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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지하철 1급’도 ‘체어맨 1급’도 최대 무기는 폴리티컬 센스

‘관료사회의 꽃’ 1급의 실체

  • 글 :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byeme@donga.com

‘지하철 1급’도 ‘체어맨 1급’도 최대 무기는 폴리티컬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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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작 전·현직 1급 공무원들은 지금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까지 모 경제부처 1급으로 근무한 B씨는 “정권 교체기에 1급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루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1급은 부처의 주요 사안을 사실상 조율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사람이 ‘정권’과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권 입장에서야 뜻과 정책 견해가 같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그래서 국가공무원법에도 1급만큼은 신분 보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B씨는 1급 임명장을 받던 날, 장관으로부터 “이 자리는 언제든 그만두실 수 있습니다. 소신껏 하십시오”라는 격려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정권 교체와 1급 인사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취재 중 만난 8명의 전·현직 1급 모두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 만큼 이번 인사에 대해서도 “일괄 사표, 다면평가, 발탁 인사 등 도발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정권 자체의 ‘파격성’을 생각할 때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달리 해석하면 부처 1급이란 생각보다 훨씬 ‘정치적인’ 자리라는 뜻이다. 실제로 취재에 응한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은 한결같이, 1급이 갖춰야 할 필수 자질 중 하나로 ‘폴리티컬 센스(정치 감각)’을 꼽았다. 도대체 부처 1급은 어떤 자리인가.

1급 공무원은 흔히 ‘관료 사회의 꽃’으로 불린다. 장·차관은 ‘정무직’이라는 규정 그대로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1급은 일반 공무원이 순차적 내부 승진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위층으로 여겨진다. 중앙 부처의 기획관리실장이나 차관보가 대표적이다. 1급 간부가 차관으로 직접 승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표를 내고 퇴직금까지 받은 후 재부임하는 형태다.



지난 3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1급 공무원 수는 213명이다. 이 중 국가직이 191명, 지방직이 22명이다. 국가직은 다시 일반직과 별정직으로 나뉜다. 일반직은 중앙 정부부처의 경우 ‘실장’ 직위가 많다. 각 조직의 역사에 따라 자리가 만들어지는 까닭에 부처마다 명칭도 제각각이다. 3월말 현재 125명이 근무하고 있다.

별정직은 차관보와 각종 위원회 상임위원(예를 들어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당 파견 전문위원 등을 말한다. 실제로는 소속 부처에서 근무처로 파견되는 형태이나, 별정직인 만큼 서류상으로는 사표를 내게 되어 있다. 소임을 다하면 대부분 과거 소속 부처로 재발령이 난다. 현재 66명이 활동 중이다.

이를 조직도로 그리면 맨 위에는 정무직인 장·차관이 있고, 그 밑에 차관보와 실장(들)이 있고, 다시 실장 밑에 과장들(3개 과 이상)이 있는 형태다. 국가공무원법상 차관보는 하부조직을 둘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 부처에서 ‘실’에 속하지 않는 ‘국’의 상위직 개념으로 차관보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재경부가 두드러진다.

지난 1월말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87만명이다. 이 중 1급에까지 오르는 이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행정고시 합격자 중에서도 약 20%만이 ‘꽃’을 피울 수 있다. 좁은 문이요 영예로운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1급 공무원에게 특별히 ‘폴리티컬 센스’가 필요한 이유는, 업무의 상당 부분이 설득·조정·조절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급 실장에 이어 차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C씨는 1급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①국·과간 정책의 연계성과 우선순위 조정 ②범부처적 업무 및 정책의 수립 ③국·과의 이해가 얽힌 정책 추진 결과의 평가 ④장기적이며 폭넓은 시각에서 정책의 파급효과를 조명’.

최근 옷을 벗은 경제부처 D씨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그는 “문민정부 이후 1급직이 개방형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 큰 변화는 없었다. 외부에서 들어온다면 아무래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일텐데, 1급 업무는 전문지식만 풍부하다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관련 부처간, 또 기관 내에서의 횡적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급 업무는 복합적이다. 실무에 있어서는 그 전체를 세부 사항까지 사실상 총괄 지휘함은 물론, 위에서부터 보면 장·차관의 역할 일부를 대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장·차관과 1급이 상하 관계이긴 하지만 보완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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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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