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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글리 필드에 ‘이등병’이 떴다!

신인왕 노리는 메이저리거 최희섭 스토리

  • 글: 김우석 굿데이 야구부 기자 kwooseok@hot.co.kr

리글리 필드에 ‘이등병’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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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은 송정초등학교 5학년 때 외삼촌 양형호씨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다. 외삼촌은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 일본형사로 출연했던 탤런트로 최희섭의 든든한 후원자다. 최희섭이 계약서에 사인한 뒤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을 때도 동행했을 만큼 적극적이다. 어릴 적부터 거구였던 최희섭은 농구에도 탁월한 자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충장중학교 시절 잠시 농구부에서 활동했지만 야구부 감독이 호통을 치며 도로 데려가는 바람에 코트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야구부 감독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때 농구부 감독의 파워가 셌다면 아마 NBA를 꿈꾸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최희섭은 이후 친구들과 길거리 농구 대회에 참가해 전국대회 우승까지 따내는 등 아마추어로는 꽤 이름을 날렸다. 얼마나 힘이 좋았던지 덩크슛을 날리다 백보드를 박살낸 적도 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농구를 즐긴다.

최희섭이 야구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광주일고 시절부터다. 1학년 때 투수로도 활약하며 최고시속 140㎞ 이상을 스피드건에 찍었던 최희섭은 2학년 때부터는 엄청난 방망이 파워로 고교무대를 휩쓸었다. 1996년 1년 선배인 김병현(애리조나)과 함께 팀을 청룡기 우승으로 이끌었고, 1997년에는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해 대통령배에서는 최다 홈런상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캐나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다. 최희섭은 그 해 9월 실시된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해태(현 기아)에 1차 지명됐다. 당시 해태가 최희섭에게 제시한 금액은 3억원. 메이저리그의 꿈을 간직하고 있던 최희섭은 아버지 최찬용씨를 끈질기게 설득, 이듬해 고려대로 발길을 돌렸다.



고려대 1학년 때인 1998년에는 국가대표로 뽑혀 이탈리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중심 타자로 출전, 준우승까지 일궈냈다. 당시 김병현 홍성흔(두산) 강혁(SK) 등과 함께 대표로 출전한 최희섭은 일본과의 8강전에서 3-5로 뒤진 9회초 삼진 13개를 뽑아내던 괴물투수 우에하라를 상대로 135m짜리 대형 장외 2점 홈런을 뿜어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꿈으로만 간직해오던 메이저리그가 다가온 것도 이때다.

하나님과 치훈이 형

국제대회에서 명성을 날릴 그 무렵, 최희섭은 이치훈(33)씨를 만났다. 최희섭은 이씨가 건넨 에이전트라는 명함이 다소 생소했지만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말에 호감을 갖고 흔쾌히 자신의 미래를 맡기게 된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최희섭을 눈여겨봐온 이씨는 메이저리그팀과 본격적인 접촉에 나섰다. 최희섭에 관심을 보인 구단은 모두 7개. 이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시카고 컵스는 극동담당 스카우터 레온 리를 한국에 파견하며 최희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캐갔다. 스카우팅 리포트를 접수한 컵스는 최희섭에게 계약서 대신 초청장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테스트를 한 뒤 입단 계약을 하자는 제안. 다소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최희섭은 흔쾌히 응했다. ‘이왕 할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1999년 4월7일 최희섭은 이치훈씨와 외삼촌 양형호씨, 레온 리 등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성공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다짐을 굳게 하고서. 태평양을 건넌 지 6일 만인 4월13일. 최희섭은 드디어 계약금 120만달러에 컵스가 내민 서류에 사인했다. 한국인 최초로 타자가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제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하나님과 (이)치훈이 형입니다. 힘들 때마다 정말 많은 힘이 됐어요.”

이씨는 최희섭을 한국인 최초의 타자 메이저리거로 키워낸 주역이다. 어쩌다 슬럼프에라도 빠지면 최희섭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도 바로 이씨였다. 둘은 선수와 에이전트 관계 이상이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의 에이전트들은 불가피하게 비즈니스 이외의 일도 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언어소통이 안 되고 외국생활 경험이 없다 보니 숙소 선정에서 은행구좌 개설 등 자질구레한 일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최희섭에게 혼신의 힘을 다했고, 마침내 최희섭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씨는 현재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에이전트사 ‘홀 오브 드림스’를 경영하고 있다. 권윤민 류제국 등 컵스의 한국인이 모두 클라이언트. 외국인선수 4명도 보유하고 있다.

최희섭에게 이씨가 형이었다면 레온 리는 아버지였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선수로 활약한 레온 리는 동양인 선수들의 정서를 꿰뚫고 있었다.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열심이지만, 야구장 밖에선 쉽게 외로움을 타는 최희섭을 따로 불러 저녁을 함께하며 고충을 들어줬다. 공식직함은 여전히 스카우터지만 감독보다 최희섭을 더 잘 알고 있는 이가 바로 레온 리였다.

한 예로 지난해 최희섭이 트리플A팀에서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자 컵스 구단은 급히 스카우트팀에 있던 레온 리를 트리플A팀 타격코치로 임명했다. 흔들리는 최희섭을 바로잡기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레온 리는 부임하자마자 최희섭과 함께 밤낮으로 타격 폼 가다듬기에 땀을 흘렸고, 마침내 9월 메이저리그 입성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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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우석 굿데이 야구부 기자 kwooseok@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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