 비관적이다. 수출과 내수 상황을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수출과 내수 모두 적신호가 켜졌다. 수출은 올해 들어 한 달도 빠짐없이 10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 구조적 엔화 약세도 우리 수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출도, 내수도…

중국의 경제 상황도 걱정스럽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중국은 7%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성장 기대치를 달성하기 위해 환율 조정에 나섰고,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도 1.75%로 낮췄다. 7% 성장률에서 그렇게 낮은 금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성장이 ‘주춤’한다면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언론은 중국이 연달아 환율을 조정한 만큼 우리나라 수출에 단기간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중국에 최종 상품이 아닌 중간재를 수출했기 때문에 중국 수출경쟁력이 회복되면 우리나라 수출이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다. 지금은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우리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고, 이미 우리를 앞선 분야도 있다. 더 이상 중간재 수출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 수출이 부진하게 되면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수도 비관적인 지표가 많다. 가계부채가 가장 시급하다. 지난 4월에는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한 달에 10조 원 넘게 급증했다.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인하하면서 그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빚이 많으면 소비하기 힘들어지 는 것은 당연하다. 전세가 월세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것도 소비지출 여력을 감소시키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수출과 내수 부진뿐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돈은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흐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의 유출이 시작될 것이다. 자본 유출에 따라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장기적인 경제 예측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예측 전문기관 덴트연구소(Dent Research)의 창업자 해리 덴트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를 통해 인구통계학적으로 불황 시대를 예견했다. 저자는 선진국 대부분에서 앞선 세대보다 인구수가 더 적은 세대가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를 ‘인구 절벽’이라고 일컬었다. 1995년 일본의 생산 가능 인구(15~64세 인구로 생산을 활발히 하면서도 소비 주체인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다음 해인 1996년부터 일본의 모든 소비 지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년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것이다.

피골 상접한데 겨울잠?

우리나라는 2년 후인 2017년이 생산 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하는 해다. 일본의 경우처럼 2018년부터는 당장 모든 소비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2030년경이 되면 총인구 감소가 시작된다. 그 추세는 2060년까지 지속돼 역삼각형 인구구조가 만들어진다. 인구구조는 경제 상황과 직결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40년간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가속도가 붙은 고령화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61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를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를 판단하는 기준을 이미 2배 가까이 넘어선 것은 물론, 지금의 속도라면 초고령 사회 진입도 눈앞에 다가온 형국이다. 20년 장기불황에 허덕인 일본보다 더욱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가 이미 진행 중이다.

우리가 장기불황에 빠진다면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일본은 전후 1950년부터 시작해 40여 년간 장기호황을 누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국부(國富)를 축적했고, 해외 자산이 부채보다 훨씬 많은 순채권국이다. 개인도 저축률이 높고, 기업 중에도 기술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중소기업이 많다.

“일본 20년 장기불황 남의 일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초체력은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되게 허약하다. 국부도 제대로 쌓이지 못한 처지이고, 개인의 저축률은 저조하고, 몇몇 대기업을 빼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부실한 상황이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일본은 충분히 살이 찐 상황에서 겨울잠(장기불황)에 들어갔다면, 우리는 피골(皮骨)이 상접한 상황에서 겨울잠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간 언론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장기불황의 위험을 경고해왔지만, 아직도 정부의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단기적 경기 부양책만으로 일관하기보다,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산업구조 개혁을 단행해서 다시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입력 2015-11-19 14:12:00

안철수 | 국회의원 cahn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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