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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계획도시를 가다 ①|호주 캔버라

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 글: 김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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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국회의사당은 24시간 개방돼 있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요금만 내면 일반인도 본회의장을 빌려 쓸 수 있다.

외곽 위성도시까지 포함하는 캔버라의 전체면적은 서울시보다 조금 작다. 도시의 끝에서 끝을 잇는 직선거리가 30km 가량이다. 이 넓은 곳에 30만 인구가 살다 보니 캔버라에는 교통체증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자동차로 15~20분이면 갈 수 있다. 이곳 한인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줄을 설 필요가 없는 것이 이 도시의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동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므로 보다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이외에 캔버라 사람들의 유력한 교통수단은 자전거. 모든 도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갖춰져 있어 자동차나 행인과의 충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첫 방문자에게 캔버라는 시시한 느낌을 갖게 한다. 시끌벅적한 도시생활에 익숙한 방문자라면 더 그렇다. 인구 2500만 국가의 수도치고는 너무나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어 적막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이 도시의 웬만한 건물 간판에는 ‘어마어마한’ 형용사가 붙어 있다. ‘국립(National)’이라는 수식어가 바로 그것. 국립도서관, 호주국립박물관, 국립수도전시관, 국립영상음향자료관, 국립식물원, 국립과학기술센터, 호주국립대학 등이 호주 전체를 통틀어 오직 하나뿐인 캔버라에만 있는 기관들이다. 여기에 국회의사당, 전쟁기념관까지 들어서 있어 캔버라는 비록 작지만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라는 자부심이 넘쳐나는 곳이다. 시드니가 인구도 훨씬 많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시여서 찾는 외국인도 많지만 시드니의 박물관은 그냥 ‘시드니박물관’일 뿐, ‘국립’이라는 수식어는 없다.

캔버라가 명실상부한 호주의 수도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은 호주국립대학(ANU)이다. 호주국립대학은 늦게 출범했지만 시드니대학 멜버른대학 등 호주의 전통적인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대학이다. 시드니대학 등 대도시의 유명대학들이 응용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호주국립대학은 아카데믹한 학풍을 자랑한다.

지역통합에 성공한  행정수도의 모범

행정수도 캔버라를 디자인한 미국인 건축가 벌리 그리핀의 흉상.

현지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은 “호주국립대학은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가장 연구풍토가 좋은 학교”라고 말했다. “조용한 도시 분위기가 자연스레 학생들이 기초학문 분야에 정진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호주국립대학은 IT기술 분야에서도 독보적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캔버라에는 공장이 없다. 대신 도심에는 세계 유수한 IT기업들의 현지 지사와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호주국립대학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이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 우수한 인재들이 호주국립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 후 캔버라에 남아 활동하면서 캔버라는 늘 양질의 인력으로 넘쳐나는 도시가 됐다.

캔버라 주재 한국대사관 서정인 서기관은 “호주국립대학 같은 명문 대학이 도시 전체적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국적 명문대학이 캔버라에 있음으로써 좋은 인재가 유입되고, 기술관련 산업이 발전해 도시의 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

캔버런은 다른 도시 사람들에 비해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캔버런은 유별난 정보욕구로도 유명하다. 시드니 멜버른 등 대도시 주민들이 자신들의 도시에만 관심을 갖는 데 비해 캔버런의 관심사에는 제한이 없다.

7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캔버라 지역 유일의 지역일간지인 ‘캔버라타임스’ 잭 워터포드 편집국장은 “다른 도시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발행되는 신문만 보지만 캔버라 사람들은 캔버라에서 발행되는 신문 외에도 타 도시 신문을 몇 종씩 구독한다. 이곳 사람들은 늘 정보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캔버라에서는 택시 운전사들도 시사문제에 정통하다. 시드니 등 대도시 택시기사의 상당수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고, 필요한 말 외에는 관광객들과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지만 캔버라 택시기사들은 외국인 손님에게 도시의 형성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또 기자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North Korea or South Korea?”라고 되묻기도 했다. 낯선 도시 캔버라의 택시기사가 분단된 나라 한국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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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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