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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과 서울 개조론

건축가 김석철 교수의 대연구

  • 글: 김석철 명지대 교수

청계천 복원과 서울 개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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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문안 도심의 교통특성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려면 강북서울의 구조적 특이성을 이해해야 한다. 강북의 중심인 사대문안은 북악산과 남산으로 남과 북이 막혀 있고 동과 서만 트여 있는 구조다. 따라서 동대문, 서대문과 남대문 밖으로만 도성이 뻗어나가 청량리, 신촌, 용산 세 곳으로 도시 확대가 이루어졌다. 또한 도시하천이던 청계천을 복개하고 종로, 을지로 등을 확장해 도시팽창에 따른 교통수요에 그때그때 대처해 왔다.

한동안은 이러한 대응방식만으로도 큰 무리 없이 도시의 흐름이 이어져왔지만, 1980년대 이후 강남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한강을 중심으로 두 개의 500만 도시가 병립하게 되고, 사대문안 도심구역이 두 도시의 중심역할을 겸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교통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강남북의 두 도시가 서로 자립하지 못한 상태다 보니 도시간의 교통이 두 도시 내부 도로에 더 큰 압력을 주게 되고, 외곽순환도로 역할을 하고 있는 강변도로의 교통하중 또한 도시내부에 가중되면서 정체는 더욱 심해졌다.

특히 남산의 세 터널을 통해 강남으로부터의 차량흐름이 퇴계로, 을지로 일대에 걸리고, 강북 외곽으로부터의 교통유입이 율곡로, 종로에 추가되면서 도심교통은 서행과 지체를 반복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사대문안 도심밀도가 중심과 서쪽에 집중되고 동쪽 청계천 일대가 저밀도를 유지하고 있어 상황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몇 년 새 동대문 일대의 상권이 살아나면서 교통문제의 심각성은 극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도심 안 교통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청계천로와 고가도로를 철거하기로 한 것은 도시 전체의 교통에 엄청난 압력을 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서울시는 청계천 일대가 담당하던 교통량의 우회, 대중교통 확충, 보행위주의 도시재편 등을 대비책으로 들고 있지만, 도심의 토지이용과 교통흐름 구조로 보아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 자명하다.

우선 도심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교통량을 우회시킬 도로가 없다. 도심의 외곽도로라고 해봐야 퇴계로와 율곡로 정도지만 여기는 이미 포화상태다. 강변도로는 지나치게 멀고 역시 과하중이 걸려 있다. 또한 강북의 인구를 감안하면 교통량을 더 줄일 수도 없다. 대중교통을 확충한다고 하지만 도심지역에 지하철은 더 이상 건설할 곳이 없고, 도심지역에서 버스가 분담할 수 있는 지상교통 하중은 맨해튼과 같이 도시형 버스가 가장 훌륭하게 발달한 일방통행 시스템에서도 제한적이다.



더욱이 사대문안의 도시 흐름을 자동차에서 보행위주로 바꾸겠다는 아이디어는 순진하기까지 하다. 이 작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시도해본 사람만이 안다. 필자는 ‘베니스 비엔날레 2000’에서 사대문안 서울을 대중교통과 보행위주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석 달에 걸쳐 갖은 대안을 다 작성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복원된 청계천 지하에 4차선의 도심통과도로를 만든다고 전제해도 상당기간 도시의 흐름을 개혁해나가야 가능한 사업이었다.

지금의 교통대책은 공사도중의 대책일 뿐 공사 이후 생겨날 새로운 도시내용과 공간밀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당장 닥칠 교통대란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완화되겠지만 주변지역의 개발이 시작되면 자연히 지금보다 더 큰 교통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향후 강북개발이 성공하면 현재의 교통난은 더 가중될 것이다. 청계천복원사업이 성공하려면 공사도중의 교통보다 완공 후의 교통을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지상에 진입도로인 2차선 차로만 확보하겠다는 현재의 계획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도심지역의 교통대란은 불가피한 일이다. 지금 사대문안 도심은 도시구조의 혁신 없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량이 폭증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경쟁력과 바로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막대한 혼란을 막을 확실한 방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도시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서울시가 내세우고 있는 대책은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더 구체적으로 계량화된 증거를 통해 실증적인 도시철학에 근거한 미래의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

청계천 복원으로 인한 도시교통 문제는 사대문안을 대중교통과 보행위주로 전환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청계천 주위로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되는 경전철 등이 다니게 해서 도심교통의 상당부분을 담당케 하고, 청계천 하부에 도심통과 지하도로를 설치하여 통과교통을 담당하게 해 지상교통체계를 지하철과 접속하는 새로운 흐름의 방식을 도입하는 등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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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석철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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