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호

“절망, 불신 가득한 마음의 밭갈아엎으면 누구든 행복해질 수 있어요”

40여 년 동안 ‘죄 사함 받아 거듭나는 신앙’ 설교해온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 목사

  • 글: 곽대중 자유기고가 bitdori21@kebi.com

    입력2003-04-28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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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여 년간 교회, 교도소, 학교, 군부대, 나환자촌 등에서 ‘죄 사함을 받아 거듭나는 신앙’에 대해 설교해온 기쁜소식선교회의 박옥수 목사. 해외 선교와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에게 관심이 많다는 그는 매해 세계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목사에게 ‘죄 사함’과 ‘하나님 사랑’에 대해 들어보았다.
    “절망, 불신 가득한 마음의 밭갈아엎으면 누구든 행복해질 수 있어요”
    대학시절 어설픈 운동권 학생이었던 필자는 곁다리로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배웠다. 당연히 유물론을 알게 됐고, 지금이야 생각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유물론 아닌 철학은 ‘관념의 유희(遊戱)’ 정도로 여겼다. 그래서 고백하건대, 종교를 인민의 ‘아편’까지는 아니어도 탐탁지 않게 여겨왔던 건 사실이다.

    종교와 인연이 없는 범부들의 경우 사이비종교의 일탈 행위를 고발하는 보도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차거나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는 장소에서 지나친 포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제외하면 누가 무슨 종교를 믿건 말건 괘념치 않는다. 혹여 그 중에 내 가족이나 친지가 끼여 있다면 모를까.

    필자 역시 그렇게 살아왔으나 가슴 속 한구석에 ‘언젠가 한번 명망 있는 목사님이나 스님과 설전(舌戰)을 치러 보리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죄사함 거듭남의 비밀’(기쁜소식사)이라는 책이 손에 들어왔다. 책상 한 귀퉁이에 쌓아두려다 직업적 본능에 이끌려 무심코 맨 뒷장을 펼치니 1988년에 초판을 찍은 이 책은 재판 없이 지금까지 90쇄! 간단히 셈해보아도 최소 20만 권 이상이 팔렸다는 계산이다(나중에 알고 보니 40만 권 이상이란다). 잠들었던 욕망이 꿈틀거리듯 진심 반 장난 반으로 인터넷 홈페이지(www. goodnews.or.kr)를 찾아 교회에 전화를 해보았다.

    “저…, 죄 사함을 받고 싶은 사람인데요, 혹시 목사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별로 기대도 안했는데 상대는 내가 누군지 묻지도 않고 ‘예스’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첫 대결(?)의 상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건 스파링도 제대로 안해본 아마추어가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격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벅찬 거물을 지목한 건 아닌지…. 서울발 대전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자료를 뒤적인다.



    “박옥수(朴玉洙). 1944년 경북 선산 출생. 1962년 ‘죄 사함’을 얻고 ‘거듭났으며’ 딕 요크(Dick York) 선교사를 비롯한 외국인 선교사들에게서 신앙 및 선교 훈련. 그 후 40년간 교파를 초월해 교회, 교도소, 학교, 군부대, 나환자촌 등에서 ‘죄 사함을 받아 거듭나는 신앙’에 대하여 설교. 1976년 한국복음선교학교를 설립하여 전도자를 훈련, 2002년 10월 현재 국내 250명, 해외 100명의 선교사가 활동중. 1985년 아세아방송 강의, 1990년부터 4년간 미국 LA 라디오코리아에서 ‘창세기’ 강해. 해마다 전국의 대형 체육관이나 홀에서 한 주간씩, 수 차례 전도집회 개최.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가나, 아르헨티나, 인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도집회. 현재 대전 한밭중앙교회 담임목사, 국제청소년연합(IYF) 고문.”

    죄는 하나님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

    대전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10여분. 비 갠 하늘이 맑게 빛났다. 서대전여고 앞에서 내리니 바로 정면에 한밭중앙교회가 있고, 그 맞은편 빌딩에 ‘기쁜소식선교회’가 있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성훈 목사가 반갑게 맞았다.

    ―목사님 사택은 어디입니까.

    “저희는 사택이 따로 없습니다. 기쁜소식선교회에 속해 있는 목사들은 교회 안에 방이 있습니다.”

    김목사를 따라 7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은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을 덮은 대형 세계 지도와 서울, 뉴욕, 로스앤젤레스, 모스크바, 런던, 베이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현지 시각. 여느 기업의 해외영업팀 사무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박옥수 목사가 나왔다.

    ―세계 지도가 인상적입니다.

    “세계 각지에 선교사들이 나가 있는데 잠자고 있는 시간에 전화를 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도를 보면서 낯선 땅에서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을 우리 사역자들을 생각합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목사님께 한번 ‘도전’해보려고 찾아왔습니다.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웃음) 아닙니다.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하나님 말씀 전하는 게 제 소명인데 제가 찾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찾아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물기 어린 눈, 흐트러지지 않는 미소, 나지막한 목소리. 일면에 범상한 상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이 사람의 원래 표정은 무엇일까’하고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몇 시간 동안 굳은 표정 한번 없이 미소 띤 얼굴이니, 미소 자체가 그의 표정인 듯했다. 지하에 있는 방송실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시작했다.

    ―늘 ‘죄 사함’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 그 ‘죄’라는 것이 뭡니까.

    “흔히 죄는 ‘과녁에서 빗나갔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는 법이라는 과녁을 벗어났을 때 죄인이라고 하지요. (기독교에서) 죄의 정확한 의미는 하나님 마음에서 벗어났다는 거예요.”

    ―‘하나님의 마음’이란 무엇이며,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가 대체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창세기 1장을 보면 ‘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게 하나님의 마음이에요. 하나님은 빛을 좋아하시고 어둠을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계속 나오고 3장에서 마귀의 마음이 나와요. 성경에는 분명히 하나님의 마음과 마귀의 마음, 두 마음이 흘러요. 그 다음에 하나님의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과 마귀의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의 이야기가 나와요. 하나님의 마음에 사로잡히면 하나님의 종이고, 마귀에게 사로잡히면 마귀의 종이에요. 진정한 신앙이란 성경 속에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내 속에 받아들이는 거예요.”

    박목사는 성경책을 여기저기 짚어가며 하나님의 마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한참을 들었지만 뭐가 뭔지 알쏭달쏭하기만 했다.

    ‘하나님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라

    ―하나님의 마음은 성경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까.

    “예. 성경을 통해서 이해하고 내 마음에 하나님의 마음을 받아들이면 이끌리는 거예요.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성경입니다.”

    ―그러면 성경만 열심히 읽으면 되겠네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에요. 성경에 보면 베드로가 고기를 잡으러 나갔는데, 밤새도록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그런데 예수님이 물이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는 거예요. 베드로에겐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생긴 셈이죠. 자기가 해왔던 방법대로 그물을 던지느냐, 아니면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물을 던지느냐. 베드로는 자기의 방법을 버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갔어요.

    또 성경에 보면 38년 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병자에게 ‘네 자리를 들고 일어나 걸어가라’고 하니 병자가 걸어요. 성경을 벗어나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하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가니 일어설 수 있었어요.

    자기 주장을 견고하게 세우면 예수님의 주장을 거스르게 됩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신앙생활을 할 때 자기를 중심에 세워놓고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자기에게 유익한 것만을 골라서 받아들여요. 그러니까 진정한 것이 아니라 껍데기가 되는 거예요. 병자가 계속 하나님과 다른 마음, 즉 ‘나는 못 걸어요’ 하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면 걸을 수 없었겠지만 ‘걸을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을 바꾼 거예요. 그건 예수님하고 같은 마음이잖아요. 자기 주장을 버리고 하나님과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 중요하다…, 뭐 한번 믿어보죠. 그런데 그것이 전적으로 옳은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박목사는 주로 자신의 경험이나 교인들과의 신앙상담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설명했다.

    “한번은 대전에 사는 한 자매님께서 저를 찾아왔어요. 지독한 의부증(疑夫症)에 시달리던 그분이 제게 ‘목사님, 난 너무 불행해요, 남편이 밤마다 건너편 독신녀네서 자고 온다’는 거예요. 제가 ‘증거가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자기는 잠만 자면 송장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밤마다 남편이 나간다는 생각은 드는데 나가는 걸 보지는 못했다는 겁니다. 그분은 오히려 제게 ‘목사님, 저 못 믿으세요’하고 묻는 거예요. ‘믿습니다. 믿긴 믿는데, 남편이 밖에서 자고 온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막무가내로 증거는 없지만 확실하다고 우기는 겁니다. 나중에는 제가 남편과 짜고 자기를 속인다고까지 생각하더군요. 자꾸 의심을 품어 자기 주장을 강조하다 보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대신 벌 받으셨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나님께서 죄를 사하신 게 사실인데, 아직도 죄가 남아 있다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의미가 없는 거지요. 이런 죄 사함에 대해 믿어야 합니다.”

    “절망, 불신 가득한 마음의 밭갈아엎으면 누구든 행복해질 수 있어요”

    지난해 여름에 열린 IYF 세계대회에 참석한 박옥수 목사가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그 좋은 역사를 왜 지금은 계속해서 보여주시지 않는 겁니까.

    “지금도 그 말씀은 살아 있어서, 그대로 믿으면 역사가 일어나요. 이런 경우가 참 많아요. 하나님의 약속은 이루어지는 거예요. 그런 건 어떤 각오나 결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에요. 예수님이 내 마음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예수님께 끌려가게 됩니다. 이걸 모르니까 사람들이 인간의 각오나 결심, 노력 등을 이야기하지요.”

    ―그럼 인간이 각오나 결심, 노력 없이 하나님만 믿으면 된단 말입니까? 그러다 굶어 죽으면 어쩌려고요?

    “오래 전 제가 대구에서 목회 활동을 할 때의 일입니다. 겨울인데 양식도 연탄도 돈도 다 떨어지고 내일 모레가 설인 거예요. 옆집에서는 음식 만든다고 요란한데, 우리는 방에 불도 못 지피고 방바닥에 이불을 두껍게 깔고 잤어요. 그때 마침 장모님까지 와 계셨어요. 장모님이 돌아갈 여비까지 다 써버리고, 참 막막했죠. 저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나님 쌀을 주십시오’하고 기도를 했어요.

    이튿날에는 언제나처럼 성경을 들고 전도를 하러 대구역 광장에 갔어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색동옷 입고 선물 보따리 들고 서 있다가 기차가 들어오면 싹 쓸려가고 하는데 전도하겠다는 제 말이 들리기나 했겠어요? 집에 돌아와보니까 식구들은 하루 종일 굶고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들려고 할 참에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어요. 나가보니까 대학 교수인 우리 교회 자매님 한 분이 문 앞에 서 계셨습니다. 그분이 섣달 그믐날 저녁 일년을 청산하는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자꾸 ‘지금 갖고 있는 돈을 박 목사 갖다줘라’하는 음성이 들리더래요. 그래서 이 자매님은 ‘하나님 저는 오늘 저녁에는 기도만 하고 돈은 내일 아침에 갖다주겠습니다’하고 대답했는데, 자꾸 마음에서 ‘지금 갖다줘라’하는 음성이 맴돌더래요. 그 자매는 내가 사는 집이 어딘지도 몰랐는데, 무작정 돈을 봉투에 담아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침 큰길에서 우리 교회 형제 한 분을 만나서 제게 찾아온 겁니다. 섣달 그믐날인데 상도 차리지 않고 있는 우리 집 실상을 보고 놀라더군요. 그 자매님이 ‘목사님, 앞으로 목사님 생활비는 제가 감당하겠습니다’하시길래 저는 ‘하나님이 나를 알고 계시니까 내가 좀 배가 고파도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말씀드렸지요. 아무튼 그분 덕분에 설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으셨군요.

    “하나님이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하나님 외에 인간에게 뭘 구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하나님에게 충분한 은혜를 입고 살고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거죠. 예수님이 내 마음에 들어오면 이렇게 달라져요.”

    박목사는 어려운 시기마다 이렇게 기도로서 ‘은혜를 입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다. 범인(凡人)의 입장에서 보자면 박목사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 방이 없어서 말구유에 태어나신 것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이 예수님이 들어올 방을 갖고 있지 않아요. 욕망, 탐욕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예수님이 거할 방이 없는 거예요. 예수님을 위한 마음의 방문을 활짝 열어놓으세요. 우리 마음의 방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와서 자리를 잡고 계시면, 그분이 그때부터 내가 일하는 모든 일을 책임져주세요. 40년 동안 참 많은 일을 하나님이 해결해주셨어요. 우리 교회 성도들은 그걸 보니까 예수님을 믿는 거예요.”

    ―그냥 무작정 믿으라는 겁니까.

    “자기 생각만 가지고 예수님을 이해할 수 없어요. 내 생각의 세계가 이 건물만 하면 하나님의 세계는 우주만 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상상으로는 그런 건 안 되요. 내 생각을 접어놓고 그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럼 목사님은 고민이나 걱정 같은 건 없습니까.

    “없긴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저도 중국 공안(公安)에 체포될 뻔한 적도 있었고요. 또 한번은 우리가 집회를 여는 걸 공안이 미리 알고 방해하는 바람에 자리를 몇 번이나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나면 힘이 생기고, 그 문제를 하나님이 해결해주시리라 봐요.

    지난해 12월 중국 북경의 대형극장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했는데 그동안의 어려움에 비춰볼 때 그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어요. 그 자리에 참석했던 중국 공안국의 고위 당국자가 앞으로 정부에 집회 허가를 받는 것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하더군요. ‘아, 이제는 비밀리에 숨죽이면서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나님의 말씀을 공개적으로 전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어찌나 기쁘던지…. 하나님에게 맡기니 이러한 기적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한번 하나님께 자신을 맡겨보세요.”

    ―사실 저는 다른 종교는 모르겠는데 한국의 개신교를 보면 거부감이 듭니다. 서로 손가락질하고, 꼭 의무적으로 교회 나가서 헌금을 내야 신앙생활이라 여기는 것 같고, 외형의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 같고….

    “맞습니다. 신앙을 갖게 되면 기쁨에 충만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신앙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자꾸 빠져나오라고만 해요.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말만 해요. 착하게 살아라, 나쁜 맘 먹지 말아라….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듣기 좋은 말’일 뿐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는 밧줄을 던져주고 빠져 나올 수 있는 힘을 줘야죠. 자꾸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려고만 하지 말고 내 죄를 예수님이 사해주셨으니 신앙의 씨앗이 뿌려질 수 있다는 용기를 줘야 합니다.”

    ―그럼 이제 실질적인 것을 묻보겠습니다. 해외선교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예수님을 만나면 이걸 누구에게든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저는 처음에 해외 선교사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제대하고 경북 김천에서 목회 일을 시작한 후 계속 국내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복음을 전하면서 내가 못한 선교지만 언젠가는 해외로 시선을 돌리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목사님이 못 이룬 뜻을 다른 분들을 통해서 이루시는 거네요. 처음엔 어려웠겠습니다.

    “1989년 독일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독일에 집회하러 가려면 24시간이 걸렸어요. 88서울올림픽 이후 해외여행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러시아의 문이 열리고 중국, 베트남도 문의 열리고…. 그렇게 점차 우리가 갈 수 있는 땅이 넓어졌습니다. 어려움은 많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하나님이 제 마음을 이끌어 가는 걸 볼 수가 있었어요. 지금은 전세계 곳곳에 저희 선교사들이 나가서 그곳 주민들과 동화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대개 교세가 확장되면 국내에서 외형적인 성장을 이루려고 하는데 다른 길을 택하셨군요.

    이 질문을 건네자 박목사는 갑자기 ‘이단(異端)’에 대한 말을 꺼냈다. 인터뷰에 앞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을 때 그가 속해 있는 대한예수교침례회는 기성 교단으로부터 이른바 ‘구원파’로 불리면서 이단 시비를 받고 있었다. 사실 필자와 같이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특별히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교(邪敎)집단이 아닌 이상 다 똑같이 보일 따름이지만. 프로테스탄트도 초기에는 카톨릭에서 일탈한 이단이었지 않은가.

    “목회자들이 신앙으로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없게 되면 기교나 수단에 의지하려는 유혹에 빠져요. 그래서 자꾸 무리하게 교회를 이끌어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 교회 성도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아요. 그러다 보면 큰 교회를 다니게 되죠. 거기서는 예배만 드리고 오면 되므로 상처받을 일도 없으니까. 큰 교회는 몇천 명, 몇만 명 모이니까 내 몸 하나 충분히 숨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게 신앙은 아니지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큰 교회 목사님들은 자기가 잘나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줄 알지만, 결국 한국 교회가 표류하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틀림없이 또 저를 손가락질하겠지만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야죠.”

    “죄짓지 말라고 하면 더 유혹에 빠져요”

    ―2001년에 국제청소년연합(IYF·대표 도기권 굿모닝신한증권 대표이사)을 창립하는 등 청소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특별한 계기라도 있습니까.

    “1994년에 제가 미국에 갔었는데, 어떤 재미교포 부인을 만났어요. 걱정이 있다고 상담을 하러 오셨는데 아들 문제를 털어놓더군요. 앤디(Andy)라는 학생이었는데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방탕하게 지냈나봐요. 제가 단시간에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대전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드렸을 뿐인데, 다른 몇 가지 일을 보고 한국에 돌아와보니까 그 사이에 이미 아들을 우리 교회에 보냈더라고요.”

    ―당황스러우셨겠네요.

    “이 아이를 보니까 긴 머리에 바지는 엉덩이에 걸치고, 아무튼 차림새가 희한하더군요. 이왕 왔으니 우리 선교사들 훈련받는 곳에서 지내게 했어요. 그런데 앤디가 우리 선교사들이랑 친해지면서 점차 변하는 거예요. 나중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죠. 지금도 앤디 아버지가 고맙다고 전화를 해요. 그 일이 교포사회에 소문나서 부모들이 다음해 여름방학에 교포 학생 58명을 보내왔어요. ‘한미 연합 청소년 수련회’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했는데 한 달간 저희와 같이 지내면서 전원이 변해서 돌아갔어요. 그게 IYF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한 달 사이에 아이들을 변화시킵니까.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겁니까.

    “자식이 비뚤어지면 부모는 대책이 없어요. 윽박지르면 더 빗나가니까 하지 말라는 이야기밖에 못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꾸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죠. 신앙과 똑같아요. 죄짓지 말라고 하면 더 유혹에 빠지죠. 자기가 커다란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꾸 의기소침해지고. 아이들은 거기서 벗어날 힘이 없는 거예요. 힘을 줘야죠.

    IYF에서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다 쏟아줍니다. 요즘 애들이 계산이 참 빨라요. 행사를 하면 회비를 받지 않습니까? 아이들은 머리 속으로 ‘이건 얼마짜리 행사다’하고 이미 계산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예를 들어 자기가 10만원을 내고 참가한 행사인데 우리는 20만원어치를 해줘요.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마음으로요. 그럼 아이들이 차차 마음을 열어요. 그 학생하고 우리가 같은 마음이 되는 겁니다.”

    ―그러려면 돈도 많이 들겠네요.

    “하나님의 마음을 좇아 하는 일이니까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아요. 이번 IYF 세계대회는 정부에서도 보조를 했어요.”

    1995년 7월 처음 실시했던 ‘한미 연합 청소년 수련회’는 미국 교포 2세와 국내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이 대상이었다. 첫 행사에 성과가 있자 2년에 한번씩 수련회를 실시하기로 하고 1997년에 열린 제2회 한미 연합 청소년 수련회에는 교포 학생들뿐 아니라 미국 청소년들도 참가토록 했다. 3회 대회부터는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러시아, 멕시코, 가나, 페루,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 청소년들이 대거 참가하여 국제 청소년 수련회로 발돋움했다.

    2001년에는 사단법인 국제청소년연합을 정식으로 창립하고 명칭을 ‘IYF 세계대회’로 바꿔서 매해 세계 청소년들을 초청하여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목사는 마약에 빠져 있던 학생이 새롭게 변화하여 자기 나라로 돌아간 사례 등 여러 가지 성공담을 들려주었다.

    “러시아 학생들 중에는 자기 재산 다 팔다시피 해서 부모들이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마약을 하던 학생들마저 다 변해서 돌아가니까 가족들이 정말로 기뻐해요. 비결은 쉬워요. 농사짓는 사람은 씨를 뿌리기 전에 잡초를 다 뽑아버리고 땅을 고른 다음 거기에 배추도 심고 무도 심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음의 밭을 개간하려 하지 않아요. 잡초가 자라는 땅 위에 자꾸 선한 일만 하라고 주장하니까 안 되는 거예요. 마음의 밭을 갈아엎고, 절망이나 불신도 갈아엎어버리고 예수님의 마음을 심으면 사람은 누구든지 변하고 행복해질 수 있어요.”

    대학생과 노는 게 재밌는 노(老)목사

    ―지나친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실패한 경험은 없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실수는 많이 했지만, 실패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세계대회를 예로 들자면 2001년도에는 700명이나 되는 학생들과 한 달 동안 함께 여행하고 그랬는데,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어요.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이게 내 욕망에서 하는 일인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믿어지면 그렇게 해요. 그럼 하나님이 이루는 거예요. 하나님이 돕는 걸 보면서 형제들이 거기서 믿음을 배워요. 전혀 불가능한 일인데, 하나님이 돕는 걸 보면 감사한 거죠.”

    ―그렇게 도전적으로 살고 어린 학생들을 많이 만나시니, 늘 젊어지는 기분이겠습니다.

    “확실히 그래요. 내 나이가 이제 환갑인데 대학생들하고 놀면 재밌어요. 요새 세대간의 갈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이야기되는데 함께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도대체 그런 게 어디 있나 싶을 정도예요. 젊은 세대의 신선한 아이디어나 창의력을 보면서 내가 오히려 배우지요.”

    ―일주일 스케줄은 대체로 어떻게 됩니까.

    “요새는 거의 전도집회를 하고 있어요. 이번 주는 충북대, 다음주에는 울산, 그 다음주는 원주, 그리고 목포, 그 다음엔 일본 도쿄…. 집회가 없는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혼자 기도하고 성경 읽고, 그러고 난 뒤에 조깅 좀 하고 아침 먹고 선교학생들 가르치고, 오후에는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서 만나고, 없을 때는 교인들 집을 방문하고 그러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웃음) 계획이야 하나님이 하시는 거니까…, 저는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되지요. 제 뒤에 좋은 후배 목사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주위에서 해외 선교를 나가라고 해요. 앞으로는 해외에 있는 시간이 좀 많을 듯싶어요. 해외에서 고생하는 선교사들에게 제가 힘이 되어주고 싶고, 같이하고 싶어요.”

    이름 있는 종교인에게 한번 도전해보겠다는 꿈을 갖고 찾아갔다가 용두사미가 돼버렸다. 날이 어두워 돌아오려는 필자에게 박목사는 저서에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넘치길 빕니다”라는 글귀를 적어 건네주었다.

    “이 책을 읽고 구원받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차분하게 한번 읽어보세요.”

    자신도 책을 읽고 신앙의 길에 들어섰다는 한 전도사의 말이다. 과연 내가 구원이라는 대단한 은혜를 입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씨를 뿌리기 전에 마음의 밭부터 갈아야 한다는 박목사의 말은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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