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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가스 팔려는 러시아, 美 엑슨 모빌의 장삿속”

핵 포기 대가, 사할린 가스 北 제공설 막후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남아도는 가스 팔려는 러시아, 美 엑슨 모빌의 장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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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 가스관 생산-공급 사업의 주체는 한국의 경우 한국가스공사, LG, SK 등 9개사 컨소시엄이며 러시아는 석유회사인 RP사인데 RP사의 대주주는 영국 석유회사인 BP사이다. 중국은 CNPC(중국국영석유회사)가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은 1996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서 이 사업에 참여했으며 1999년 5월 김대중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기간 중 한-중-러 3자 추진방식으로 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현재까지 21차례 3국 실무회의를 거쳤으며 2003년 6월말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사스 사태로 베이징 회의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르쿠츠크 사업이 최근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 전체 판을 뒤흔드는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 러시아 사할린 가스 유전과 한국을 연결짓는 사업 구상이 갑자기 도처에서 제기된 것이다.

라종일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2003년 3월31일 외국 신문 인터뷰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북한측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천연가스는 이르쿠츠크나 사힐린에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 가스의 북측 제공 가능성을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었다. 다음날 테이무라즈 라미슈빌리 주한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북한에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와 북한을 연결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가스관 프로젝트’가 한-러 정부간에 이미 합의됐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러시아-북한을 직접 연결하는 노선은 사할린 노선뿐이다. 러시아정부는 라보좌관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할린 노선을 기정사실화하려 한 것이다.

청와대와 한국 통일부는 라보좌관과 러시아 대사의 발언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러시아 가스 공급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기자에게 “라보좌관은 사할린 가스 노선 문제에 대해 이후에도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영국 박근욱 박사와도 사할린 가스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 부인에도 사할린 가스 문제의 불씨는 정부 내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미였다.



사할린 노선 띄우기는 미국측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미국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바로 가스를 공급해주는 사할린 가스전 개발사업에 한국, 북한, 러시아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 1광구는 현재 미국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이 지분의 30%를 확보하고 있다. 이르쿠츠크 가스 사업엔 영국 회사가 참여하는 반면 사할린 가스 사업엔 미국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 FSI, 사할린-북한 연결 노선 로비

미국 정부는 사할린 가스의 북한 제공설에 못마땅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북핵 협상도 하기 전에 당근부터 준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핵문제가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북한에 제공하는 가스를 이르쿠츠크 가스로 할 것인지, 사할린 가스로 할 것인지 결정하는 상황이 왔을 때도 미국 정부가 “사할린 가스는 안 된다”고 할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정부에 영향력이 있는 엑슨모빌이 사할린-북한 가스관 연결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5월4일 러시아 사할린 정부의 갈리나 파블로바 석유-가스국장은 서방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사할린 가스를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 한국, 일본과 집중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회사인 FSI사는 지난해 북한의 천연가스관련 단체와 계약을 체결, 사할린 가스관 북한통과 구간에 대한 공사권을 독점적으로 보장받았다. 그 대가로 FSI사는 사할린 노선이 성사되도록 미국정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약속을 북한측에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실제로 FSI측은 계약체결 이후 한국 산자부를 방문해 사할린 노선의 타당성을 설명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천연가스 공급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이르쿠츠크 노선보다는 사할린 노선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사할린 가스 유전은 사할린섬 북동 연안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사할린프로젝트 개요 보고에 따르면 현재 사할린에선 사할린Ⅰ 프로젝트에서 사할린Ⅵ 프로젝트까지 6개의 유전 개발계획이 수립 중이다. 이 중 현실성 있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할린Ⅰ과 사할린Ⅱ 프로젝트다.

엑슨모빌사와 일본 회사가 공동 참여하는 가스개발사업이 바로 사할린Ⅰ 프로젝트로, 예상 투자비 122억달러, 연간 천연가스 생산량은 960만t(이르쿠츠크의 연간 생산량의 절반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회사인 영국 쉘사와 일본 미쓰비시사가 공동 참여하고 있는 사할린Ⅱ 프로젝트는 예상투자비가 100억 달러며 역시 연간 960만t의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사할린Ⅱ 프로젝트의 경우 천연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든 뒤 사할린 남부 유즈노사할린스크 지방의 항구에서 배를 통해 일본, 한국 등에 공급하는 기존의 항만이용 방식이다. 반면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방식이 바로 사할린Ⅰ프로젝트인데 엑슨모빌 등 참여사들은 사할린 유전지대에서 일본 홋카이도, 혼슈 섬까지 파이프라인을 새로 건설해 일본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방식을 계획했다.

그러나 일본 내륙에 가스관을 새로 건설하는 작업은 일본의 비싼 토지보상비 문제로 난관에 부딪쳤고 일본 해안선을 따라 가스관을 연결하는 것도 공사기간 중 어업손실보상이 뒤따른다고 한다. 사할린Ⅰ 프로젝트는 사할린에서 러시아 연해주 지방으로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도 함께 추진중이다. 그러나 연해주와 일본내 수요가 예상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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