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호

지속시간 시알리스 안전성 레비트라 발기력 주사제

발기부전 치료제 성능 철저 비교

  • 글: 하태준 선릉탑비뇨기과 원장

    입력2003-04-28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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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성과 강력한 효능을 앞세운 차세대 발기부전 치료제들의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 시장은 아직까지 비아그라의 독주 체제.
    • 그러나 지난해 유프리마의 국내 출시에 이어 올해 시알리스와 레비트라가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경쟁은 한껏 가열될 전망이다.
    지속시간 시알리스 안전성 레비트라 발기력 주사제
    비아그라는 20세기 최고 발명품 목록에 오를 정도로 출시 이후 5년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불황에 직면한 전세계 제약사들에겐 탈출구를 제공하기도 했다. 무한한 잠재성이 확인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비아그라보다 효과가 더 좋으면서도 안전한 약물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고개 숙인 남성들은 올 한해를 기대감으로 보내도 좋을 듯하다.

    1999년 화려하게 데뷔해 잠자리가 부실한 남성들에게 ‘해피 메이커’가 된 비아그라(화이자)의 출시 이후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0년의 200억원대에서 2002년 500억원 이상 규모로 급성장했다. 1998년 미 FDA 승인을 받은 신비의 파란 약물, 비아그라는 발매 1년 만에 미국인 1200만명이 상용하는 기적적인 기록을 세웠다. 전세계적으로는 1조원어치 이상 판매돼 발기부전 치료제의 잠재력을 각인시켰다. 음성적으로 확장되고 있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는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다른 제약사들이 그냥 두고볼 리 만무하다. 다양한 방식의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선보이면서 남성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지만, 한편으로 전문치료제인 만큼 자신에게 적합한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현재 국내 발기부전 환자 수는 약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령인구가 증가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따라서 비아그라를 필두로, 현재 판매되고 있거나 출시를 목전에 둔 발기부전 치료제들의 특성을 정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제약사들의 치열한 마케팅 전략에 휘말리기보다는 각 약물의 효능과 장단점을 꼼꼼히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두주자 비아그라



    비아그라의 출시 직후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벌어졌다. 비아그라를 첨가한 음식물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네덜란드에선 치즈, 이탈리아에선 아이스크림, 프랑스는 소스, 한국에선 비아그라를 섞은 폭탄주와 음료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유행했었다. 출시 초기엔 전문치료제라기보다 정력제로 오인돼 너도나도 비아그라를 탐냈다.

    그러나 국내 시판 초기에는 예상과 달리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진 못했다. 비아그라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야기될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가 구입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를 구입하기 위해선 먼저 40만∼50만원이 드는 심혈관계 진단을 받아야 했다. 전문의의 진단서 발급도 필수사항이며 구입량도 한 번에 2정으로 제한했다. 이런 조치는 비아그라의 열기를 식히는 데는 주효했지만, 한편으로 가짜 비아그라의 출현과 암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몸살을 겪다 1999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비아그라 판매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장점이 남성들의 기호에 맞아 떨어졌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입장에선 발기부전 치료가 용이해졌고, 자신의 고민을 표출하는 남성이 늘었다는 점에서 비아그라의 출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노년의 성 환히 밝힌 비아그라

    비아그라의 최대 성과는 잠재해 있던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성 건강도 인간의 기본권리”라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과거에 발기부전은 질환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비아그라 개발 이후 발기부전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남성의 ‘삶의 질’이 화두로 떠올랐다. ‘발기부전’이란 용어 자체가 당당히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에선 비아그라 출시 이후 비로소 노년의 성생활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성관계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층에도 변화가 생겼다. 1980년대에 30대 환자가 가장 많았다면 1990년대 말 이후에는 50∼60대 환자가 급증했다.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개발은 성생활을 포기했던 노년의 남성들에게 새 희망을 주었다.

    ●혈액 흐름 개선시켜 발기력 상승

    남성이 성적 상상을 하거나 성인 잡지를 보고 흥분할 때, 또 이성과 애무를 나눌 때 산화질소가 분비되면서 발기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산화질소의 분비가 왕성할수록 발기능력이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산화질소의 분비를 돕는 효소가 cGMP(구아닐레이트 시클라제)다. 바로 성기를 발기시키는 핵심물질이다.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이 효소의 분비 불량. 특히 cGMP의 활동을 방해하는 PDE5란 효소는 cGMP의 분비량을 떨어뜨려 발기력에 차질을 빚게 한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PDE5의 분비를 억제시켜 음경의 혈액 흐름이 원활하도록 작용해 발기력을 상승시킨다.

    잘 알려진 대로, 비아그라가 처음부터 발기부전 치료용으로 개발됐던 건 아니다. 화이자연구소가 혈액순환 개선 실험 중 우연히 실데나필 성분이 남성 발기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개발 용도가 바뀌었다. 실데나필의 발견은 신경원인성 발기부전의 치료는 물론 불임여성의 임신, 여성의 성기능 증진 등 예상치 못했던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심혈관계 질환자들에겐 금물

    그러나 비아그라의 이면엔 심각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었다. 2001년 독일에선 비아그라 부작용으로 616명이 사망했다. 같은해 한국에서도 비아그라 복용자의 절반 가량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식약청 발표). 심지어 복용법을 무시하다 변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비아그라를 녹인 액을 주사로 주입한 남성과 습관적으로 상용한 60대 남성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서도 비아그라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서울대병원 등 6개 종합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영국 등에 비해 한국에서의 비아그라 부작용 위험이 1.5∼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 역시 비아그라를 안전한 약물이라 낙관하지는 않는다. 직접 비아그라를 처방하고 치료했을 때, 대다수 환자들이 일시적이지만 가벼운 부작용을 호소했다.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지속발기증’이 일어난 경우다. 지속발기증은 발기가 시작된 후 4시간 이상이 지난 뒤에까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어떤 환자는 12시간까지 지속됐다. 경험상 이른 아침에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오거나 내원하는 남성들은 대개 지속발기 증상을 일으킨 환자들이다. 응급조치를 취하면 원상회복이 되지만, 자칫 우스꽝스런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예 비아그라를 삼가야 하는 이들도 있다. 심혈관계 질환자들이다. 즉 혈액 흐름에 장애가 있는 고혈압, 동맥경화증, 심장병, 뇌졸중 등을 앓는 환자들은 자칫 사망할 수도 있다. 비아그라와 ‘궁합’이 맞지 않아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질산염 제제다. 혈압을 급속도로 저하시켜 응급상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의 간질환자나 중풍, 심근경색 환자들도 비아그라를 멀리해야 한다. 아예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당뇨병 환자와 전립선암을 치료하고자 적출술을 받은 환자들이다. 이들은 비아그라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아그라의 아성에 도전한 첫 주자는 유프리마.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유프리마는 일본 다케다사와 미국 애보트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억원대로, 개발사는 향후 100억원대까지 매출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아그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력한 도전자 유프리마

    비아그라가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심장질환제 약물로 개발되다 운명의 변화를 맞았던 것과 같이 유프리마도 애초 파킨슨씨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었다. 실험 도중 ‘아포모르핀성 염산염’이 발기에 주효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아포모르핀성 염산염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발기를 유발한다. 좀더 상세하게 원리를 설명하면, 뇌에 발기 신호를 보내는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시켜 발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복용 후 15∼20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고 2시간 정도 발기가 지속된다. 유프리마는 푸른빛 비아그라와는 달리 붉은 벽돌색을 띤 알약이다. 복용시에는 물을 마시지 않고 혀 아래에서 녹여 먹는다. 개발사는 유프리마의 마케팅 전략으로 비아그라를 복용할 수 없는 심혈관계 계통 질환자와 순환기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도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발기능력은 떨어지나 안전한 게 장점

    미 FDA 승인을 받기 전, 개발사인 애보트사와 다케다사가 실시한 2000년 임상시험 결과는 비아그라에 비해 미미한 편이었다.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 효과가 6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난 것. 그러나 개발사는, 비아그라보다는 약성이 떨어지지만 심혈관계 질환자 등 비아그라를 복용할 수 없는 환자들과 아예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해 미국 소비자 감시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은 FDA에 유프리마를 승인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발기될 확률을 60%까지 올리려면 4mg 이상 복용해야 하는데 저혈압, 현기증, 졸도 등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주장이 나온 원인은 유프리마의 성분이 구토유발제로도 사용됐기 때문이다.

    ●6회 이상 복용해야 효과

    필자가 직접 임상에서 처방해본 결과, 유프리마는 한국인 남성의 기호에 맞지 않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비아그라보다 복용자에 대한 규제가 적다는 장점은 있지만, 약효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무엇보다도 발기부전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남성 능력이다. 따라서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만족도가 낮다면 치료제를 처방하는 의미가 반감된다.

    유프리마의 또 다른 취약점을 꼽자면 적어도 6회 이상 복용해야 약효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개 한국 남성들은 인내심이 적은 편이어서 3회 이상 복용한 후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이 역시 한국 남성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 환자 만족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현재 유프리마의 약물 처방 비율은 비아그라의 10분의 1 정도에 그친다.

    유프리마의 장점인 심혈관계 질환자들의 대안 처방에도 문제는 있었다. 비아그라를 복용하기 힘든 특정 환자들에게 유프리마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복용자 10명 중 2∼3명 정도만 효과가 있다 보니 무작정 비아그라로 바꿔달라고 떼쓰는 이들이 생긴다. 일례로 협심증으로 니트로글리세린이 함유된 약을 복용하는 62세의 남성이 수년째 발기부전으로 고생하다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래서 안전한 유프리마를 권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평하는 바람에 차라리 자가주입법을 권유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유프리마가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칭송하는 이도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남성들의 사용 후 만족도는 비아그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속시간 시알리스 안전성 레비트라 발기력 주사제

    ‘차세대 비아그라’로 떠오르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들. 커버젝트 듀얼, 유프리마, 레비트라, 시알리스, 스텐드로(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강력한 도전자 시알리스, 지속시간 비아그라의 9배

    비아그라보다 높은 효과를 장담하고 있는 ‘시알리스’(일라이 릴리)는 오는 7월경 국내에 선보일 예정. 그래서인지 국내 남성들의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영국을 시작으로 EU(유럽연합)와 호주, 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서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개발사인 릴리는 시알리스가 4시간여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비아그라보다 최대 9배의 시간(36시간) 동안 (언제든 성적 자극만 있으면) 발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비아그라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내에서도 시알리스는 벌써부터 남성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비아그라를 능가하는 약효만으로 판단하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일 것 같다. 지난해 유프리마가 우수한 임상결과를 과시했음에도 실수요자인 남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따라서 시알리스의 효과에 대해서도 써보기 전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아직 미 FDA 승인을 받지 못한 것도 의심스러운 점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보면, 시알리스는 비아그라를 충분히 압도하고 있다. 비아그라는 지방질이 풍부한 음식과 함께 복용했을 때 약효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시알리스는 음식물의 종류나 성분에 상관없이 약성을 발휘한다. 또 성관계 1시간 전에 복용하는 비아그라와는 달리 시알리스는 복용 후 16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시알리스 역시 심혈관계 환자들에겐 금기의 약물이다. 주성분인 ‘타다라필’은 비아그라의 실데나필과 유사한 원리로 발기를 유도한다. 따라서 복용을 삼가야 하는 환자들과 주의해야 하는 부작용도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시알리스는 강력한 약효를 지녔다는 장점 하나만으로도 가장 경쟁력 있는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발매 전부터 ‘슈퍼 비아그라’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임상 결과로 보면 발기부전 환자의 증상, 나이, 원인에 관계없이 복용자의 70∼80%에게 효과가 있다. 제품은 알약 형태로 10mg, 20mg 두 종류가 출시될 예정이다.

    시알리스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점은 비아그라를 선호하는 환자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 기존의 치료제에 특별한 불만사항이 없는 한, 섣불리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 후 슈퍼 비아그라임이 확인된다면 시알리스는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뇨환자도 효과 보는 레비트라

    레비트라 역시 개발 당시부터 주목받은 발기부전 치료제 중 하나다. 독일 바이엘사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가 공동 개발한 레비트라는 시알리스보다 3∼4개월 늦게 출시될 예정이다. 레비트라는 ‘발데나필(valdenafil)’이란 성분명으로 먼저 알려졌다.

    비아그라, 시알리스와 마찬가지로 PDE5 효소를 억제해 발기를 유발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는 시알리스보다는 덜 주목받고 있다. 첫째 이유는 약효의 지속시간이 4시간 정도로 비아그라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복용 15분 후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인데, 이 역시 시알리스와 유사해 큰 장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와 비교해 내세울 특징이 적다는 게 지명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임상보고에 따르면 레비트라의 장점은 안전성이 높아 심혈관계 환자들이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다는 것. 유프리마의 장점과 같다. 개발사측은 지난해 유럽 성·발기부전연구회(ESSIR)가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남성 환자 398명 중 70%가 정상적인 발기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표본 대상자의 수가 적어 확신을 갖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나마 레비트라가 자랑할 수 있는 장점이자 특징은 당뇨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점. 실제로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면 당뇨 인구가 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좋은 치료제가 될 여지도 있다.

    ●카버젝트 듀얼과 스텐드로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발기유발 주사제가 주로 활용됐다. 자가주입법은 음경 해면체의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혈액이 모이게 하는 원리를 이용해 발기를 유도하는 것. 현재 사용되는 약물로는 프로스타글라딘E1, 파파베린, 펜톨아민, 베라파밀 등이 있다.

    프로스타글라딘E1은 ‘카버젝트 듀얼’이란 주사형 단일제품으로도 나와 있다. 지난해 화이자와 합병한 파마시아코리아가 1995년 출시한 카버젝트 듀얼의 같은해 국내 매출액은 28억원대였다. 카버젝트 듀얼을 뒤쫓는 새 경쟁자는 국내 제약사인 신풍제약이 2002년에 출시한 스텐드로 주사제다. 프로스타글라딘E1과 파파베린, 펜톨아민을 적절하게 조합한 제품이다. 실제로 비뇨기과에서는 프로스타글라딘E1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3가지 성분을 직접 조합한 트리믹스 주사제를 쓰는 경우가 많아 스텐드로 주사제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자가주입법의 장단점

    자가주입법은 경구용 약물보다 효과가 확실하다는 점, 또 음경에 바로 주입하므로 전신 흡수가 약해 다른 신체기관에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먹는 약이 효과가 없는 환자, 비아그라 등과 같은 경구용 약물을 삼가야 하는 이들에게 효과적이다.

    자가주입법의 특징은 성적 자극이 없어도 주사제 주입 후 5∼10분 만에 바로 약효가 전달되기 때문에 60∼70대 고령 환자들에게도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필자가 자가주입법으로 치료한 환자 중 열에 아홉은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 능력을 강화시키는 확률이 매우 높음에도 자가주입법보다 경구용 약물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사용시의 번거로운 문제들 때문이다.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하며, 직접 음경에 주사한다는 점이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사형 치료제는 약효가 빠르다는 점과 내성이 적다는 장점 덕분에 발기부전 치료제의 주요 부분을 꾸준히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구용 약물의 경우엔 환자에 따라서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치료했던 53세의 남성은 당뇨로 인해 발기부전이 생기자 비아그라를 복용하면서 부부생활을 별탈 없이 즐겨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약물을 먹어도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해왔다. 약물의 내성 때문으로 보여지는 사례다. 얼마전 비아그라의 개발사인 화이자사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나섰지만,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환자의 절반 가량이 약효가 떨어진다고 상담해왔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환자들의 경험으로 미뤄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비아그라의 약효가 떨어져 필자를 찾았던 한 당뇨 환자는 상담 끝에 자가주입제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환자의 사용 소감은 대만족이었다. 비아그라는 먹고 1시간 가량 기다려야 했으나 주입제는 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그 환자는 보관이 불편하지만, 주사침이 미세해 통증이 거의 없고 음주나 음식 종류에도 구애받지 않아 편안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가주입법의 적용대상은 혈관성, 심인성, 신경인성 또는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기가 안 되는 환자들이다. 그러나 외상에 의한 발기부전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신이상, 수전증 환자들에게도 적합하지 않다.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자가주입 약물도 전문치료제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료 후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것. 자가주입제의 가장 조심해야할 부작용 역시 지속발기증이다. 발기가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응급처치법에 대한 교육과 24시간 응급콜 시스템이 필요하다.



    애보트사가 지난해 5월 전세계 2600여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삶에서 섹스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놀라운 것은 한국 남성들의 설문결과가 평균치보다 높은 87%였다는 점. 이와 같은 통계로 미뤄볼 때 발기부전 치료제의 개발과 마케팅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부동의 1위, 비아그라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화이자사는 지난 한해 동안 마케팅 및 홍보 비용으로 1억1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미 출시 후 5년 동안 탄탄한 마니아층도 구축해놓은 상태다. 최근엔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들의 거센 도전에 대비해 허점으로 부각되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시알리스나 레비트라 등 차세대 슈퍼 비아그라들이 전세계 남성들의 기호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서 비아그라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

    게다가 외국산 치료제 일색인 상황에서 희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순수 국산 발기부전 치료제가 올 상반기 중 국내와 영국에서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



    동아제약은 피리졸로피리미디논 화합물이 발기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포착해 1997년부터 경구용 치료제 DA-8159(가칭)를 개발해왔다. 정확한 정보는 미지수지만, 발기 효과는 비아그라와 비슷하며 두통, 홍조, 시각장애 등 부작용은 외국산 치료제보다 덜하다고 개발사는 주장한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행복해지는 건 고개 숙인 남성들이다.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경쟁에서 ‘누가 더 세고 안전하며, 한국 남성의 기호에 맞을지’는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신제품들을 비교복용한 남성들의 선호도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지금은 3파전 양상이지만, 또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1억명이 넘는다는 세계 발기부전 남성들을 겨냥한 ‘발기 전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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