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다. 2012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였고, 한국에선 2015년 10월 ‘K-MOOC’로 탄생했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 K-MOOC 홈페이지 : www.kmooc.kr). K-MOOC 인기 강좌를 매달 한 편씩 요점을 추려 소개한다.
準국산 에너지
장점 중 첫 번째로 꼽는 경제성을 살펴보겠습니다. 과연 원자력발전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가장 싼 에너지일까요.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그것은 나라마다 처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8%를 수입합니다. 석탄도 없고, 석유도 없고, 가스도 안 나옵니다. 핀란드 같은 나라는 수력발전을 하기에 좋은 입지를 갖췄습니다. 또 어떤 나라는 태양광이 풍부해 태양광 에너지의 경제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표에서 보듯이 현재 상태에서는 원자력발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월등히 싸고, 앞으로도 계속 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석탄, 석유, 가스를 다 수입하는 나라, 태양과 풍력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로서는 당분간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죠.
두 번째로 에너지 자원의 안보성에 대해 살펴보겠는데요. ‘자원 안보성’이란 말이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석유 에너지나 가스 에너지가 없는 상황을 가정하면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만약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값을 갑자기 올려버리면 우리 사회엔 곤란한 일이 벌어지겠죠.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이 갑자기 끊어지면 서유럽의 많은 국가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다다를 수 있는 거죠. 이런 경우 우리는 에너지 안보성이 취약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의 자원 안보성은 어떨까요. 원자력발전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전체 비용의 70%가 건설비에 들어가고 우라늄 연료비는 전체 발전비의 10~20%밖에 안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발전소를 지을 때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운영하는 데는 돈이 거의 안 든다고 볼 수 있죠. 더욱이 우라늄은 비교적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해 어떤 지역이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는 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원자력발전을 ‘준(準)국산 에너지’라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가진 덕분에, 원자력발전소를 잘 지어놓으면 운영하는 데 문제가 별로 안 생길 거라고 여기는 겁니다.
원자력의 세 번째 장점은 기술 선도적인 에너지라는 점입니다. 우라늄이 아무리 많아도, 땅이 아무리 넓어도,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원자력은 기술이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한 에너지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땅이 아무리 좁아도, 인구가 아무리 적어도, 자원이 아무리 부족해도 기술만 있으면 생산 가능한 것이 원자력입니다.
따라서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기술력과 인력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은 적합한 에너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에 원자력을 수출할 수 있는 저력도 바로 기술에서 비롯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값이 싸면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이지만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합니다. 태양광 집열판의 경우 서울 여의도에 버금가는 면적을 덮는 정도가 돼야 원자력발전소 한 곳에서 나올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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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다 자신감의 문제
반감기가 수백만 년이란 뜻은 ‘수백만 년을 기다려도 그 양이 좀처럼 줄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죠. ‘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방사선을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이 물질들이 혹시 잘못돼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면 치명적일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은 굉장히 안전한 곳에 두고 격리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우리에게 속 시원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 지금까지는 꽁꽁 싸서 땅속 깊숙이 파묻어버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어려운 기술일까요. 사실 어렵지는 않습니다. 요즘 기술로 방사성폐기물이 아무리 센 방사선을 내놓더라도 그것을 잘 차폐(遮蔽)해 땅속 깊이 묻는다면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인류가 만들어낸 건축물 중 5000년 이상을 거뜬히 견뎌내는 것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그것을 버릴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성을 5000년 이상 보증한다’는 확신이 없는 겁니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원자력의 가장 큰 단점인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결 방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합니다. 그중 한 방법으로 폐기물을 땅속에 버리지 말고 원자로에 도로 집어넣어 태워 없애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도 방법은 알려져 있지만, 역시 자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욱이 방사성폐기물을 화학적으로 처리하고 그것을 다시 원자로에 넣는 과정에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에 많은 나라가 꺼리고 있습니다.
과장된 위험
원자력의 또 다른 단점은 위험성입니다. 많은 분이 이해하시고 계시겠죠. 원자력발전소 하면 원자폭탄 터지는 것,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 또한 가깝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떠올릴 겁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난 사고를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이 원자력을 위험하다고 느끼겠죠.
그런데 사실 통계를 보면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사람이 사망한 사건은 몇 건 되지 않습니다. 체르노빌 사건 이외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은 다소 과장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자력을 연구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책임이 없느냐. 그렇지 않죠. 일반인이 납득할 만큼 원자력의 안전성을 설명하지 못해 신뢰감을 주지 못했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겁니다. 전문가들이 판단하기에는 적어도 지금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자신하는데, 대중과의 소통 부족으로 그런 것들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살펴볼 원자력발전의 단점은 뭘까요. 미지수가 많다는 건데요. 그중 가장 큰 미지수가 바로 원전 해체 비용입니다. 즉 언젠가는 원자력발전소가 정지되고 그것을 해체, 처분하려면 많은 문제가 생겨나 해체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가정인데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최근 미국의 양키로(Yankee Rowe) 발전소를 완전히 해체해 환경 복원까지 한 사례가 있습니다. 몇 천억 원을 들여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는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환경이 복원됐습니다. 원자력발전소 해체 및 해체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이라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명 현
● 1958년 서울 출생
●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미국 MIT 박사(원자력공학)
● 前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KBS 객원해설위원
● 現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자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