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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인기강좌

민법 입문

‘법 이전의 법’

  • 명순구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법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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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다. 2012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였고, 한국에선 2015년 10월 ‘K-MOOC’로 탄생했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 K-MOOC 홈페이지 : www.kmooc.kr). K-MOOC 인기 강좌를 매달 한 편씩 요점을 추려 소개한다.
민법 입문
민법학 입문 강의는 전공자로서 민법을 처음 만나는 사람, 교양으로서 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민법의 기초 원리를 명확히 인식하고, 민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응용력을 함양하는 것이 강의의 목적이다. 그 일부(9~12월 진행되는 14회 강연 중 1회)를 소개한다.




민법 입문

[동아일보]

민법 공부라고 하는 것이 꽤 먼 길입니다. 길이 멀수록 처음에 채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길은 먼데 신발끈을 풀어헤친 채 가면 안 되겠죠. 이 강의의 목적은 법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에게 민법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민법에는 법에 관한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이론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민법학 입문은 법학 입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법 공부를 잘해야 법학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1편 민법총칙, 제1장 총설, 제2장 법률행위의 앞부분까지 공부하겠습니다.

제1장 총설 중 서설(序說)부터 시작하죠. 민법의 의미입니다. 민법은 법의 한 종류인데요. 민법을 얘기하기 위해서 먼저 법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법은 사회규범의 하나죠. 사회규범 중에서도 강제력을 가진 사회규범입니다. ‘강제력’이 무엇입니까. 위반하면 일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힘입니다. 누가 제재를 가합니까. 국가죠. 규범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일정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것을 강제력이라고 합니다.

강제력의 목적은 뭘까요. 민법에서 얘기하는 강제력의 목적은 ‘권리의 보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권리란 ‘일정한 이익을 향유하도록 하기 위해 법이 인정한 힘’이라고 정리해보죠.

그렇다면 민법은 무엇일까요. 권리관계 중에서 개인 간의 사적인 권리관계를 ‘사법관계’라고 합니다. 민법은 이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법입니다. 사법관계에 대응되는 개념이 공법관계입니다. 공법관계란 국가기관과 국민 또는 국가기관 상호간의 관계이며, 공법은 이런 것들을 규율합니다. 요컨대, 민법은 개인과 개인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입니다.



대한민국 민법 1958 제정

여러분, 여기에서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볼까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중에 가장 먼저 생긴 법이 무엇일까요. 인류의 발생, 그 전체 역사에서 가장 먼저 생긴 법이 무엇일까요. 예, 답은 민법이라고 해야겠죠. 왜냐하면 공법은 국가권력 형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볼 때 국가권력이라고 하는 것, 공법관계가 탄생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적인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은 국가의 형성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민법에서 다룰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사냥을 하는데, 사냥 순서를 정한다든지 혹은 사냥의 결과물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하는 문제도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탄생해서 사회관계를 이루는 순간부터 민법의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민법은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라고 했는데요. 물론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법에는 민법만 있는 건 아닙니다. 상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수많은 사법이 있죠. 상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같은 법을 특별법이라고 합니다. 특별법이란 적용 범위가 특정한 사람 또는 특정 사안에만 국한됩니다. 이에 비해 민법은 그런 특별법이 아니라 모든 사법관계에 적용되는 일반법입니다. 그러면 특별법과 일반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특별법이 있으면 그것을 적용하고, 특별법이 없으면 일반법인 민법이 적용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라는 말을 하지요.

앞에서 설명한 민법 개념은 실질적 시각에서 본 것입니다. 형식적 시각에서의 민법은 1958년에 제정되고 1960년부터 시행된 ‘민법’을 말합니다. 대한민국 민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립됐고, 또 근본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죠.



민법의 法源

1910년 이래로 식민지 한국에는 일본의 민법이 적용됐는데, 그것을 ‘의용(依用)민법’이라고 합니다. 1945년 광복됐지만 곧바로 민법을 만들 수 있는 역량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미군정이 끝나고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민법 제정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1948년 대통령 직속으로 법전편찬위원회가 구성됐고, 여기에서 민법, 형법 같은 법률들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25전쟁 등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1958년 대한민국 민법이 제정됐고,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광복 후 15년이 지나서야 우리의 민법이 발효된 겁니다.

우리 민법은 일본 민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일본 사람들이 만든 만주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일본 민법은 어떤 민법의 영향을 받았을까요. 독일 민법입니다. 그다음으로 프랑스법, 영미법 등의 영향도 받았고요. 일본 민법은 이처럼 외국의 여러 법제를 복합적으로 계승한 민법이지요. 우리는 그런 일본 민법을 참고한 것이고요. 이것만 봐도 우리 민법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민법의 법원(法源)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이것은 민법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條理)에 의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르면, 민법의 법원은 법률, 관습법, 조리 등 3가지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법률이란 국회에서 제정되는 성문 규범을 말합니다. 시행령, 시행규칙과 같은 것은 성문 규범이기는 하나 법률은 아닙니다. 그런데 민법 제1조의 법률이란 엄밀한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모든 성문 규범을 가리킵니다.

관습법은 일정한 사실 상태가 반복돼 사회 구성원들이 ‘아, 이게 법이구나, 그러니 지켜야 하겠구나’라는 생각(법적 확신)을 갖게 하는 규범을 말합니다.

조리는 사물의 본질적 법칙 또는 이성에 기초한 법의 일반 원칙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상식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리를 이렇게 법원에 포함시킨 이유가 뭘까요. 이것은 헌법이 정하는 기본권으로서 ‘재판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 내지는 사법거절 금지의 원칙과 관련됩니다.

어떤 사람이 권리구제를 받기 위해 국가기관인 법원에 재판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아, 당신이 얘기한 그 내용은 법에 없기 때문에 재판할 수 없어요”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국가는 적법하게 제기된 소에 대해서는 해당 사안에 적용될 법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기본권 침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법률도 관습법도 없다면 조리에 의해서라도 반드시 재판을 하라’는 의미로 민법 제1조에서 조리를 법원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조리가 법원인가에 대해 학설상 논쟁이 있지만, 이는 실천적 의미가 없는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제1절을 마치고 제2절 민법의 규율대상(권리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권리관계가 무엇인지, 권리가 무엇인지 보죠. ‘권리관계’란 법규범에 의해 규율되는 사회생활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생활관계는 법규범에 의해서만 규율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 규범도 있을 수 있고, 도덕도 있을 수 있고…. 그런데 그중에서 법에 의해 규율되는 관계를 권리관계라고 합니다. 권리관계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 권리가 있고, 누구에게 의무가 있다는 식으로 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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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구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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