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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 ‘세포조직’ 핵분열 준비 중

설왕설래 여권 신당창당설의 실체

  • 글 :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외곽 ‘세포조직’ 핵분열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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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신주류 내부에 변화가 시작됐다. 재야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신당 논의에 나서고 30∼40대 젊은 정치인들이 별도 사무실을 열어 당 개혁을 향한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 향후 신당의 혈관이 될 외곽 세포조직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과연 민주당 신주류는 신당창당과 정치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까.
외곽 ‘세포조직’ 핵분열 준비 중
“신당,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해야되는 것 아닙니까. 해야죠.” “

일부에서는 이미 한 차례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아닙니다. 신당은 이제 서서히 무르익고 있어요. 국민이 원하고 있고, 또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최근 기자가 민주당 신주류의 대표적 신당론자인 신기남(辛基南) 의원과 나눈 대화내용의 일부다. 당내 신주류, 특히 천정배(千正培) 의원과 신의원이 신당창당론을 펴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신주류 강경파는 지난해 대선이 끝나면서부터 신당창당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최근에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불가피성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신주류 내부에서 시작된 변화 조짐

하지만 현재 당내 상황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신주류 내부에서조차 민주당을 깨는 독자신당론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이해찬(李海瓚) 의원 등 재야출신 중진 의원들이 설파하고 있는 ‘분열 불가론’에 일부 신주류 초·재선의원들이 수긍하고 나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강경파들을 무작정 따를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신의원에게 신당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월 발생했던 신-구주류간 치열한 ‘전투’의 후유증이다. 당시 신의원과 한화갑 대표간의 마찰로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결별직전까지 치달았다. ‘전투’는 당내에서 논의되던 개혁안에 불만을 품은 한대표가 “(당을)해체하라, 말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사람들끼리 나가서 당을 만들면 된다.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당을 떠나라”고 발끈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자 신의원은 한대표를 향해 “노당선자 취임 전에 용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임시지도부가 개혁안에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한대표 조기사퇴론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개혁이 중대한 장애에 부딪힐 경우 신당이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라고 독자 개혁신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사람의 갈등으로 대표됐던 신-구주류의 갈등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충돌의 위기로 치닫자 결국 청와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신주류 강경파는 노대통령에 내심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구주류와 타협을 요구했던 김원기, 정대철 고문 등 신주류 온건파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한대표의 퇴진’과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등이 모두 없었던 일로 돼버렸다.

신주류 일각에서 강경파들을 미더워하지 못하는 배경은 바로 이때의 전투결과에서부터 출발한다. 당시 강경파들의 신당창당론은 구주류와의 타협으로 힘이 크게 빠졌다. 그 후 당지도부는 신주류 온건파로 교체됐다. 정대철 고문이 대표를, 이상수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게 된 것이다.

신주류가 당을 접수하면서 당은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혼란은 계속됐다. 오히려 신주류 강경파와 온건파간 내분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하면서 당내 상황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변했다.

“노대통령도 신당 바란다”

신주류 내분은 ‘노심(盧心)공방’에서 시작됐다. 신주류 강경파는 강경파대로 노대통령을 비공개로 자주 접촉하면서 당내 신당창당의 세(勢) 결집에 나선 반면 당 지도부를 장악한 온건파도 그들대로 노대통령과 수시로 만나면서 당내 입지를 굳히려 했던 것.

또 노대통령이 똑같은 말을 해도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이 서로의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다보니 전해듣는 의원들은 어떤 것이 정확한 노대통령의 의중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근 신주류 강경파가 정대철 대표와 이상수 총무 등 당 지도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임시지도부 구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개혁안이 당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구주류의 수정요구에 밀려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신주류 몇몇 의원들이 신의원에게 노대통령의 ‘진의’를 확실히 담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전후사정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그리고 실제 “노대통령이 신주류 강경파가 추진하는 신당에 힘을 실어줘야 그나마 상당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하는 당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는 신당에 대한 신의원의 소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당내에서 신당에 대한 노대통령의 의지를 분명히 확인해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일부에서 그런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죠. 신당이라는 것이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돼서도 안되고, 될 수도 없습니다. 또 노무현당이 돼서는 안됩니다. 제가 노대통령을 만나도 비밀에 부치는 것은 신당이 자칫 ‘노무현당’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노대통령의 힘을 빌려서 신당을 만들고 그 다음에 정치개혁과 정당개혁 등을 통해 바람직한 당으로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볼 법한데요. 신의원께서 보시기에 신당에 대한 노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노대통령이 신당을 반대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까. 노대통령은 결코 신당을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가장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신당을 위해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아직은 구체적인 조직이나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행하고 있는 작업도 없습니다. 자연스레 때가 되면 이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신의원과의 대화는 미리 약속된 일정 때문에 여기에서 끝났다. 신의원측 한 관계자가 신당에 대한 신의원의 입장을 부연 설명했다. “신당은 소수의 힘에 의한 하향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네트워크 속에서 상향식으로 이뤄지는 정치개혁 프로그램에 의해 자연스레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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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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