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내장증’은 증상을 잘 살펴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디스크는 간혹 다른 요통 원인을 간과하게 만든다. 디스크가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멍이 들어’ 요통을 일으키는 경우다. 흔히 피부에만 멍이 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디스크도 충격을 받으면 멍든다. 요즘 같은 나들이철이나 이사철에 그런 환자가 많다. 이삿짐을 나르다 삐끗한다던가, 차를 몰고 나갔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계기다.
처음에 환자들은 단순히 허리 근육에 염좌가 생긴 줄 알고 파스를 붙이거나 냉찜질을 한다. 실제로 충격이 가벼웠다면 염좌상일 확률이 크다. 이 경우 3∼4일간 안정을 취한다. 이런 조치 후에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는 X선 촬영이 순서.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디스크 탈출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통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디스크가 멍드는 질환의 정확한 명칭은 ‘디스크 내장증’. 디스크의 성질 자체가 변하는 질환이다. MRI를 찍어보면 정상적인 디스크가 하얗게 보이는 것과 달리 문제의 디스크는 검게 나타난다. 방치하면 디스크를 감싼 섬유조직까지 변성시켜 요통이 더 심해진다. 만성요통 환자의 40% 가량이 이에 해당하는데, 환자는 어떤 사건 이후로 허리와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실히 기억한다. 교통사고, 추락, 넘어짐, 부딪힘 등이 그런 사례. 하지만 X선 촬영만으론 잘 발견되지 않아 ‘꾀병’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디스크 내장증은 증상을 잘 살피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다른 척추질환은 서 있을 때 통증이 심하지만, 디스크 내장증은 앉았을 때 더 아프다. 또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심하고 뒤로 젖히면 통증이 덜하다. 장기간 방치하면 엉덩이나 다리의 신경이 저릿저릿한 좌골신경통으로도 발전한다.
물리치료와 운동요법이 치료의 기본. 하지만 이런 비수술적 요법을 시행한 지 6주가 지나도록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한다. 멍든 디스크를 제거하고 내고정금속과 뼈를 이식해 척추뼈를 굳혀주는 척추 유합술이다. 디스크 관절 자체를 교정하는 디스크 치환술도 한 방법. 단 환자의 나이가 많으면 수술 성공률이 낮으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디스크 내장증 역시 예방이 최선이다. 교통사고 같은 불가항력의 충격이야 어쩔 수 없지만, 물건을 나르는 경우엔 최대한 허리 부담을 줄여야 한다. 명심할 것은, 디스크 내장증은 ‘무리하면 성을 내고 풀어주면 사라진다’는 사실. 따라서 한번 충격이 있었다면 일단 쉬면서 경과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